정말 한심하고도 역겨운 토론이었다.
그래도 지난 토론들보다는 좋아졌지만 여전히 정책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서로 허물과 약점만 공격하고 말 잘하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으로 보이게 만든 안타까운 토론이 4월 25일 jtbc 손석희 사회로 진행됐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말 잘하는 사람이 대통령 업무 수행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이것은 굉장히 위험한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단순히 그렇게만 따지면 사기꾼이 대통령 되기 제일 쉽지 않을까?
유시민 작가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달변가다.
아는 것이 많으니 말을 잘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거꾸로 말을 잘한다고 아는 것이 많은 것은 아니다.
이번에 문재인 후보의 토론을 보고 실망한 사람이 적지 않은 모양인데 가만 보니 문재인 후보는 달변가 스타일이 아니다.
달변가의 특징은 1. 암기력이 뛰어나다.
암기력이란 것은 숫자와 단어 선택에서 중요한데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숫자를 못 대면 신뢰도가 떨어지고 단어 선택을 빨리 하지 못하면 어눌한 사람이 된다.
2. 논리적으로 정리를 빠르게 한다.
말을 하기 위해 각 나라별로 주어, 서술어, 목적어 등을 어순에 맞게 배치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하고 싶은 말의 어순을 빠르게 배치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완성해야 한다.
덧붙인 말 때문에 혼동을 줄 수도 있고 논점을 흐릴 수도 있다.
반대로 빠트린 말 때문에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빠르게 연산해야 한다.
3. 의외로 중요한 것이 박자감각과 발음, 기타 다양한 스킬들이다.
힙합에서 라임을 맞추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이 훨씬 박자감을 좋게 하고 반복의 효과를 주어서 잘 들리며 중독되고 세뇌되기 때문이다.
자, 달변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자료들이 있지만 이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과연 이 세가지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 대통령을 하면 좋은 정치를 하게 될까?
사실 jtbc 토론이나 이전의 토론을 보더라도 말의 스킬과 전략으로 보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압도적인 1위다.
비교할 것도 없이 가장 암기력이 뛰어나고 논리정연하게 공격과 방어를 하며 목소리도 듣기 좋고 화법의 스킬도 뛰어나다.
그리고 누가 보더라도 위의 세가지를 가장 못하는 사람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일 것이다.
오히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대화할 때 나오는 시장바닥의 싸구려 화법으로 대중에게 친근한 느낌을 주고 어르신들이 이해하기 쉬우며 선전, 선동의 기술을 알고 잘 이용한다.
그런데 우리는 웅변학원 원장을 뽑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만 계속 반복하고 있다.
어르신들이나 우파에서 주로 좋아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고 노무현 대통령 험담, 박정희 대통령 칭송, 북한에 강하게 나가고 미국에 머리 조아리고 이런 것들 아닌가?
홍준표 후보는 이런 이야기들을 계속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홍준표 후보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뇌물을 받았다는 주장과 권양숙 여사가 받은 돈을 국고에 환수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앞서 대통령 후보 토론회가 정책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고 계속 상대방 헐뜯기로 갔기에 jtbc에서는 여러가지 제한을 두었고 손석희 앵커가 잘 진행하려 했으나 홍준표 후보는 그대로였다.
홍준표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은 돌아가셨으니 차치하더라도 가족이 직접 받았으면 재수사해야하지 않는가?
640만 달러는 뇌물이니까 환수해야 할 것 아니냐”라며 계속해서 고인을 물고 늘어 졌다.
흥분한 문재인 후보는 흥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분노의 떨림이 손끝과 말 끝에서 느껴졌다.
문재인 후보는 “그게 뇌물이 되려면 적어도 노 대통령이 직접 받았거나 노 대통령의 뜻에 의해 받았어야 하는 것”이라며 “홍 후보는 법률가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런데 홍준표 후보는 “수사기록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돈을 요구했다고 돼 있다”는 주장까지 했다.
문재인 후보가 “이보세요. 제가 그때 입회한 변호사”라며 화를 참지 못하자 홍준표 후보는 “말을 왜 그렇게 버릇없이 하느냐. '이보세요'라니”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나이는 어떻게 될까?
문재인 나이 보다 홍준표 나이가 훨씬 많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버릇없다는 표현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홍준표가 2살 어린 동생이었다.
년도로 보면 문재인 후보가 1953년 1월 24일 생이니 빠른 53년생이다.
그러니 현재 64세이고 홍준표 후보는 1954년 12월 5일생으로 62세다.
1월과 12월 생이니까 2살 차이가 나는데 홍준표 후보는 나이가 상당히 많은 사람처럼 보이고 문재인 후보는 젊어 보인다.
jtbc 대선 토론을 보고 나서 문재인 후보가 참 감수성이 진한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고 유승민과 심상정 후보는 원래 말 잘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했고 안철수 후보는 많이 노력하고 성장하는 공부벌레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TV토론회 2부에서 ‘자신의 리더십과 닮은 역사적 인물이 누구냐’는 공통 질문을 했는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모두 세종대왕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다산 정약용을 선택해 참 이 사람은 포지셔닝에 잘 집중하는 영리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개혁의 정도전을 꼽아서 참 멋있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참으로 놀랍게, 아니 이제 놀랍지도 않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박정희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