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매체 시대의 도래, 콘텐츠가 왕이었다.
한정적인 미디어 서비스 시대, 즉 원시적인 커뮤니케이션 시대에 가장 중요했던 가치는
커뮤니케이션의 기술과 형식이었다. 소리를 기반으로 한 언어라는 매개체로 시작하여
공간의 한계를 깨뜨린 전화의 발명,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녹음기, 그리고 녹화장비의
발명까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형식과 도구의 표준화였다.
신문, 방송, 통신 등 매체의 퀄리티는 활자를 찍어내는 빠른 인쇄기술과 전파 권역, 통화
품질 등에서 결정되었다. 이 시기에는 플랫폼이 왕이었다.
플랫폼의 퀄리티와 독점성으로 인한 양질의 콘텐츠 수급으로 대중매체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부각되었고 방송의 경우를 예로 들면 케이블 방송, 위성TV 등의 등장과 함께
이른바 다매체 시대가 도래하였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소비가 본격화되고 이동형 멀티미디어 방송, 인터넷 프로토콜 TV,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스마트 TV 등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이 가세함에 따라 더 이상 플랫폼 자체의 파워로 광고
수익이나 유료 이용자를 유지하기에 한계를 느끼는 시대가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한정된
광고 시장을 다매체가 나눌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킬러 콘텐츠의 생산은 더욱 어려워지게
되었고 소위 '콘텐츠가 왕이다'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최근 광고 수익의 한계를 인식한 많은 콘텐츠 기업들은 유료화 시도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09년 8월,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미 유료화된 월스트리트 저널을 포함하여
더 타임즈 등 모든 온라인 뉴스 콘텐츠를 유료화하겠다고 밝혔고 뉴욕 타임즈,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다수의 대형 언론사들도 유료화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 다음 등 포탈업체의 유료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비롯해 지상파
콘텐츠 다시보기 등의 유료화가 진행되었으며 신문사도 유료화 방식에 관해 고민중이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뉴스 콘텐츠를 구독하기 위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전혀 없는
소비자가 전체의 7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훌루 역시 유료화 이후 콘텐츠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 고객은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란?
예전에는 방송 프로그램이란 말을 많이 썼는데 언제부터인가 콘텐츠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은 방송사의 편성PD가 정한 시간에 연출PD가 편집한 그대로를 일방
적으로 수용하는 개념이었는데 지금의 콘텐츠는 방송 프로그램의 일부 동영상, 스틸화면,
대본, 오디오, 삽입 음악, 소품, 출연자, 의상, 촬영지역 등의 모든 것이 콘텐츠 자체이며
시청 시간과 형식, 단말기까지 소비자가 선택하는 개념이다. 시청 후 감상평을 방송사
홈페이지에 올리던 시대에서 자신이 시청한 서비스에 맞게 올리거나 블로그 등에 자세한
리뷰, 관련 상품, 코멘트를 하게 된다. 그렇게 모든 것이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콘텐츠 배경 음악, 장소 정보, 출연자 소개, 관련 상품 등의 정보를 서비스 주체가 선별하여
서비스하는 것이 양방향 디지털 TV의 1세대라면 2세대 스마트 TV는 서비스 제공자가 소스를
오픈하고 업체 또는 개인이 원하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선택해 자신에게 맞는 정보를
자신에게 편리한 형식으로 소비하는 개념이다.
TV를 보면서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실시간 대화를 하며 시청할 수 있으며
관련 정보의 웹사이트 주소를 링크하여 멀티태스킹으로 확인이 가능하고 파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고 있으며 이는 웹이 2.0 시대를 맞이하면서 혁명적 발전을 이룩한 것과
같은 개념이다.
이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에도 아프리카 TV를 통해 원 소스를 다양한 형식으로
멀티태스킹하며 수백명의 VJ가 편성, 편집하여 송출하고 있으며 와이파이를 통해 현장에서
스마트폰 하나로 중계방송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 개념이 스마트TV를 시작으로 IPTV,
스마트폰, 스마트패드까지 연동되어 본격적인 디지털 환경으로 구현중이며 이용자가 많아지면
그 정보의 양과 깊이는 서비스 업체에서 제공하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해지게 된다.
콘텍스트의 개념은 무엇인가?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폰의 어플리케이션을 처음 실행하면 위치 등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묻는 경우가 많다. 이전의 정보가 단순히 카테고리 별 Depth 기능이었다면
이제 선택을 여러번 하지 않아도 설정에 의해 필요한 정보가 자동 서치되는 기능으로 발전한
것이다. 예를 들어 배달음식점을 찾는 어플을 실행하면 자동으로 자신의 주변에 가까운
배달음식점을 찾아 리스트, 또는 지도로 보여준다. 음식점의 정보와 무료 통화는 기본이고
이용해본 사람들의 리뷰, 사진 등까지 찾아볼 수 있다. 맞춤형 서비스인 동시에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올바른 정보를 찾아주는 편리한 맞춤식 기능인 것이다.
그런데 이 기능은 개발자와 이용자들의 참여에 의해 점차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Layer라는 증강현실 어플리케이션을 보면 카메라를 통해 실제 눈으로 보이는 영상 위에 가상
화면을 입혀 정보를 검색하고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카메라와 GPS, 디지털 나침반의
기술을 오픈하여 개발자가 얼마든지 활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 자신의 주변에 병원이 어디있는지 알아보려면 레이어 로컬 서치를 통해 피자,
커피샵, 병원, 학교 등의 카테고리로 검색할 수 있고 구글, 위키디피아 등의 검색 엔진에 있는
정보를 연동하여 검색할 수 있다. 또한 자신과 가장 가까이에서 트위터를 하고 있는 사람이
실시간 검색되어 카메라로 찍고 있는 영상에 방향과 거리까지 볼 수 있다. 그 사람과 대화를
통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이 어플에서 더 놀라운 것은 다양한 레이어를 사용자가 직접 만들 수 있고 자신의 위치에서
가까운 사람이 만든 레이어를 볼 수 있고 즐겨찾기로 등록해 놓을 수 있다. 이는 서비스업체가
절대 등록할 수 없는 방대한 양의 정보가 쌓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이 콘텐츠에 접목되면서
콘텍스트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이제 콘텍스트가 왕이다!
미래 콘텐츠 산업의 핵심은 콘텐츠 자체를 '잘 만들었는가', '재미있는가?'가 아니라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노출시키고, 어떤 방법으로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이다. 타깃의 성별, 나이, 성향, 위치,
인간관계, 재산 정도, 쓰고 있는 통신사, 타고 있는 자동차 등의 세부 사항을 식별하여 가장 적합하고
필요할만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콘텐츠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다.
하원규 전자통신 연구원 박사는 “네트워크가 이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적절한 처리를 해 줄 수
있을 정도까지 우수해졌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가능해진다”며 “기존 서비스가 ‘콘텐츠(Contents)’
서비스였다면 미래 네트워크의 서비스는 ‘콘텍스트(Context)’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정확한 개인 정보와 매칭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최적의 콘텐츠를 노출시켜
수익 창출 극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며 단편적인 콘텐츠 소비가 아니라 연계된 부가 서비스,
관련 정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공하는가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은 무한할 것이다. 또한 콘텐츠
이용자의 정확한 분석과 콘텐츠 매칭 시스템에 의하여 특정 타깃 광고를 노출할 수 있어서 광고 효과도
극대화되기 때문에 콘텍스트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콘텐츠 유료화, 광고 수익 극대화를 위한 전략은 이제 콘텐츠에서 콘텍스트로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