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무릎팍 도사 - 최일구 앵커 2편의 편집은 좀 이상했다.
이유가 뭘까?
물론 무릎팍 도사 편집이 원래도 매끄럽지 않았었지만
오늘은 마치 뮤직비디오처럼 빠르고 정신 없다.
1. 컷트가 많이 튀는 것이 긴박하다고 느끼는가?
많은 초짜 피디, 영화감독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액션이나 공포 영상 실습을 해보면
딱 그렇다.
컷트가 엄청나게 빠르고 거칠다.
그런데 진짜 무섭고, 진짜 긴박한 것은 한 컷트에 얼마나 많은 상황이 얼켜있는가를
관객이 이해하고 있을 때, 그 때가 가장 긴박하다.
컷트가 튀면 몰입을 방해한다.
물론 컷트가 계속 길면 지루하다.
긴 호흡과 짧은 호흡을 내용에 맞게 적절히 편집하는 것이 대가의 편집이다.
이것은 낚시를 하는 것이나 사랑을 하는 것이나 작곡을 하는 것이나
글을 쓰는 것 등등 인간에게 보여주기 위한 컨텐츠는 모든 것이 마찬가지다.
이걸 가장 잘하는 사람이 무한도전의 피디다.
그의 편집은 보는 사람의 숨을 가만히 따라 가다가
어느 순간에 시청자를 끌고 어디론가 마구 달려가며
또 어느 순간 숨이 턱 막히도록 정지를 시킨다.
오늘 무릎팍 도사는 이런 면에서 볼 때 최악의 편집이다.
2. 보여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나?
피디가 프로그램에 빠지면 프로그램은 100퍼센트 망가진다.
편집 전에 마취 주사를 놓듯 주인공에 대한 애정, 연민, 분노를 모두 잊어야한다.
왜냐하면
사전 취재에서 너무 너무 가슴아픈 소녀가장을 취재했다고 치자.
피디가 너무 슬퍼서 눈물을 흘리며 편집을 했을 때
시청자는 그것을 느끼는가?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피디가 이미 느끼고 있는 감정을 생략해버리기 때문에
자신이 볼 때는 한컷만 봐도 눈물이 주룩 주룩 흐르지만
시청자가 보면 "이게 뭐야?"
피디가 오버를 하게되는 것이다.
방송 편집의 가장 중요한 한가지가 있다.
90년대 초 대한민국 최고의 토크쇼가 있었다.
행복찾기라는 프로그램이다.
그 프로그램을 할 때 이런 일이 있었다.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컷트가 막 튀었다.
1,2,3,4,5, 6,7, 8, 9, 10의 중요한 편집 거리가 있다고 치자.
시간을 맞추기 위해 3, 5, 9만 편집하면 딱 맞을 시간을 나는 갖고 있다.
근데 1, 3, 5, 6, 9, 10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면
1-1, 3-2, 3-3, 5, 6-2, 9-3, 10-1, 10-2 이렇게 편집을 한다.
쉽게 말하면 1에서 조금, 3의 한부분, 5는 전부, 6의 중간부분, 9의 끝부분
뭐 이런 식이다.
선배가 나의 편집을 보고 이런 말을 했다.
"편집은 붙이는게 아니라 버리는거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찌릿했다.
선배는 나의 편집을 걸레같다고 했다.
많은 토크쇼 피디들이 했던 말...
편집의 가장 중요한 것은 뭉터기를 드러내라는거다.
아까운 것들을 포기하지 못하면 큰 것마저 잃어버린다는 것...
이건 인생과도 참 비슷하다.
그 때는 화가 치밀었지만
난 그 사건 이후 뮤직비디오 같은 편집을 버릴 수 있었다.
근데 오늘 편집이 딱 내 어린시절 편집 같았다.
좀 반갑기는 했다 ㅎㅎㅎ
3. 최일구 앵커 말이 재미가 없었나?
큰 재미가 없으면 잔 재미를 많이 보여주게 된다.
최일구 앵커의 말이 큰 재미가 없고 전부 작은 에피소드라서
어쩔 수 없었다?
그러면 2부까지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주말 MBC 뉴스를 살리라는 오더이거나 책임감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그런건지 모르겠다.
또 재밌는 일화가 있다.
한밤의 TV연예를 처음 만들었을 때
당시 차장, 지금 국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우리 엄마가 찍은 뮤직비디오라도 음악이 별로면 안튼다!
2006년 한밤의 TV연예는 연예 프로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보여줬다.
담당 차장 엄마가 뮤직비디오를 찍어도 안튼다는데
영화며 뮤지컬이며 연예인이며 프로그램에 도움이 안되면
어떤 출연 청탁도 받지 말라는거다.
4. 기타 의견으로
피디가 사고가 생겨서 AD가 편집을 했다?
편집한걸 다 날려먹어서 급하게 새로 편집을 했다?
뭐 모르겠다.
어찌됐건 무릎팍 도사가 생긴 이래 최악의 편집 및 구성이었다.
물론 프로그램이 늘 재밌으란 법은 없다.
근데 참 재밌는건 무한도전 같은 경우는 재미없는 아이템일 경우가 엄청 많다.
근데 김태호 피디는 그걸 살려낸다.
내용이 재미없으면 자막으로라도 살려낸다.
그래도 못살리면 다른 촬영분을 가져다가 붙여서라도 살려낸다.
김태호 피디는 악바리다.
만약 무도에 최일구 앵커를 출연시키라는 오더를 받았다면
거부했거나 출연시켜서 완전 망가뜨려서 무한도전식으로 만들었던가
그도 아니면 편집에서 날려버렸을 것이다.
무릎팍 도사가 잘나가니까 다양한 오더를 받고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무릎팍 도사를 사랑하는 시청자로서
이번 방송은 아닌 것 같다.
남들 사정 다 봐주다가 무릎팍 도사가 한방에 훅 가지말라는 법은 없다.
공격적이면서도 따뜻한 토크쇼로 오래가는 무릎팍 도사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