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학개론/카메라,렌즈 리뷰

개그콘서트가 뉴욕타임스에 나왔어?

GeoffKim 2010. 11. 12. 07:00



철학 개그콘서트







이게 뭐야?
뉴욕타임스에 나온 아마존 베스트셀러?

철학 개그콘서트...
배꼽 빠지게 웃기는 개그와 그 안에 숨겨진 철학을 배운다고?


그..짓말~~~

이런 류의 책들은 뻔해!

과학 콘서트, 뭔 콘서트...
배꼽 안빠지기만 해봐라!!!

철학을 모독하다니...

자, 그럼 책을 펼쳐보자!
어디 웃겨봐!!!



사실 오늘 기분이 참 안좋다.
이 책은 잘못 걸린거다.
어제... 빼빼로 한막대씩 거지 주듯이 먹어보라는 것들은
정말 재수없다.

이 책의 저자 두명도 토머스 캐스카트·대니얼 클라인...
둘다 하버드대 출신이다.

하대 출신이 웃기면 얼마나 웃기려고...



처음 시작, 들어가는 글!!!
안 웃으려고 참았는데 배실 배실 웃음이 새어 나온다.

이런 류의 개그를 집에 가는 버스에서 웃는다고 버스 개그라고 한다.
생각할 수록 웃긴다는 거지...


디미트리   아틀라스가 세상을 떠받치고 있다면, 아틀라스를 떠받치는건 뭐지?
타소          아틀라스는 거북이 등을 딛고 서 있지
디미트리   그럼 거북이는 뭐 위에 서 있고?
타소          또 다른 거북이지
디미트리    그럼 그 거북이는?
타소           내친구 디미트리여, 저 밑까지 다 거북이라고!



이게 첫 내용이다.
것참, 이상하게 웃기다.

참으려고 했는데 생각할 수록 좀 웃기다.

바로 무한 퇴행이다.

창조주가 아무 것도 없는 무에서 창조를 했다.
그럼 창조주는 누가 창조했나?
또 다른 창조주?

그러니까 저 밑에까지 다 거북이라는거냐?



Tortue
Tortue by laurent KB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또 하나의 철학 이야기...

모티가 집에 가보니 베프인 루가 마누라와 홀딱 벗고 침대에 누워있다.
루가 침대에서 뛰어나와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입을 열기 전에 잘 생각하라고, 모티. 너, 둘 중에 뭘 믿을 거냐,
나냐? 네 눈이냐?



Honeymoon Photos
Honeymoon Photos by freebird (bobinson|ബോബിന്‍സണ്) 저작자 표시




오호라, 이 책 되게 재밌다.



내가 오늘 아침 겪은 일을 이야기 해보겠다.


난 논문 제출 시한이 어제까지였는데 블로그에 글쓰느라
뷰 베스트 글하나 없으면서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완전 늦었다.


스트레스만 쌓이고 논문 서론도 안써지고
블로그에 댓글에 답은 해야겠고 답방도 한번씩 해줘야하고

정말 죽고 싶었다.

일주일 정도를 정말 스트레스로 죽어 살았다.



뭐 어떻게든 어젯밤에 논문을 제출했다.
오늘 아침에는 여유있게 아침부터 커피한잔 마시면서
운전을 해서 회사로 가는데

오잉? 온천지가 다 단풍이다.

허걱, 가을인가?






밤 사이에 단풍이 들고 낙엽이 떨어진건가?
하룻밤 사이에?


그럴리는 없다.

이전부터 슬슬 나뭇잎이 떨어지고 서서히 색이 변했을 것이다.

근데 내 눈은 그걸 못봤다.
존재하지만 난 인식하지 못했다.

내가 못본 것은 사실 없었던 것인가?
분명 없었는데...

그러니까 결론은 모티가 베프인 루를 믿어야한다.


눈이란건 어차피 아는만큼 보이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 있어도 못보는 것 아닌가?




책 소개나 하지, 왜 내가 책을 쓰고 있냐? ㅎㅎㅎ

아무튼 저자 두 사람, 철학을 아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위트도 있구먼...


이 책은 총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철학개그 콘서트 (양장)토머스 캐스카트(Thomas Cathcart),대니얼 클라인(Daniel Klein)
상세보기

1장_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 형이상학
2장_그게 말이 되는 거야? - 논리학
3장_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 인식론
4장_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를까? - 윤리학
5장_신은 존재하는가? - 종교철학
6장_실존이 본질에 우선하는가? - 실존주의
7장_그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이야? - 언어철학
8장_사회의 정의는 무엇일까? - 사회철학과 정치철학
9장_상대적인가, 절대적인가? - 상대성
10장_철학의 철학? - 메타철학



20페이지가 넘어가면서 약간씩 어려워진다. 아씨...
근데 어려워질랑 말랑 하면 개그가 나온다.
철학을 이렇게 까지 재밌게 설명하려고 애쓰는 두 사람이 귀엽기까지 하다.


실재가 어떤 구조로 되어있나?
어떤 것은 어떤 이유로 어떤 것이 되었나? 뭐 이런거다.

저자는 이렇게 개그를 친다.


초록색이고 벽에 달라붙고 지저귀는게 뭘까? 수수께끼다.
답이 청어란다.

솔이란 애가 질문한다.
청어가 왜 초록색이냐?
에이브가 대답한다.
초록색으로 칠하면 되잖아... 헐~~~

근데 벽에 붙지는 않는다고 얘기하니까 못으로 벽에 박으면 된단다.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건 본질적 속성우연적 속성이다.
어떤 것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철학이라면
본질을 캐내는데 구분하여야 할 것이 본질, 우연의 속성이다.

이걸 아리스토텔레스가 얘기했단다.


honest
honest by ashkan dehdari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코끼리는 크고 회색이고 주름이 있다고 하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요소를 본질적인 특성을 정의하는 요소가 아니라고한거다.

왜냐하면
작은 코끼리도 있고
회색이 아니라 회갈색인 코끼리가 있을 수 있고
주름없는 코끼리도 있을 수 있다는거다.

그러니까 크고 회색이고 주름이 있다는건 본질적인 속성이 아니라는거다.

좀 어려운가?


저자는 또 개그를 친다.

아스피린처럼 작고 둥글고 흰색은 코끼리일리가 없다.
어떤 사람이 이렇게 물어보겠는가?

" 제가 지금 먹는게 아스피린이에요? 아니면 일반적이지 않은 코끼리예요?"


ㅎㅎㅎ 약간 웃기다.



저자는 이렇 듯
정상적인 철학의 이야기를 계속 개그와 함께 설명한다.

자칫 어려워서 보기 싫어질 수 있는 곳곳마다
농담을 집어 넣었다.

그래서 참고 볼 수 있을뿐더러 그 농담을 기억하여 철학개념을 쉽게 암기할 수도 있고
또 많은 개그에 실제로 설명하고 싶은 이야기의 화두, 또는 상황이 들어 있다.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다.
물론 모든 개그가 웃길거라고 생각한다면 시시할 수도 있다.
한국 유머코드랑 정서가 약간 차이날 수 있으니...

그냥 위트있는 말들과 철학이 잘 섞여있다고 생각하며 읽으면 아주 재미있다.


너무 많이 이야기하면 저작권 문제 생기니까
살짝만 더  예를 들어보자.

14세기 신학자 윌리엄 오컴은 절약 원칙,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원칙을 만들어냈다.
카르납과 빈학파가 이 이론을 따랐다.

이게 뭔 이론이냐 하면 "이론은 필요이상으로 복잡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이작 뉴턴이 사과 떨어지는 것을 보고
"알았다! 저 사과는 그것을 위로 끌어당기려는 그렘린과
밑으로 끌어내리려는 트롤 사이의 쟁탈전에 끼어있었는데 트롤이 이긴거야!"
라고 말하면

오컴은 단순하게 제대로 말해보라고 했을거란다.

여기에 붙은 개그를 요약해보면

엄마가 타파웨어 파티에 갔다고 아빠가 딸에게 말하자
딸이 타파웨어가 뭐냐고 물었다.
아줌마들 여러명이 앉아서 서로 플라스틱 그릇을 파는거야!
그러자 딸이 웃으면서
뭐예요 아빠, 장난하지 말고, 말해줘요!

근데 실제로 타파웨어 파티는 아줌마들 여럿이 둘러앉아서 서로 플라스틱 그릇을
파는거란다.
다만 타파웨어사 마케팅 관계자들은 형이상학자들이라
그렇게 간단한게 아니라고 이야기할거라나...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많이 아는 상대성에 대해...

디미트리  친구, 당신 문제는 너무 머리로만 산다는 거야.
타소        누구랑 비교해서?
디미트리  음, 운동선수 아킬레스랑 비교해서
타소        왜 소크라테스랑 비교하지 않고?
디미트리  좋아, 이번에도 당신이 이겼어. 소크라테스에 비하면 당신은 멍청이야.

상대적 진실이란 제목으로
진실은 상대적인가, 절대적인가? 를 질문한다.


내가 좋아하는 매트릭스를 보면 장자의 철학이 들어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장자 이야기를 이렇게 언급한다.

고대 도교 철학자 장자는 자신이 나비가 된 꿈에서 깨어났다.
아니, 사실은 장자가 된 꿈을 꾸고 있는 나비였던가?


이 부분에 아주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라 그런가?

한번 잘 들어보시길...

한 하버드대 교수가 환각제를 마시고 실험하다가 깨달음을 얻었는데
환각에서 깨어나니 기억이 안나더란다.
손에 펜을 묶고 노트를 펴놓고 환각제를 다시 마셨는데
공책에는 이렇게 씌여 있었다.
"모든 게 석유 냄새가 난다" ㅎㅎㅎ

근데 이 교수가 말한 더 재밌는 철학적 문제...

환각제를 마셨을 때 그에게 떠오른 아이디어가 실제로 진부한 것인가?
아니면 환각제를 마시지 않으면 그 아이디어가 탁월한 것인지 깨닫지 못하는 것인가?


이런 식의 잘게 쪼갠 주제들...
이를테면
인과오류, 연역논리, 유비논증, 수리철학, 자연상태, 힘이 곧 논리다...
이렇게 하나, 하나의 짧은 이론을 두,세장 안에 개그와 함께 명확하게 설명한다.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다루는 철학의 철학, 메타철학까지
전 분야를 간략하고 재미있게 정의한다.


이 책을 읽고 "이제 난 철학을 알았다"라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철학이 이 책처럼 두,세장에 정의하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철학 전체의 용어와 정의를 짧고 재밌게 설명하여
철학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전체 틀을 한눈에 이해하는 걸로 쓰면
아주 유용하다.

그리고 나서 관심있는 분야부터 하나 하나 깊게 들어가면
처음부터 아리스토텔레스나 장자를 읽다가 포기하는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다.


철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철학이 무엇인가의 개념을 잡는데
매우 유용하고 재미있는 <철학 개그콘서트>를 여러분께 추천한다.



철학개그 콘서트 (양장)
국내도서>인문
저자 : 토머스 캐스카트(Thomas Cathcart),대니얼 클라인(Daniel Klein) / 김우열역
출판 : 럭스미디어(럭스키즈) 201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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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