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학개론/Medium format

핫셀블라드 X1D 일본 신주쿠 가부키초의 숨겨진 퇴폐거리, 신주쿠골든가이 골목

GeoffKim 2017. 10. 28. 18:41

도쿄 신주쿠.

이 어두운 하늘 아래.

내가 모르는, 내가 가보지 않은 골목이 몇 개나 있을까?

오늘은 신주쿠에서 길을 잃고 우연히 만난 퇴폐미를 간직한 묘한 거리를 소개한다.



핫셀블라드 X1D, 45mm f3.5


남자 혼자 호텔 방에 있다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싱숭 생숭 해지는 경우가 있다.

술도 끊었고 담배만 피워대다 무작정 걷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샤오미 미노트2



가부키초까지 왔다.

그냥 사람들 많은 곳을 따라오다 보면 여기가 나온다.

말 위에서 잠든 것처럼 여기까지 왔다.




가부키초 [歌舞伎町] 

가만 연구해보면 가와 부, 그리고 키라고 하는 부분이 왠지 일본어는 모르지만

한문을 대충 보면 음주가무 할 때 그 가무가 가부다.

가무를 가부라 읽다니 이 녀석들 귀여운데.


그러니까 가부키초는 그야말로 음주가무로 유명한 도쿄 최대의 유흥가라고 하면 되겠다.

그리고 일본의 은밀한 성인문화도 꿈틀대는 곳이라는데 괜히 일본에서 아무나 쫓아가지 마라!

정말 큰일 난다.

겉으로 보기에는 참 안전하고 투명하고 건전한 게임 천국, 식당과 상점이 모인 곳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상한 사람 따라 들어가면 해괴한 경험하고 돈 몇 백만원 날릴 수 있다.

어차피 몇백만원이라고 해도 몇십만엔 밖에 안되니까...

아무튼 요즘 사기 범죄도 많으니까 남성분들 아무나 따라가지 마라.

물론 여성들은 안 따라가겠지?



나는 성인문화를 싫어하니 비키니바에 갈 용기는 없고 

술도 끊었으니 일본인이 잘 하는 혼술을 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외롭고 쓸쓸하다.


그렇다고 일본까지 와서 인형뽑기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은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일본여행의 재미는 인형뽑기? (도쿄여행 신주쿠 가부키초)



하지만 요건 좀 뽑아 보고 싶다.

드래곤볼.




꼬치 너무 짜다.

라멘 너무 짜다.

안 먹어!!!





이 쪽으로 가면 예쁜 여성들과 삐끼들이 붙잡는 이상한 분위기가 있어서 잘 가지도 않고 또 사진찍기도 좀 그래서 한 번도 못가봤다.

그래서 그 유명한 로봇레스토랑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사실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로봇이 술을 따라 주나?


뭔가 와일드한 느낌이 나는 이 곳은.





가부키초 사상 최고로 많이 들어가보고 있다.

역시 그림과 분위기가 뭔가 야사시하다.





그리고 로봇레스토랑 뒷쪽으로 더 들어갔는데





이건 뭐 갑자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인지,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처럼 갑자기 숲 길이 등장했다.


나 드디어 미친 건가?





실화다.

난 이 길을 처음 와 본다.


그렇게 일본을 많이 왔고 도쿄 신주쿠는 동네보다 더 많이 걸었지만 여긴 처음이다.

분명히 환락가 가부키초였는데 이게 무슨 ...





헐!!! 역시 난 시간여행을 하게 된 건가?

여기는 백제인가?





하지만 시간 여행을 하게 되면 사진도 이렇게 시간의 흐름이 계속 끌리듯 찍히게 된다.

아무리 5축 손떨방이나 삼각대를 놓고 찍어도 시간여행 중에는 이렇게 찍힌다.





시간이 계속 흐르는 것이다.





음, 역시 여기는 가부키초가 아닌 것이 확실하군.

비밀의 숲.





너무 어둡다.

그런데 비밀의 숲 옆으로 정말 재밌는 뭔가가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로테스크하고 뭔가 퇴폐적인 느낌의 골목.






퇴폐라고 하면 이발소 같은 것이 생각나서 안 좋게 생각할 수 있는데 

내가 가진 퇴폐에 대한 느낌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그러니까 단어에 대해 다른 느낌을 갖고 들어간다는 것을 미리 양해.

신중현의 봄비나 미인을 들으면 나는 왠지 퇴폐미를 느낀다.


혹시 퇴폐미에 대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하신 분이 있다면 소개드릴 대한민국 역대급 가수.

김정미.



정말 미치게 만든다.

김정미. 신중현 사단의 보물, 시대를 잘 못 만난 아티스트.

노래를 한 번만 들어보면 광팬이 된다.


물론 그 감성이 있어야 한다.

이과는 느끼기 힘들고 예술계열이나 문과 쪽에서 책 많이 읽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수성인데



난 이걸 퇴폐미라고 부른다.

우리 인간에게 누구에게나 있는

그리고 그것을 확인 못하고 죽는 사람도 있는 

금단의 강을 건너게 하고 금단의 열매를 따 먹게 되는 그 상황,

그것을 우리는 퇴폐미라고 잠시만 부르겠다.


오해하지 마시기를.


그냥 넘어가기 서운하니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정미의 간다고 하지마오 듣고 갑시다.





저 괴상한 춤을 군사정권, 독재시대에 추었으니 당연히 금지곡에 이상한 몸짓은 북한과 암호를 주고 받는다고 간첩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냥 그 시절 자체가 코미디며 퇴폐미를 느끼게 한다.


여기까지 퇴폐미 단어 쓰는 것에 대한 컨센서스 작업.





고양이도 매달려 있고 골목 자체가 뭔가 묘하다.

바 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 결정했어! 오늘은 여기다.

나는 이 깜깜한 골목에서 핫셀블라드 X1D 중형 미러리스를 꺼낸다.

이게 찍힐까?





아!!! 찍힌다.

무슨 중형카메라가 핸드헬드로 십몇분의 1초에서도 찍힌다 ㅋㅋㅋㅋ

미친 카메라다.


고감도도 엄청 쓸만하다.

정말 중형계의 혁명이다.





그리고 나는 이 길의 이름을 몇시간동안 뒤져서 찾아냈다.

이 길에도 이름이 있었다.

일본어만 알았으면 쉽게 찾았을텐데 이것은 바로 신주쿠 골든가이였다.

무슨 007 시리즈 이름같지 않나?




1 Chome-1 Kabukichō, Shinjuku-ku, Tōkyō-to 160-0021 일본

goldengai.jp




가부키초 뒷쪽인데 대충 시청과 하나조노 신사 중간에 있는 작은 골목들이다.

마치 벌집처럼 작은 집들이 다닥 다닥 붙어 있다.





정말 이국적이고 일본적이며 퇴폐적이고 자극적인 느낌이 가득하다.

하지만 은근 문화 거리 느낌도 난다.




이런 젠장할 놈의 욱일기, 전범기 디자인.

저런 디자인 쓰는 우익 놈들의 제품이나 식당 등은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아마 저건 포스터인 듯.





바 간판 위에 걸린 그림.

기가 막히게 잘 그렸다.

이 어두운데서 이 색깔을 또 다 살려낸다.





여기서 또 핫셀블라드 X1D의 자랑을 하나 잠깐 하면

이게 16비트.





설명 필요없겠지?




뭐 이런 오구잡탕식 포스팅이 다 있지?

아무튼 신주쿠의 골든가이에 대해서 찾아보니 1950년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술집 200여 개가 밀집해 있는 곳이라고 나와 있다.

이 장소가 1950년대만 해도 매춘이 행해지던 사창가였다는데 1958년 매춘방지법이 시행됐고 이 사창가 골목은 술집 골목으로 변신한 것이다.


아! 역시 신주쿠 골든가이의 뿌리는 사창가였던 것이다.

이 골목에 들어오는 순간 뭔가 묘한 혼들이 콧속으로 훅하고 들어오는 느낌이 있었는데 1950년대 이곳을 떠난 여성들의 사연의 에너지였나보다.




외국인들도 상당히 많이 보였다.

그렇게 사진 찍는 곳은 아닌 듯 한데 카메라 들고 사진 찍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술집들이 저마다 캐릭터가 있고 자신만의 문화적, 예술적 역량을 발휘하여 아주 작은 바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은근 재미지다.




문화적 역량이 없는 곳을 가면 정말 한 군데 보고 나면 다른 곳도 다 똑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만두를 한 군데서 만들어서 납품 받으니 만둣국 맛이 다 똑같거나 기념품 공장이 한 군데라서 어딜가나 다 같은 기념품인 그런 느낌 아시지 않나?

중국이나 대만, 베트남 뭐 이런데 가면 어딜가나 다 똑같지 않나?


하지만 여기는 모든 집이 다 다르다.

다르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아, 정말 왜색이 짙다.

우리나라 독재시대에 이런 글과 사진 올렸으면 진짜 남산에 불려가서 손톱, 이빨 다 뽑힌다.

하지만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의 민주 정부 아닌가?

왜색 사진 그냥 올린다.





만들어진 쇼윈도 거리가 아니라 세월이 만든 삶의 흔적들이라 훨씬 느낌이 좋다.





신주쿠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정말 ㄷ ㄷ ㄷ 하다.



헐 맙소사!!!! 중형 1/8초. 말이 돼?

나 김감독이야!

 ISO3,200


골목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몇 개가 벌집처럼 있다.

그리 넓지 않으니 다 둘러봐도 괜찮겠다.





사진이 너무 많으니 일단 한 번 끊고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