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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내 인생 소현경 작가, 막장의 틀과 클리셰로 찬사를 받는 이유

cultpd 2017. 11. 12. 22:31


KBS 2TV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 시청률이 놀랍다.

지안과 지수가 바뀐 것을 모두 알게 되고 쫓겨나 갈 곳 잃은 지안의 자살 시도와 지수의 돌변한 태도에 황금빛 내인생 시청률은 36%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후 MBC 주말특별기획 돈꽃이 토요일 경쟁하면서 황금빛내인생 시청률은 주춤했으나 여전히 32.5%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돈꽃의 경우는 11일 토요일 1, 2부 연속 방송을 하여 1부는 10.4%, 2부 시청률은 11.7%를 기록했다.


주말특별기획 돈꽃도 매우 순조로운 출발을 기록했는데 11%라는 높은 시청률의 드라마와 맞붙어서도 32.5%라는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놀라운 기록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황금빛 내 인생을 어떤 드라마로 평해야 하는 것인가?



1. 막장 드라마의 틀을 그대로 유지한다.


소현경 작가의 매우 놀라운 부분이 이 부분이다.

드라마 작가는 막장 작가나 정상적인 작가로 나뉘지만 아주 드물게 막장을 활용한 정상적인 작가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부분 막장으로 흐르거나 아니면 정상적인 쪽을 고집하거나 결정이 나는데 특히 후반부로 갈 수록 더욱 강하게 그 색깔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소현경 작가는 매우 놀라운 밸런스를 유지하는 작가다.


정확하게 상투적인 막장극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드라마를 막장이 아니게 바꾸고 문학적으로도 의미있으며 빠른 속도감을 보여주며 글을 써내려 간다.


예를 들어 친딸과 데려다 키운 딸 중 재벌 집 친부모에게 친딸을 보낸다는 말도 안 되는 막장의 스토리를 가져온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 구조는 상투이며 막장이다.


그런데 소현경 작가에게 다른 점이 있다.




2. 그럴 수 밖에 없었음을 인정 받는다.


소현경 작가는 대놓고 막장으로 끌고 가며 그 상황때문에 벌어지는 기괴한 사건들에 집중하지 않는다.

소현경 작가는 막장이지만 막장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시청자에게 끊임없이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동의를 구하여 마침내 몰입하게 만든다.




물론 아무 생각없는 사람들은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과장만 하고 불쌍하게 만들고 억울하게 만들면 시청하겠지만 

웬만큼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동의 없는 과장에 불쾌해하며 

눈 뜨고 볼 수 없는 드라마로 낙인 찍는데 

황금빛 내 인생의 경우 친딸을 보내는 과정, 지안이 막장까지 내몰리는 상황, 지수가 변해가는 과정, 지안과 최도경이 좋아지는 과정 등을 끊임없이 반복 설득하여 마침내 인정하게 만든다.


소현경 작가는 시청자에게 끝내 막장이라 말할 수 없게 만든다.




3. 무섭게 빠른 전개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충격적이다.

보통의 막장 극은 가짜 딸을 보내는 과정은 짧게 처리하고 가짜 딸이 들킬까봐, 혹은 진짜 딸이 알아버릴까봐 조마조마한 부분을 길다 못해 질질 끌어 단물, 쓴물 다 빨아먹고 질릴 때까지 욹어 먹는다.

그런데 황금빛 내 인생의 가장 큰 충격은 질질 끌 수 있는 부분을 단 번에 밝혀버리고 다음 상황으로 돌진한다.




정말 역대급 전개 속도다.

주말극에서 이런 전개는 전무 후무하며 잘 모르는 아줌마들 데리고 놀려면 전개하지 않고 질질 끌면 작가는 휴가도 갈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소현경 작가는 무슨 정치드라마, 스릴러, 블록버스터 다루듯 지루할 틈 없이 극을 전개시킨다.


또 한 가지 예를 들면 지수의 눈물과 고통, 오해와 갈등으로 몇 주는 갈 수 있는데 갑자기 지수가 트렁크 끌고 내려와 자기 집으로 간다고 얘기하고 바로 친부모 사는 집으로 들어가버린다.




4. 결론.


황금빛 내 인생을 무시하고 대충 주말극이라고 안 보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막장의 틀과 클리셰를 가졌지만 그 내부에 들어있는 전개의 재미는 결코 막장이 아니다.

가끔 등장하는 소현경 작가의 글은 인생에 있어서 생각해볼만한 깊은 화두를 던진다.


소현경 작가는 투윅스나 두번째 스무살에서 대박을 내지 못했는데 두 드라마 공히 낯선 설정과 소재를 들이댔기 때문이라는 판단을 했던 것일까?

100번도 더 본 신데렐라, 콩쥐 팥쥐, 출생의 비밀, 자식 바뀌치기 등 수많은 클리셰 덩어리를 뒤죽 박죽 엮었다.

하지만 겉이 그렇게 보인다고 속도 그런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물론 이런 뻔한 틀 때문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는 있지만 오히려 이런 클리셰 때문에 황금빛 내 인생을 무시하고 안 보는 시청자들이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기에 이런 글을 남긴다.

속는 셈 치고 황금빛 내 인생 몇 편 보다보면 정주행의 길이 열릴 것이다.


사족을 붙이면 연기자들의 연기가 정말 좋다.

박시후는 완전히 재기했고 신혜선은 진짜 신데렐라가 됐다.

미워할 수 없는 서은수의 귀여움과 천호진의 힘없는 아버지 모습까지 최강은 아닐지 몰라도 최적이었다.

신혜선은 연말 시상식에서 주목할만한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