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비행이 죽기 보다 싫었다.
싫다기보다는 사실 공포였다.
어린 시절 자유를 빼앗기고 하늘을 바라볼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
담배도 못 피우고 아무데도 갈 수 없는,
공권력에 의해 구속되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공포였을까?
담배를 못피우게 하거나 하늘을 못보게 하면 발작을 일으킬 때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비행에서도 비슷한 속박을 느껴 거품을 물었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출장이 잦아지고 비행을 많이 하다보니 “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라는 위안이
어느 순간엔가 찾아왔다.
그냥 일반인 수준으로 답답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결말을 예측하는 일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경험이 나의 병을 치유하게 만들었다.
샌프란시스코다.
한 없이 자유로워 보이는 땅이다.
그 옛날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찾아오던 그 땅.
내가 그 땅을 바라보고 있다.
아무 정보도 없이 찾아왔던 샌프란시스코와 몇 번의 여행을 통해 경험을 얻게 된 샌프란시스코는 달랐다.
하늘에서도 케이블카가 보이고 금문교와 알카트레즈 감옥이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내가 바라본 금문교는 단지 관광객들의 워킹 코스.
지금 바라보는 금문교는 땅과 땅을 이으려는 인간의 오랜 고통 쯤으로 보인다.
언젠가 금문교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나에게 보일 것이다.
감옥이 보인다.
마피아들이 많이 묵었다는 그 감옥.
나를 속박하는 것은 감옥이 아니라 마음이다.
담배나 커피로 치유될 수 없는 병이
경험으로 치유된다.
우리에겐 “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거야”라고 말해줄 사람, 혹은 경험이 필요하다.
오랜 비행 끝에 터득한 지혜.
“역시 아무 일도 없었어!”
차를 빌려 샌프란시스코를 돌아다닐 작정이다.
목적지도 없고 정보도 없고 호텔 예약도 하지 않고 왔다.
방이 없으면 길 위에서 잘 생각이다.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