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도착.
허츠에서 렌터카를 빌리고 운전하다 너무 졸려서 잠시 빠져 나왔다.
어차피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찾아갈 목적지도 없는 여행.
차 안에 키를 넣고 잠궜던 그 장소.
이름 모를 그 장소는 구글에 의해 찾아졌다.
참 놀랍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구글 위치 기능을 켜놓으니 이제 사진에 GPS 정보가 없어도 대략적인 위치를 찾아준다.
내가 몇 시에 어디에 있었는데 사진의 촬영 시간이 비슷하니 여기쯤 있었겠구나하는 작업이다.
또는 사진 속 건물이나 피사체를 수많은 사람들의 사진 빅데이터를 통해 짐작하는 방식이다.
유명한 건물, 사람들이 많이 찍어서 올린 장소일수록 정확하게 어디인지 검색이 된다.
참으로 놀랍고도 무섭지 않은가?
그리하여 정처없이 내가 떠돈 곳이 레드우드 하이웨이에서 빠져나간 코르테 마데라라는 작은 쇼핑 타운이다.
이름도 예쁜 코르테 마데라.
차가 없었으면 이번 생에 가 닿을 수 없었던 미지의 공간이다.
그곳에 졸음을 쫓으려는 내가 있다.
올림푸스에 공간감을 불어 넣는 렌즈 45mm f1.2를 시험해 보았다.
코르테 마데라와 45mm f1.2 렌즈는 찰떡처럼 달라 붙었다.
꽃이 있고 음식점이 있고 백화점이 있는 이곳.
유명한 메이시스 백화점이 있고 GAP은 늘 그렇듯 푹풍 세일을 한다고 구라 치고 있다.
오랜만에 J.CREW라는 오래된 브랜드를 만나니 반갑다.
언젠가 프랑스에서 뉴망을 만났던 기분이랄까?
가끔은 명동에 있던 빌리지 옷 가게를 떠올린다.
지금 생각하면 싸구려 옷들을 찾아다가 빌리지라는 허름한 상표를 붙여 팔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그 옛날 빌리지는 날라리들의 자존심이었고 내가 날고 있다는 우쭐함의 증거 자료였다.
다른 친구들이 브렌따노를 입을 때 나는 빌리지를 입었다.
신발은 뽀리를 많이 당했지만 옷은 뽀리칠 수 없다는 장점이 있었다.
너무 오래 입어서 옷이 헤지면 빌리지 마크만 뜯어 내어 다른 옷에 오바로크 치곤 했다.
그런 쓸데 없는 추억이 떠오르게 하는 이곳이 코르테 마데라다.
이름이 엘비라 마디간과 닮아서 그런가?
록록해진다.
샌프란시스코에 크리스마스가 왔다.
상점가 한 가운데는 커다란 트리가 반짝이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다.
해가 지면 샌프란시스코 운전은 더 위험해질 것이고 나는 차 안에 키까지 넣고 잠궜으니 근처에서 호텔을 찾아봐야겠다.
호텔 검색은 직방이 아니라 호텔스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