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참견 시점,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
해당 뉴스 화면 캡처.
문제의 세월호 보도 장면: MBC 전지적 참견시점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MBC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에 대해 최승호 MBC 사장이 직접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사건은 전지적 참견시점에 출연 중인 이영자가 셰프를 소개 시켜달라고 주문하는 장면 후에 놀라움을 표현하기 위해 뉴스 장면을 빌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라는 장면을 넣은 것이다.
그런데 뉴스 장면 중 세월호 현장 사진이 뒷 배경에 있는 뉴스 장면을 블러 처리하여 삽입한 부분이 있고 이 때 자막에 어묵 자막이 떠 있었다는 것이다. 직접 해당 동영상을 한 번 보자.
세월호 사건 당시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베에서 희생자들을 어묵에 비교해 공분을 샀다.
생각해보면 정말 끔찍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로 세월호 영상과 어묵 자막이 만났다는 말을 믿을 수 있는가?
심의국 조사 결과 “조연출의 잘못으로 빚어진 것”이고 “조연출의 면담결과, 그는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뉴스 속보처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증언했으며, 세월호 관련 영상을 삽입한 것에 대해서는 ‘효과를 내기 위해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며 “조연출은 당시 배경만 흐리게 처리하고 ‘멘트’만을 사용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사건에 대해 밝혔다.
물론 꼼꼼히 보지 않은 제작진은 몰랐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블러처리와 이영자 PIP 효과, 자막 작업을 모두 조연출 혼자서 했을까?
짧은 장면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 짧은 장면이 제작과정에서 수도 없이 반복되어 여러 사람에게 노출되는데 단 한 사람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백번 양보하여 조연출이 일베가 아니고 어묵과 세월호의 연관 관계를 몰랐다고 하더라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세월호와 상관 없는 코믹한 장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세월호 사건 장면을 쓴다는 자체가 소름끼치게 무섭고 잔인한 일이다.
최승호 사장은 이에 대해 “가장 큰 문제는 세월호 영상인줄 알면서도 ‘흐리게 처리하면 세월호 영상인 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 점”이라며 “타인의 아픔이 절절하게 묻어 있는 영상을 흐리게 처리해 재미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MBC의 시스템은 그 나쁜 영상이 만들어지기 전에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만들어진 뒤에도 걸러내지 못했다”며 “당연히 제작진과 관리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하고 앞으로는 자료 사용에 대한 게이트키핑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조능희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조롱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수는 없다. 하지만 단순한 실수라고 볼수 없으며 방송사의 윤리 의식을 심각하게 훼손시켰다”며 “해당 조연출과 연출, 부장, 예능 본부장에 대한 징계를 사측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노무현 전 대통령 희화화 등 다양한 일베의 장난에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던 지상파 방송사들과 달리 최승호 사장이 직접 입장을 밝히고 제작진과 관리 책임자 처벌을 약속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하 최승호 사장 입장 전문
<전지적 참견시점>이 세월호 뉴스에 어묵이라는 자막을 사용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마무리됐습니다. 하필 세월호 뉴스 영상에 어묵이라는 자막을 결부시킨 이 사건이 터졌을 때 저 역시 불순한 생각을 가진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벌인 일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런 사건을 벌였을 때 자신에게 돌아올 결과를 생각한다면 감히 그런 일을 벌일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뉴스 영상과 어묵이란 자막을 결부시키는 일은 의도성이 있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저희는 내부 인사가 이 사건을 조사해서는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세월호 유족들을 변호해오신 오세범 변호사님께 조사를 주도해주실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오세범 변호사님은 민감하기 짝이 없는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수락해주셨습니다. 오세범 변호사님과 내부 조사위원들이 1차 조사를 한 뒤에는 세월호 유족 대표들께 조사 결과를 말씀드렸습니다. 유족들은 일부 사항에 대해 추가 조사를 당부하셨고 저희는 그 조사를 한 뒤 다시 결과를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제작진의 ‘고의성’은 없었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이고 계십니다. 당연한 반응입니다. 저도 그 점이 이해되지 않아 조사위원들에게 몇 번이고 되물었습니다.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인 행동이 있었다면 MBC는 그에 대한 강도 높은 책임을 물음으로써 좀 더 쉽게 시청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 행위가 아니라 MBC의 제작 시스템, 제작진의 의식 전반의 큰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MBC로서는 한 개인의 악행이라는 결론보다 훨씬 아프고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결론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세월호 영상인줄 알면서도 ‘흐리게 처리하면 세월호 영상인 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해 해당 영상을 사용한 부분입니다. 타인의 아픔이 절절하게 묻어 있는 영상을 흐리게 처리해 재미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식이 문제입니다. 방송의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편집하는 영상이 누군가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고민하지 않는 안이함이 우리 제작과정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입니다. 그리고 MBC의 시스템은 그 나쁜 영상이 만들어지기 전에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만들어진 뒤에도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MBC 제작진의 의식과 시스템을 바꿀 것인가. 당연히 제작진과 관리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을 할 것입니다. 또한 앞으로는 자료 사용에 대한 게이트키핑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하겠습니다. 방송 종사자들의 사회 공동체 현안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하겠습니다.
오늘 MBC에서 세월호 가족들의 꽃잎 편지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저는 다시 한 번 유족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올렸습니다. 그 자리에서 세월호 유족인 꽃마중 김미나 단장님은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는 영상, 물론 세월호 사건을 알리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그 장면을 쓰셔야겠지만 그 영상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 몸부림치는 장면이라는 것을 알면서 썼으면 좋겠습니다.”
김미나 단장님, 아니 건우 어머니의 말씀을 제 가슴 깊이 새깁니다. 아울러 그 말씀을 우리 MBC 구성원들에게도 반복 반복 또 반복해 들려주고 싶습니다. 세월호 뿐 아니라 우리가 다루는 모든 영상들은 그 영상이 찍힌 상황의 맥락이 제거된 채 재미의 소재로 사용돼서는 안됩니다.
물론 저는 MBC 구성원들의 진정성을 믿습니다. 어떤 방송사보다 더 큰 아픔을 겪었고 더 싸웠고 더 고민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충분한 것이었던가? 아직 우리의 성찰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번 사건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