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무겁고도 민감한 사안에 대해 꼭 문제 제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세월호와 유병언.
세월호의 진실을 담겠다던 영화 '그날, 바다'
그리고 유병언의 시신이 조작인지 밝히겠다던 다큐멘터리 '그것이 알고 싶다'
큰 관심을 갖고 봤던 두 편의 다큐멘터리.
큰 의미를 남겼고 진실에 다가가는 발걸음이 된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묘한 기분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날, 바다'의 경우 세월호 침몰 원인을 앵커침몰이라고 거의 확정하듯 주장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경우 유병언의 시신이 맞다고 거의 확정하듯 주장했다.
길고도 길었던 의혹과 토론은 이렇게 허무하게 결론 짓고 가는 것인가?
사진= 뉴스타파 캡처
세월호 보도에 앞장섰던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영화 '그날, 바다'의 앵커침몰설에 대해 답을 정해놓고 논리를 구성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공개토론회가 열린다면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날, 바다'가 어마어마한 것을 발견한 듯 앵커 침몰설을 주장하고 정부가 제시한 AIS(선박자동식별장치)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는데 뉴스타파는 앵커 침몰설에 대해 가설로서의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는 <그날, 바다>의 '해군 레이더 항적을 통해 분석한 결과, 세월호가 침몰 전 지그재그식 운항을 했다'는 주장도 사실이라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레이더의 작동 원리를 고려해 보면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월호 의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구속, 그리고 '그날, 바다' 방영 이후 급격하게 대중의 궁금증에서 사라졌다.
마찬가지로 유병언이 죽었고 "김기춘, 우리가 남이가?"라는 현수막은 단지 해프닝이었다는 것으로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질 것이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허탈한 이유가 있다.
그동안 그렇게 세월호와 유병언에 대해서 분노하고 퍼 나르고 응원하고 기다린 것은 과연!!!
우리가 알고 싶었던 그것은 과연!!!
유병언의 시신이었나? 아니면 세월호 침몰 원인이었나?
물론 그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그토록 알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시신 자체나 세월호라는 배 자체의 침몰 원인이 아니라
유병언과 세월호 사건의 전후 상황이었다.
영화 '그날, 바다'
그래서 '그것이 알고 싶다'나 '그날, 바다'를 보고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
유병언을 활용해 정부가 얻고자 하는 것이 있었고 덮고자 하는 것이 있었다.
태국 동굴 소년은 전원 구조하였는데 우리는 선장과 선원만 구했으며 죽음을 무릅쓰고 들어가겠다는 잠수사들도 막았으며 밤 새 구조작업을 한다면서 아무도 작업을 하지 않았던 골든 타임을 기억한다.
대통령 보고용 사진과 동영상 찍던 모습을 기억하고 피의자를 여관에 데려가서 뭔가 했던 것을 기억한다. 선원들의 이상한 행동을 기억하고 출동하겠다는 병력을 막고 다이빙벨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막았던 것을 기억한다.
유병언의 시체가 맞는지,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그 원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출항했는지, 기무사와는 어떤 관계였는지, 국가가 어떤 의도로 무엇을 막았는지, 무엇을 숨겼는지, 그것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지, 이것이 침몰 원인 못지않게 우리를 분노하게 만들었던 원인이었을 것이다.
사진= SBS8시뉴스
그러니 단순히 유병언 시신이 맞고 급하게 썩을 수 있고 풀은 액에 의해 누울 수 있고 그 장소는 적합한 장소였다는 것에 집중하고 그 전후 상황은 겉핥기로 넘어간 것이 얼마나 불편하고 허탈하겠나?
마찬가지로 '그날, 바다' 역시 너무나도 과학다큐처럼 새롭게 발견한 앵커 침몰설을 설명하는 것에 대부분의 시간을 써버린 것이 허탈할 수 밖에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이로서 세월호와 유병언의 미스터리가 종지부를 찍은 것처럼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화물 과적에서 앵커 때문이라는 것으로 사람들의 뇌내 실타래가 풀려버린 오류를 낳은 것이다.
진짜 속시원한 해결은 세월호 침몰의 간접적인 원인까지 밝혀지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벌을 받게 될 때다.
모든 것이 단순히 좌파의 가짜뉴스였다는 카톡을 노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현 상황에 당신은 정말 세월호 침몰 원인을 알고 있나?
그것이 알고 싶다와 그날 바다는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