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미래여행#2. 하늘에서 바라본 시안

GeoffKim 2018. 9. 27. 22:34


미래여행#2. 시안으로 떠난 나 순정과 친구 미래의 픽션 포토 스토리.

모든 사진은 소니 RX100VI로 촬영, 김감독 그레인 필름 프리셋 적용.





미래는 계속 자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계속 꿈나라다.

나는 늘 열심히 했고 미래는 늘 대충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미래는 나보다 좋은 대학을 갔고 좋은 직장에 들어갔다.

늘 나보다 앞섰던 미래는 며칠전 회사를 나왔다.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하는 대기업을 박차고 나왔다.




참 좋은 친구지만 미래만 생각하면 얼굴에 미소가 생기는 대신 고뇌가 퍼진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것이다.

안 해서 못하는 것은 인정하겠지만 못해서 안 되는 것, 그리고 해도 안 되는 것은 처참하다.

그 중 제일 처참한 것은 안 해도 되는 경우다.

우리의 미래는 잠을 쳐 자고 있다.

 


하늘이 참 아름답다.

땅이 아름다운 건가?


멀리 구름 사이로 뭔가 보인다.

가까이 가면 절벽일까?

여기선 수백명이 떨어져도 신문에 안 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미래가 보지 못한 구름 한 점을 카메라에 담았다.

일명 구름 한 점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보다 더 찍기 힘들다는 구름 한 점만 있는 하늘이다 ㅋㅋㅋㅋ

대체 너는 혼자 거기서 뭐하는 게냐?

예쁘다.

예쁜 구름.

시안에서 아무 것도 못봐도 만족할 정도로 예쁜 구름 한 점이다.





산을 뚫은 높은 도로는 협곡을 건너 굽이친다.






사람은 자연 속에 박혀 야금 야금 자연을 갉아 먹으며 자연스러운 척 살아간다.

우리 미래가 잠깐 깼다.

화장실에 갔다 오면서 컵라면을 두 개 가져왔다.

물까지 부어서 가져왔다.




정말 대단한 아이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코노미도 컵라면 줘?"라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답했다.


사람이 질문을 하면 그 질문에 대한 의도를 간파하고 대답을 이어나가야 대화가 되는데 

미래는 단절이다.

내가 묻고 싶었던 것은 분명 '이코노미는 컵라면 안 주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가져왔어? 달라니까 줘?' 라는 것이었다.

그런 질문이란 걸 모를 리 없을 두뇌를 가진 년이 그냥 '아니'라고 답하는 것은 분명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갱년기 울 엄마처럼 갑자기 뭔가 뜨거운 것이 가슴에서 훅 하고 올라오는 것을 느끼고 미래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너는 분명 내가 이코노미 손님에게도 컵라면을 주냐고 묻는 질문이 아니라 보통 이코노미 손님에게는 컵라면을 안 주는데 너는 어떻게 가져왔는지에 대해서 상세한 설명을 해달라는 물음인 걸 알고 있었을텐데 아니라고 답하는 저의가 뭐냐고?


미래는 답했다.




내 대답 '아니' 안에는 

아니 원래 안 줘. 하지만 내가 달라고 힘들게 승무원 구워 삶아서 하나도 아니라 두 개나, 그것도 물까지 부어서 기류 상태도 좋지 않지만 국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꼬불쳐왔다는 자랑이 숨겨져 있어.





이런 거다.

뭔가 많이 진 것 같은 느낌.

난 이걸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이 되는 숙명때문에 느껴야 했고 

회사를 관뒀다는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시안이라는 아름다운 동네에 가자고 의기투합 했을 때도

진짜 중국 여행을 가고 싶었던 것은 나이고 미래는 그저 중국판 아이폰 신형 모델을 사겠다는 생각 뿐이었다는

뭐 이런 이상한 패배의 향기를 느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진 거다.


 


일단 컵라면을 먹자.

먹고 싸우자!!!


호오!! 의외로 맛나다.

이코노미도 컵라면을 주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