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 PD나 작가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갖가지 채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언론고시라는 말은 옛 말이 되고 방송 제작을 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소양이나 지식 수준이 많이 낮아졌다.
오늘은 한글날을 맞이하여 종편채널 채널A의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를 중심으로 요즘 방송의 실태를 알아보자.
우선 방송 자막의 기본은 표준어를 써야한다.
이것은 사실 권장 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하는 원칙이며 방송인의 기초다.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의 실태를 보면 언어가 많이 파괴됐고 줄임말, 은어 등을 많이 사용하는 상황이라 트렌드를 반영하는 방송 채널도 변화할 수 밖에 없는 것까지는 인정한다.
하지만 굳이 표준어를 놔두고 비속어나 은어를 쓸 이유는 없다.
보통 출연자가 비속어를 쓰게 되면 심한 말은 이펙트로 처리를 하거나 오디오는 내보내고 자막을 표준어로 바꿔 주는 것이 정석이다.
방송을 보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올바른 언어 생활, 즉 사회에서 약속한 표준어를 공유하는 차원이다.
연예인들이 가장 많이 틀리는 말 중 '다르다'와 '틀리다'가 있다.
출연자가 틀리다고 잘못 말을 하면 자막으로는 '다르다'라고 정정해주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도시어부의 경우, 이경규가 하지도 않은 말을 제작진이 물음표를 달고 쓰고 있다.
사진출처 = 채널에이 도시어부 화면 갈무리
'놀래지'의 경우도 이경규가 한 말이 아니라 제작진이 한 말이다.
제작이란 것은 작가, PD를 말한다.
아무리 제작진이 어린 친구들이라 해도 이게 무슨 중학생 페이스북도 아니고 "헐랭"이란 말을 왜 해야 하는가?
어쩔 수 없이 재미를 위해, 혹은 문맥을 전달하기 위해 했다고 해도 옳지 않은 말인데 아무도 말하지 않은 정체 불명의 언어를 제작진이 구사하고 있다.
물론 재미를 위한 표현이나 귀여움 등을 표현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라면 가끔씩 조미료로 생각하겠지만 띄어쓰기도 틀리고 아무 의미도 없는 초중고생 어법을 왜 채널A에서 구사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아래의 경우도 충격적인데 샘이 게임도 안 된다고 말했는데 자막은 "쨉도 안 됨"이라고 올렸다.
이건 출연자의 잘못된 말을 바로 잡아야하는 자막의 기초에 정면 도전하는 짓이다.
혹시 못배워서 그런 것이라면 표준어를 찾아보거나 국문법 알려주는 곳도 있으니 전화로 확인하기 바란다.
'이였다'라는 말은 국어에 존재하지 않는다.
집에서 가족끼리 보는 홈 비디오도 아닌데 "이였어요 ㅋㅋㅋㅋ"는 정말 바-보같은 모습이다.
이건 도시어부 방송을 열심히 모니터링하여 찾아낸 자막 실수가 아니다.
한 편에 백 개 이상의 잘못된 자막이 등장하기에 10분만에 찾아낸 자막들이다.
그리고 드디어 방송에서 "놈"이라는 자막까지 쓰게 된다.
블로거도 '놈'이라는 단어 쓰려면 꼭 필요한가 여러번 고민해서 쓰는데 요즘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이라는 도시어부에서 꼭 이렇게 해야 재미를 담보할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도시어부의 자막이 제4의 멤버로 재미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쓸 데 없이 신조어, 외계어를 쓸 필요는 없다.
이 자막 실화냐?
PD가 고집한다면 작가들이 주장해야 하고 작가들이 못배워서 그렇다면 PD들이 검수하여 고쳐야 한다.
보수 우익의 기반에서 탄생한 채널A라고 해서 도시어부까지 꼭 진영의 특성을 따를 필요 있겠는가?
못배운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고 노력하면 된다.
하지만 낚린이라는 표현은 아무리 봐도 곱게 못넘어가겠다.
과거 일베에서 어린이와 로XX를 합성하여 로XX라는 말을 써서 충격과 분노를 산 일이 있다.
채널에이와 일베가 안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지만 그래도 낚린이라는 말을 아무 설명도 없이 쓰는 것은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채널에이의 주 시청층과 도시어부의 시청층은 서로 같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도시어부는 낚시를 하는 방송이지만 낚시인들을 위한 방송도 아니다.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주기 바란다.
사진 출처 = 다음포털 메인화면, 일베저장소 갈무리
오늘은 572돌 한글날이다.
기자, PD, 작가가 한글을 파괴하면 그것은 대중에게 분명 영향을 준다.
대중들이 모두 쓰는 신조어를 언론인이 받아들여 매체에 쓰면 그것은 공감이 아니라 공인(공개 인정)처럼 느껴진다.
아무 것도 모르는 청소년들이 방송에 나오는 말은 무조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여 시험 답안지에 낚시를 처음하는 사람에 대한 답으로 낚린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글과 언어는 사회의 약속이다.
가뜩이나 세대간 소통이 어려운 요즘, 시청률을 위해 언어의 장벽까지 만드는 악행은 저지르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