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
cliché [kliʃe]라는 단어의 뜻은 판에 박은, 진부한, 상투적인, 판을 뜬
그러니까 표절과는 다르지만 내용이 너무 많이 본 듯한 구성이나 주제, 소재를 말하는데
영화, 노래, 소설 등 문학, 예술 계통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클리셰 작품들이 평론에서는 호되게 비난 받지만 대중에게는 사랑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은숙 작가의 경우 클리셰와 독창성을 아주 잘 섞는, 드라마계에서는 이 분야 최고의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시크릿 가든 같은 경우에는 일본 만화에서 수천 번 봤던 클리셰를 중점으로 뻔한 쪽에 더 중점을 두며 인기 작가에 올라왔다.
특히 프라하의 연인이나 상속자들 같은 경우에는 그야말로 클리셰 덩어리였지만 태양의 후예에서 살짝 도전을 하고 도깨비나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큰 시도를 한다.
이제는 김은숙 작가를 클리셰 덩러리 작가라고 부르기 힘든 수준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드라마 남자친구를 만난다.
2018년 말 방영을 시작한 남자친구는 방영 전 판권 시장에서 이미 전문가 들에 의해 2018년 한 해를 통틀어 가장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다.
실패할 확률이 없는 드라마라는 소리가 나왔고 판권 전쟁이 펼쳐졌는데 작가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송혜교와 박보검이라는 흥행 보증수표의 등장이 남자친구에 판돈을 올인하는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정말 살다 살다 이런 클리셰 드라마는 처음 보는 수준이다.
낯이 뜨거울 정도로 인류의 문학 역사상 가장 많이 다룬 삼각관계와 남자판 신데렐라를 그대로 베끼는 수준이다.
사진 = 드라마 남자친구 캡처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대체 송혜교, 박보검이 이 대본을 왜 선택한 것이냐고 의아해했다.
특별한 것은 쿠바라는 여행 느낌.
그 이외에는 정말 판에 박힌 스토리로 흘러간다.
남자친구 시청률은 굉장히 재미있다.
남자친구 최근 시청률은 9.7%, 게다가 결방까지 했다.
드라마 완성도를 위해서라고 하는데 이는 제작 시간을 못맞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남자친구 제작진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촬영이 늦어져서 결방 사태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99%는 작가의 대본 문제이기 때문이다.
1%는 연출자 문제가 아니라 CG ㅋㅋㅋ
아무튼 초유의 사태다.
그냥 인기 예감 드라마가 아니라 최고 기록을 예상하던 드라마이기에 더욱 멘붕이다.
솔직히 말하면 송혜교, 박보검이 아무 것도 안 하고 앉아서 먹방만 해도 10%는 나온다.
사진학개론 사진전 다음 주 생방송에 소개될 작품들 제 2버전을 살펴보며 고민에 빠져보자.
자, 그렇다면 사진학개론에서 보는 드라마 남자친구 본론.
창작자는 늘 클리셰에 시달린다.
물론 아마추어일 때는 남의 작품을 보고 배워 에펠탑도 찍어보고 단풍 든 산도 찍어보고 바다도 찍어 본다.
좋은 DSLR과 비싼 렌즈를 사면 주위에서 너도 나도 칭찬하고 좋아요를 눌러준다.
그 흥에 겨워 아마추어는 더욱 클리셰에 빠지고 사람들이 이미 본 것 같은 사진을 찍어 댄다.
유튜브에 있는 쓰레기 사진 강좌를 보며 여자친구의 발을 들게 하고 반영 사진을 찍고 이럴 땐 로우 앵글, 이럴 땐 노출오버를 감행한다.
그런데 굉장히 재미있고 의미있는 부분이 있다.
남자친구가 장나라, 최진혁의 황후의 품격 (시청률 17.9%)에 맥도 못추고 있다는 것은 소름끼치도록 의미있다.
여기서 중요한 말을 하나 남겨야겠다.
대중을 믿지 마라! 하지만 대중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대중은 위대했다.
대본이 아카데미 작가반 수강생 수준이라도 박보검, 송혜교만 출연하면 무조건 본다는 생각은 대중을 잘못 판단한 것이다.
물론 자기만 알아듣는 멋진 메시지를 내놓고 혼자서 흐뭇해하는 사람도 문제지만 말이다.
아래 사진학개론 방송을 보면 그 위험한 외줄타기가 잘 표현되어 있다.
우리는 늘 클리셰를 안고 있고 그 유혹의 손길을 벗어나지 못해 끌려 다닌다.
혹은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대중과의 소통을 차단하거나.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미 들어 있는 것을 건드리는 것이 훨씬 빠르고 효과적이라는 것.
예를 들면 스마트폰에 이미 게임이 깔려 있고 온라인 데이터만 왔다 갔다 하는 게임이 훨씬 빠르다는 것.
만약 기본 툴이 스마트폰에 없고 매번 새로 깔려면 오래 걸리고 불편하여 사람들은 게임을 하기도 전에 포기하게 된다.
이미 들어있는 감성과 정보를 건드리는 것이 대중의 심금을 울리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비결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정보의 홍수 시대에는 사람들이 몇 초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대중에게는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와 의미부여가 분명 있다.
이 두개를 적절히 섞는 것이 바로 모든 예술 작품에서의 고민이고 번뇌다.
아직도 사진이 많이 남아서 수요일 밤 9시 사진학개론 생방 전에 다 봐야하는데
좋은 사진이 너무 많다.
아무래도 좋은 사진들을 모두 올려놓고 한 번 더 줄이는 작업을 거쳐야 할 것 같다.
지금 상황으로 방송하면 이산가족 생방송 될 지경이다.
그래도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그 와중에 여러 고민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다.
사진학개론 사진공모전 참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