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학개론/약간 이상한 사진강좌

김감독 사진강좌 #11 사진작가 신디 셔먼의 셀카 제목은 왜 모두 무제인가?

cultpd 2019. 1. 16. 18:35

난 모델이 없어서 인물 사진 촬영을 못한다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난 해외 여행을 갈 돈이 없어서 멋진 사진을 못찍는다는 말과 똑같다.

여기 아주 좋은 예가 하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사진 순위에 들어있는 신디 셔먼(Cindy Sherman, 1954년 1월 19일 -) 미국 사진작가를 보라.

그는 현대 사진의 대표 인물로 스타 작가이다.

뛰어난 구성사진(Constructed photography)으로 유명한 신디 셔먼의 피사체, 인물은 바로 그 자신이다.


신디 셔먼 (Cindy Sherman | Cynthia Morris Sherman) 사진작가

출생 1954년 1월 19일, 미국

학력  뉴욕주립대학교버펄로대학 순수예술

수상

1999년 핫셀블라드 상 

1997년 루드비히 박물관 볼프강 한상





세상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사진 중 하나로 꼽히는 사진.

Untitled #96. 

제목이 무제인데 사진작가 신디 셔먼(1981년)의 사진은 무려 390만 달러, 약 42억 원에 팔렸다.

치마와 바닥 타일의 패턴이 잘 어우러진 이 작품의 모델이 누구냐 하면 바로 작가 자신 신디 셔먼이다.


이전에 B급 느낌과 퇴폐미를 사랑한다고 해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B급 정서와 퇴폐의 미학을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


신디 셔먼, 〈무제 no.92〉 1981년


물론 감정이 없는 사람들은 신디 셔먼의 작품 활동을 그저 셀카로 무시하거나 초기 작품들을 사진이라기 보다는 이상한 잡지나 저속한 나르시시즘으로 폄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신디 셔먼은 처음 핀업 걸의 사진들을 모방하여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을 하고 사진을 찍었으니까... 

그것이 바로 <무제 영화 스틸 시리즈>이다.





과연 신디 셔먼은 사진 작가인가? 아니면 모델인가?

그가 재밌어 한 것은 셀프 포트레이트를 찍는 것이었고 독특한 분장과 분위기 연출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니 종합 예술인이나 아티스트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은 사진이었기에 그는 사진 작가다.

멋진 풍경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셀카를 찍는 사람들을 무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디셔먼의 컨스트럭티드 포토그래피= 구성사진 작업은 분명 사진 예술에 한 획을 그었고 미술계에서 인정 받고 있다.


"무제 영화 스틸 #13(Untitled Film Still #13)" (1978), 

고급이냐, 저급이냐의 의미가 과연 현대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대중 예술은 저급하고 클래식은 고급이라는 생각 자체가 무너진 지금, 그의 작업은 매우 앞서가는 것이었고 도전적인 것이었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신디셔먼의 작품에는 제목이 없다.

언타이틀이라는 제목이 말하듯 신디셔먼은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설명도 강요도 하지 않는다.

가부장제 사회 속 대중매체에서 여성의 이미지가 소모되는 방식을 비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단순히 보여주는 것인지 신디 셔먼은 말하지 않는다.

단지 표현한다.

과거 모델을 기용해서 작업을 할 때 그 모델들이 무언가 표현하려 하는 욕구때문에 신디 셔먼은 모델들과 작업을 못하고 자신이 직접 연기한다는 것으로 기억한다.


Cindy Sherman, Untitled #153, 1985


신디셔먼은 변화무쌍하게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바꿔 나간다,

상업, 대중 미디어에 등장하는 판에 박힌 인물로 변신하고 그가 결정한 순간을 선택해 사진으로 찍는다.

그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인간이 정하려는 의미, 시각적인 유추, 이미지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복잡한 해석들.

사실 신디 셔먼의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모방도 아니고 반항도 아닌 그저 그대로의 풍자, 역설이 느껴진다.


"나의 역량과 노력의 결과로 얻어진 작품들은 허구적인 영화스틸 혹은 인물사진이 아니라 진실된 삶에 더 접근하고자 하는 것이다. 좀 더 내면적인 행동이 요구된다. 나는 매우 인간적인 형태와 아주 추악한 형태를 부각시켜 왔다. 지금 나는 숨기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이겨내려 하고 있으며 사람의 몸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처럼 보일 수 있는 지 모든 가능성을 완전히 대상화시키기 위해 실험하고 있다" 

신디 셔먼의 말이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마디로 해석하면 그냥 사진을 보고 느끼면 되는 것.


그래서 늘 신디셔먼의 작품 제목은 무제다.

이제 우리도 셀프 인물 사진을 한 번 찍어보자.




신디 셔먼의 인스타그램 바로 가기

https://www.instagram.com/cindysherman/?hl=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