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이라고 하면 눈살 찌푸리고 래퍼라고 하면 일진에 성 관련 추문에
랩이라고 하면 욕지거리에 힙합 뮤지션이라고 하면 사회 부적응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힙합 뮤지션이 못 배웠거나 머리가 나쁘거나 감정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다만 강해보이는 것이 멋있다는 정신 무장으로 그 연약한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것일 뿐.
눈물이 나려하면 욕을 뱉고 두려움이 엄습하면 깨갱 대신 집어던진다.
하지만 쇼미더머니 시즌8 6회에 방송된 음원 배틀 중 기리보이가 프로듀싱한 '바다'라는 곡을 들어보면 우리 힙합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과 대안을 보게 된다.
기리보이 자체가 행복 바이러스 적인 웃음과 태도를 가지고 있기에 음악에 그것이 고스란히 녹아들었고 공연을 한 우디 고차일드, 최엘비, 서동현, 영비, 칠린호미는 음악에 맞게 자신들을 변화시켜 색다른 옷을 입었다.
이것이 아티스트다.
세상에 고통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 음악에도 배리에이션이 필요하고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가 아티스트의 내공을 입증한다.
'바다'에는 거친 파도와 시련이 있고 또 잔잔한 평화와 만선의 행복이 있다.
힙합은 어두워야 한다는 치졸한 생각에 우디 고차일드, 최엘비, 서동현, 영비, 칠린호미는 밝은 에너지와 선한 행복으로 맞섰다.
특히 영비는 고통의 표상이고 세상 다 산 것 같은 염세주의자 초딩의 모습이었는데 이번 무대에서 아티스트처럼 음악을 잘 해석했다.
귀엽고 선한 노래에도 영비가 염세주의를 노래했다면 그는 그것밖에 안 되는 동네 놀이터 래퍼지만 이번 무대에서 영비는 기도를 했고 밝은 곳을 향하여 항해를 했다.
그래서 더욱 감동적인 무대였다.
모든 고통 혼자 이고 진 것처럼 인상 쓰는 젊은이들.
그들을 대변하는 힙합 전사들의 어둡고 탁한 가사들.
오로지 돈을 좇는 막장 래퍼들.
서로 물고 뜯으며 센 척해야 멋있어 보이는 줄 착각하는 어린이들의 랩.
그들에게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훌륭한 무대였고 감동적인 노래였다.
기리보이와 쇼미더머니8 제작진, 그리고 음악을 잘 이해하고 해석해준 아티스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6회] BGM-v크루 <우디 고차일드, 최엘비, 서동현, 영비, 칠린호미> - 바다 (Prod. 기리보이) @음원 배틀
https://tv.naver.com/v/97058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