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못 찍는 법이 의외로 인기가 많군요...
자기 사진도 올려달라고 메모리 카드를 들이미는 후배 덕분에
아주 재밌는 비교를 더욱 더 강도높게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근데 못찍은 사진이라고 해도 좋은가봐요 ㅎㅎㅎ
암튼 아주 평범한 똑딱이 캐논 IXUS 80 IS가 참여했습니다.
워밍업으로 지난 번에 말씀드린 내용부터 확인해보죠.
먼저 전형적인 기념 사진 콘셉트를 탈피하자!
LX3로 찍은 분의 사진입니다.
이런 사진은 사실 60년대부터 시작된 전형적인 카메라 포즈입니다.
다리를 꼬고요... 한손을 허리에 붙이고, 또 한손은 나무나 벽 등에 기대는 ㅎㅎㅎ
역시 피사체를 가운데에 두려는 초보자의 노력이 엿보이는 사진입니다.
좀더 잘 찍은 사진을 볼까요?
모델을 가운데 두지 않고 왼쪽으로 몰고 오른쪽에 여백을 주었군요.
스타벅스 마크가 보이면서 이 곳이 별다방이란걸 알 수 있게 했군요.
같은 스타벅스, 같은 카메라로 저는 어떻게 찍었을까요?
제가 찍은 사진입니다.
완전히 다른 사진을 찍었군요...
이번에는 제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a55 쥔장에게 한번 찍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흑백으로 한번 변환해봤는데요...
오잉! 저보다 잘 찍었군요 ㅎㅎㅎㅎ
역시 요즘은 카메라가 다 좋다보니 기술보다는 기획, 구성력이 더
관건인 것 같습니다.
인물 사진은 정가운데, 인물이 잘 보이게 찍어야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면서부터
사진의 재미가 시작됩니다.
여기까지가 지난 이야기였는데요...
오늘 말씀드릴 부분은 바로... 사진찍을 때
입니다...
스타벅스에서 사진을 찍을 때 누구를 찍어야겠다라는 생각보다
무엇이 이곳을 특별하게 하는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테이블이 예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나올 수 없었던 사진을 보셨죠?
근데 인물만 뚫어지게 보고 머리 왼쪽으로, 웃으라고 아무리 연출해봤자
그냥 얼굴 사진이 나오는겁니다.
무엇을 찍을까를 생각하기에 앞서...
사진을 찍기 전에 주위를 둘러보고 어떻게 찍을까를 고민하면
확실히 다른 사진이 나옵니다.
같은 길을 걸으며 네 사람이 한번 대결을 펼쳐보겠습니다
한분은
상점을 찍었습니다.
또 한분은 멋진 간판이 있는 골목길을 찍었습니다.
상점보다는 느낌이 더 좋군요...
그리고 또 한분은
눈이 소복히 쌓인 간판과 강아지를 찍었군요.
자 그럼 오늘 처음 대결에 참여한
가장 저렴한 캐논 똑딱이 쥔장은 무엇을 찍었을까요?
저 모자 쓴 분이 바로 오늘 똑딱이의 주인공인데요.
눈 쌓인 창을 찍고 있나봅니다.
자 그럼 이분의 사진을 한번 보겠습니다.
허걱!!! 멋집니다.
전 사실 이 분의 사진은 아예 생각도 안하고 있었습니다.
캐논 익서스 중에서도 오래된 버전을 들고 뭔가 열심히 찍고 있는데
워낙 카메라가 안좋으니 무시했던거죠...
근데 사진이 ㅇㅇ 놀랍습니다^^
이건 창에 눈으로 만들어진 패턴입니다.
게다가 사진을 찍고 있는 저의 모습도 앵글로 넣었군요.
역시 사진은 카메라가 찍는게 아니라 사람이 찍는건가 봅니다.
제 사진을 보겠습니다.
담배 광고 사진에 눈이 묻은 것이 뭔가 의미있는 듯 하여
이야기가 있는 사진을 찍으려 노력했는데요...
근데 말이죠.
저는 첫 대결에서 싸구려 똑딱이로 찍은 사진에 1등을 주고 싶습니다.
제가 똑딱이에 졌습니다 ㅜㅜ
카메라 가격은 60배 정도 차이납니다! 흑흑;;
자, 그럼 심기일전해서 두번째 대결을 펼쳐보겠습니다.
이번 대결은 많이 내린 눈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보겠습니다.
먼저 a55로 찍으신 분입니다.
운행을 포기한 인력거가 폭설을 느끼게 해줍니다.
느낌 좋네요.
다음 선수는 d3100을 든 분입니다.
팔려고 내놓은 예쁜 소품들이 눈에 맞은 모습이군요.
예쁩니다.
아주 즐거운 사진이네요.
우리의 문제아, LX3 선수입니다.
아!!! 오랜만에 괜찮은 사진을 찍었군요 ㅎㅎㅎ
사람을 오른쪽에 배치하고 왼쪽 길을 많이 보여줬고요...
하단에 공백에는 눈덩이와 발자욱이 보여서 괜찮네요.
다음은 갑자기 나타난 다크호스 IXUS80을 든
그 분의 사진입니다.
아!!! 이거 역시 좋네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쓰러진 자전거에 쌓인 눈...
전 이렇게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 좋습니다.
관찰이 없다면 이런 사진은 불가능합니다.
멈춰서 존재하는 피사체에 이야기를 만들어 줌으로서
피사체는 나비가 되고 구름이 됩니다.
살아 움직이는 겁니다.
사연이 사물을 움직이게 하고
상징이 스틸을 훨훨 날게 합니다.
제 사진을 보겠습니다.
그냥 아이스크림 집 간판이지만
눈이 아이스크림처럼 흘러내려 마치 녹은 아이스크림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주위를 잘 살피고 이야기를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저 아이스크림은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보여도 그냥 아이스크림 간판일 뿐입니다.
하지만 전 사실 오늘 글을 쓰며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난 과연 치열하게 관찰하고 있는가?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는가?
캐논 익서스80으로 찍은 초보자의 사진을 보며
많은 것을 느낍니다.
원래 이런 내용을 쓸 작정은 아니었는데
오늘의 주제가 바뀌는 순간입니다.
익서스에 들어있던 메모리, 그 안에 들어있던 소중한 사진을
여러분과 함께 꺼내보겠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고 이 분이 어쩌다 좋은 사진을 실수로 찍은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분은 유명한 사진의 기법 중 하나인 패턴을 배치하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산 위에 배치되어 있는 나무 구조물들이 삐뚤 빼뚤 자연스럽게 패턴을 이루어
묘하게 잘 어우러집니다.
여러 사진에서 이 분의 디자인적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아쉬움이 남는 사진이지만
패턴을 표현하려는 사진사의 느낌이 잘 담겨 있습니다.
이것이 패턴인지, 좋은 구도인지... 그런 생각도 못한 채
그냥 예쁘니까 찍는 것, 어쩌면 그것이 세상의 모든 이론, 법칙의 시작이 아닐까요?
다음 사진은 비슷한 사물을 제가 찍은 것입니다.
나뭇가지가 벽에 붙어서 눈꽃이 핀 것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리 예쁘지 않군요.
좀 더 가까이 가고 싶었지만 저의 이상한 카메라와 렌즈가 한계를 보이는 순간입니다.
아무튼 저는 어떻게든 주위를 살펴 이야기를 만들려 노력합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익서스의 거친 사진이 더 좋아보입니다 ㅜㅜ
다음은 오타루의 유명한 철길에서 기념사진을 제가 찍은건데요.
눈에 묻힌 철길을 표현하고 싶었는데요...
바로 옆에서 익서스 소녀가 같은 장면을 다른 구도로 찍은 모습입니다.
오늘 열받게 이 분의 사진이 제 사진보다 더 좋아보입니다 ;;
다음 사진을 한번 보십시오.
비닐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행인을 순간 포착했네요.
비닐 우산과 눈내린 거리가 잘 어울리지 않습니까?
느낌이 있는 사진입니다.
똑딱이답게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순간포착에 강하기 때문에 상당히 자연스럽고 리얼한 사진이 담겨 있습니다.
행인들의 모습이 그야말로 역동적으로
자연스럽게
리얼하게 담겼습니다.
다음 사진을 보시면 눈이 덮여서 KFC 간판이 사라진 모습이 있습니다.
이런 느낌이 좋습니다.
좋은 사진은 어떤 사진일까요?
오늘은 제가 족보도 없는 똑딱이 소녀에게 완전 KO당한 날입니다.
하지만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이번 강좌는 여러분보다 제가 더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밑의 사진을 보십시오.
눈보라가 심해서 저의 비싼 카메라를 숨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혹시라도 기스날까, 눈 맞을까봐 무서워하면서 처마 밑에 숨어서 주로 찍는
저의 모습이 참으로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위의 열악한 상황에서도 쪼로록 구도가 참 잘 배열된 모습은
똑딱이 사진사의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역시 사진을 잘 찍는 법은 좋은 카메라로 찍는 것도 아니고
조리개를 잘 조절하는 것도 아닌...
관찰과 집중, 열정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똑딱이 진사에게 다음 편에서 반드시 복수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