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뉴스 리뷰

아이리스엔 있고 아테나엔 없는 것!

GeoffKim 2010. 12. 20. 06:30







아테나, 전쟁의 여신이 시청률 25퍼센트를 넘긴 것은 경이로운 숫자다.
정말 경이로운 숫자다...


왜냐하면 아테나가 아이리스의 후속작이 아니라는 것이 만천하에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속았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아테나는 아이리스2인가?





첩보 액션이라서?
대규모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이라서?


내가 보기엔 단순하다.

제작사와 메인 작가가 같아서이다.


아이리스
태원엔터테인먼트, 에이치 플러스
연출 김규태, 양윤호  | 극본 김현준, 조규원, 김재은

아테나
태원엔터테인먼트, 에이치플러스커뮤니케이션
감독 김영준, 김태훈, 황정현 | 극본 김현준, 유남경


태원, 에이치플러스, 김현준...

뭐 이정도 아닐까?


아!!! 중요한 것, 제목이 '아'로 시작한다 ㅎㅎㅎㅎ


아이리스보다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뭐가???
뭐가 강해졌다는건가?


그래... 수애의 액션이 강하다. 니킥 죽인다.
제임스 본드 같은 정우성의 액션도 강해졌다.

공중에서 떨어져 조수석에 사뿐히 앉아서 웃는다.



암튼 시청자와 배우, 방송사, 협찬사, 수입사 모두 속았다.
결론적으로 아이리스2가 아니었다...


아이리스는 왜 괜찮은 작품이었나?

아이리스의 김규태 PD는 그들이 사는 세상, 이 죽일 놈의 사랑을 만들었던
감성있는 유명 프로듀서다.
양윤호 감독은 유리라는 철학적인 영화서부터 리베라메, 홀리데이, 바람의 파이터 등을 만든
정말 장르 불문하고 적응 잘하고 열심히 만드는 감독이다.

촬영현장에서 만난 양감독은 한국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배우 최민수를 모시고도
끝까지 문제없이 영화를 만들어낸 사람이었다.

액션 씬 연출도 동선도 조명도 위치도 시간도 모두 컨트롤하는 대배우 최민수 형님을
그렇게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대한민국에서 양감독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TV PD와도 잘 어울렸을 것이다.
TV의 장점과 영화의 장점이 잘 섞였다.

태원이라는 역사 깊은 영화사가 처음엔 TV에 대형 작품을 내기가 좀 두려웠을거다.
영화계에 피디가 가면 모두들 코웃음을 치고 비웃는다.
문법이 다르다고...

그렇다! 같은 영상 작업이지만 TV와 영화는 엄연히 다르다.
영상 문법의 ABC가 다르고 글쓰는 법부터 호흡이 모두 다르다.


아테나의 감독은 마지막 선물, 무영검의 연출을 맡았던 김영준 영화감독이다,
김태훈 감독과 황정현 감독은 누군지 모르겠는데
아마도 영화 제작 쪽 관리, 투자 등을 담당한 프로듀서로 예상된다.
아무리 찾아도 필모그라피를 찾을 수 없다.(두분께 죄송합니다)

어쨌든 제작사 태원에서 모든 스태프를 영화인으로 구성했다고 밝혔기 때문에
영화인인건 분명하다.

아이리스가 영화같은 드라마 영상 느낌이었다면
아테나의 영상은 완전 필름으로 만든 영화느낌이다.


아이리스에서 자신감이 붙은 태원이 이제 방송 피디가 필요없어졌는지
아니면 SBS가 아이리스2를 가져오느라 제작사 의견을 더 많이 들어준건지 몰라도
방송 피디가 없다.

뭐.. 피디가 없어도 재미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아테나 1, 2회에서 피디가 없는 드라마가 어떻게 되는지 여실히 헛점이 들어난다.


영화는 크고 굵게 스토리 라인을 그린다.
100분 내외의 영화에서 디테일 설명하다가는 영화가 완전 드라마처럼 허접해진다.

거꾸로 드라마에서 크고 굵은 스토리 라인만 따라가다보면
시청자들은 잔 재미가 없다.


정우성은 놀이동산에서 첫눈에 반해서 장난감 총 몇번 쏘면서 즐거워한다.
상상도 하고 쫓아다니기도 하지만 전혀 떨리지 않는다.

뭐가 있어야 떨리지...!!!

영화계의 많은 감독들이 김탁구나 시크릿 가든 같은
뻔한 클리쉐 덩어리를 상당히 우습게 본다.

그러나...

그 클리쉐에서 오는 떨림과 공감을 알아야 한다.
떨림은 뻔함에서 오고 긴장은 예상대로 맞아떨어질 때 생긴다.

귀신이 나올 것 같다가 나와야 무섭고 긴장되는 것이지
그야말로 갑자기 등장하면 놀라기는 하나 무섭지 않다.


이병헌은 대학교 강의실에서 김태희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뭐 여기까지는 똑같다.

근데 김태희에게 잘보이려고 수업에 관한 걸 암기해와서 보란 듯 발표를 한다.

김태희는 뻔하지만 차한잔 하자는 이병헌에게 술한잔하자고 하고
뻔하게 남자보다 더 술을 잘 마신다.
정준호도 같은 여자를 좋아하고 뻔하게 삼각관계로 간다.

그 뻔함 속에서 사람들이 공감을 한다.


근데 아테나에서는 총만 쏘고 애꿎은 화장실만 부순다.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장난감 시계를 보고 사람들이 모여든다.

뭔 얘기를 하고 싶은건지 모르겠다.

드라마가 보이질 않는다.


사람들을 데리고 가지 않고 혼자서 마구 뛰어간다.
시청자가 늦게 오면 빨리오라고 질질 끌고 가는 듯 하다 ㅎㅎㅎ

연출자가 빠지기 쉬운 가장 큰 오해는
빠른 컷에 어마어마한 액션, 총질, 차 뒤집히면 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게 절대 아니다...
 
오랜만에 본 정우성이 이제 불쌍하기까지 하다.


아무리 멋진 축구경기라도 박지성이 있는 경기보다는 재미 없다.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의 현란한 게임보다도 한국대 일본 경기가 더 재밌는 것은
사람이 보이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멋지게 싸우든, 유동근이 죽었다가 살아나든
뭔 이윤지 알아야 긴장이 될 것 아닌가?

느닷없이 만나고 느닷없이 싸우고 느닷없이 도망간다.

누가 우리 편인지, 누구를 증오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덤블링을 해야할거 아닌가?


아이리스엔 드라마가 있고 아테나엔 드라마가 없다.
아이리스엔 공감이 있고 아테나엔 공감이 없다.
아이리스는 끝났고 아테나는 이제 시작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니 몇주 정도는 정우성과 수애 보는 맛으로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시청자를 끌고 다니면 시청자가 지친다.

지치려고 TV 보는게 아니니까...


아테나의 변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