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학개론/약간 이상한 사진강좌

스트리트 포토그래퍼에게 큰 의미를 주는 레깅스 촬영 대법원 판결

GeoffKim 2021. 1. 10. 09:25

 

 

대법원이 레깅스를 입은 여성을 몰래 촬영한 남성에 대해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2심 무죄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의 판결을 했다.

요즘처럼 스트리트 포토그래피가 대중에 의해 다양하게 촬영되는 시기에 한국적 상황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판례가 되겠다.

 

https://youtu.be/eM0XH7IDtIg

 

사건 개요



지난 2018년 5월 A 씨는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출입문 쪽에 서 있던 피해 여성 B 씨의 뒷모습을 휴대폰 동영상으로 몰래 8초 정도 촬영했다.

A 씨의 진술 "얼굴과 몸매가 예뻐 보여서 8초가량 짧게 촬영했다"

이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1심 재판부는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미지 출처 : 코지아이 is.gd/0zPzK8

 

피해 여성이 레깅스를 입고 있었던 것이 성적 수치심에 관한 판결에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B씨는 당시 둔부 위까지 내려오는 헐렁한 어두운 회색 운동복 상의를 입고 있었고 하의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레깅스였다.

노출 부위는 목 윗부분과 손, 발목 등이 전부였지만 레깅스의 특성상 엉덩이부터 종아리까지 몸매가 드러나는 형태였다.

몸매의 굴곡이 드러나는 B 씨의 하반신을 촬영한 것에 대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1심 유죄 판결

1심은 촬영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판단, A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유

"피해 여성이 입고 있던 레깅스는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는 취지.
또한 피해자 노출 부위가 목과 손·발목 등이 전부였고 신체 부위를 확대 촬영하지 않았다는 점,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 등의 근거

피해자가 경찰 조사에서 "기분이 더럽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나, 왜 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 진술도 성적 수치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오원찬 부장판사 판결에 대해서는 로톡 뉴스에 따르면 증거 능력에 대한 부분이 나온다. 이 부분은 범죄와 상관없이 복잡한 문제가 있으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news.lawtalk.co.kr/2153

2심 "압수수색 영장 없었던 것 문제 있다⋯'증거 능력' 없어 무죄"

의정부지방법원(재판장 오원찬 부장판사)은 "A씨가 현행범 체포 현장에서 임의제출한 휴대전화기에서 복원한 사진만 증거로 제출된 일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유죄 판결의 이유


"피해 여성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 레깅스를 입었다고 해서 제3자가 이를 함부로 촬영할 권한은 없다"

"스스로 노출한 부위라도 몰래 촬영하면 범죄"

"촬영의 맥락과 결과물을 고려할 때 B 씨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

"일반인의 시야에 드러난 신체는 일정한 시간 동안만 관찰될 수 있고 기억에도 한계가 있지만, 이런 모습이 촬영될 경우 고정성과 연속성에 의해 인격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개성 표현 등을 위해 공개된 장소에서 스스로 신체를 노출했다고 해도 이를 몰래 촬영하면 연속 재생, 확대 등 변형, 전파 가능성 등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둔부와 허벅지의 굴곡이 드러나는 경우에도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몰카 성범죄 대상이 반드시 '노출된 신체'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활용된다는 게 A씨의 무죄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했다.


피해자가 경찰에서 한 진술도 2심 판단과 다르게 성적 수치심을 느낀 것으로 봤다.

"인격적 존재로서 분노와 수치심의 표현으로 성적 수치심이 유발됐다는 의미로 충분히 이해된다"

피해자가 성적 자유를 침해당했을 때 느끼는 성적 수치심은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분노, 공포, 무기력, 모욕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성적 수치심의 의미를 협소하게 이해해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이 표출된 경우만을 보호의 대상으로 한정하는 것은 피해자가 느끼는 다양한 피해 감정을 소외시키고 피해자로 하여금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을 느낄 것을 강요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성적 자유에 대한 개념을

`원치 않는 성 행위를 하지 않을 자유'에서 `자기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로 확대한 최초의 판시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성 범죄에서 항상 염두에 둬야하는 것은 '난 그런 의도가 없었다'가 아니라 '상대방이 그렇게 느낄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스트리트 포토그래피를 즐겨 찍는 사진가들에게는 더욱 큰 고민을 주는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