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TV 프로그램 리뷰

우리 이혼했어요2 나한일 유혜영 편 진짜 의미는! 배꼽 잡다가 울다가 설렌 장르를 알 수 없는 매력

cultpd 2022. 4. 21. 18:57

 

결혼, 이혼, 육아, 과거 스타의 예능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나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남의 가정 이야기를 알고 싶지도 않았고 재미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우연히 보게된 우리 이혼했어요 시즌2, 줄여서 우이혼2에서 왜 사람들이 이런 류의 프로그램을 보는지 알았다. 사실 다른 유사 프로그램을 본 적이 거의 없어서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 이혼했어요 2는 상당히 잘 만든 고퀄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티비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

물론 예능 프로그램으로 분류되지만 사실 다큐멘터리에 가깝고 그 퀄리티 덕분에 드라마로 느껴지기도 했다. 카메라 앵글은 드라마 촬영법을 따랐다. 믈런 스케치성 카메라도 등장했지만 대부분 캠코더, 액션캠 거치식 예능 시스템이 아니라 DSLR 등 정식 카메라팀이 촬영하는 제대로 된 영상으로 몰입감이 매우 좋았다.

처음엔  사오정처럼 유혜영 말을 못알아듣는 나한일의 허당미가 배꼽을 잡게 만들었고 요즘 예능식 속도가 아니라 천천히 진행되는 호흡이 매우 낯섦을 제공해 신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보다보니 나한일의 귀에 보청기가 꼽혀 있는 것이 보였고 나한일이 유혜영 말을 안 듣고 직진식으로 행동하거나 말을 잘 못알아듣는 것이 청각의 문제였다는 것을 알고 세월의 덧없음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세월은 나한일도, 유혜영도 여유롭고 미루어짐작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했다.

티비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

 

불같이 뜨거웠던 결혼, 그리고 이혼, 또 다시 결혼, 그리고 이혼.

나한일은 오래된 연인 정은숙과 옥중 결혼까지 했었다. 

참으로 주위에서 보기 힘든 뜨거운 인생이다. 

 

티비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

 

우리 이혼했어요 시즌2를 보게된 첫번째 이유는 사실 유혜영의 매력이었다. 패널들은 유혜영이 화낼 법도 한데  화를 안 낸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말이었다. 유혜영은 유혜영 식으로 고급스럽고 조용하게 화를 표현했다. 이것이 굉장한 매력으로 다가왔고 멋있어 보였다.

조용한 유혜영의 느릿한 말투에 나한일도 천천히 장고 끝에 답을 한다. 이 모습이 텐션을 이끌어냈고 폭소가 계속 터지게 만드는 요상한 매력이 있었다. 

옛날 남자들은 참 가정을 돌보지 않고 막살았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것이 멋인 줄 알고 또 자상함이 부끄러움인 줄 알았다. 그래서 무뚝뚝해보이고 말 안 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나한일은 유혜영이 시키는 모든 것을 듣고 행동하는 따뜻함을 보였다. 

물론 쓸데없는 것은 말을 잘 듣고 중요한 것은 말을 안 들어서 인생을 망치는 남자들이 많다. 나한일 역시 해동검도에 빠지고 수많은 사업에 관여하면서 교도소까지 가게되는 비참함을 겪었고 오죽했으면 옥중에서 이혼까지 당하게 된다.

세월이 흘러 보청기를 끼고 들어야하는 상황까지 와서야 지켜보게 된 아내의 잠든 모습.

티비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

쇼파에서 음악을 들으며 잠든 유혜영의 사진을 찍는 나한일의 투 샷은 드라마고 영화였다. 많은 말이 필요없었다.

오히려 자막이 방해될 정도로 그냥 박정운의 오늘 같은 밤이면이라는 노래로, 표정으로 모든 것이 느껴졌다.

압권이었다.

세월이 흘러 인생을 마감할 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감정의 소용돌이가 잦아들면 바람도 느껴지고 하늘도 보이고 소리도 들리게 된다.

나한일, 유혜영의 대화는 바람 같았고 하늘 같았고 보청기를 통해 귀로 전해지는 말이 아니라 가슴으로 전해지는 말들 같았다.

오랜만에 추천하는 예능 프로그램 '우리 이혼했어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