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TV 프로그램 리뷰

우리 이혼했어요 시즌2 최고기 유깻잎 공개 열애 제작진에 실망한 이유

cultpd 2022. 4. 23. 16:31

 

‘우리 이혼했어요 시즌2’가 시작되면서 나한일 유혜영 부부의 귀여운 모습에 빠져 시즌1까지 시청하고 있다.

이혼한 부부가 만나 하지 못했던 말을 하면서 앙금을 없애고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공개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결혼의 의미와 인간의 삶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촬영 방식이나 전개가 매우 탄탄하여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드라마 같고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인생이란 드라마고 영화 아니던가?

 

 

그런데 말이다.

이영하와 선우은숙이 오랜만에 단 둘이 만날 때의 설렘, 나한일과 유혜영 부부의 못다한 말들, 후회와 오해, 세월의 덧없음과 용서 들이 그 사람들이 살았던 시대의 음악과 함께 고급스럽게 다가왔고 때론 눈물을 흘리고 때론 박장대소를 했다.

우리 이혼했어요 시즌2의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기준 수도권 시청률  7.1%, 분당 최고 시청률은 8.5%까지 높은 수치를 보여줬다. 그리고 시즌 1에서 화제가 됐던 출연자 최고기와 이깻잎이 게스트로 등장한다. 제작진은 장사를 아주 잘하는 스타일이라 TV조선의 요구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깻잎이 최고기 아버지, 전 시아버지를 찾아가는 장면까지 나왔다.

심지어 유깻잎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 열애를 밝힌 모습을 시청한 아버지의 발언을 공개하며 프로그램은 점입가경으로 흐른다.

 

 

재회 스토리는 재회의 장면이 핵심이고 그 이후의 에피소드를 지켜보는 맛이다. 하지만 제작 여건 상 새로운 유명 이혼남, 이혼녀를 계속 섭외할 수 없으니 재회 이후의 이야기를 계속 욹어먹는 것이 필연적이다. 화제가 되면 길게 가고 시청률이 낮으면 짧게 정리하는 수법과 동시에 언제 방송 펑크가 날지 모르는 위험한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라 계속 새로운 등장인물을 찾아 촬영하고 있어야 하는 형식이다.

이런 여건 때문에 재회의 떨림은 사라지고 회가 거듭되면 재혼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인지 모를 정도로 프로그램 정체성이 사라진다. 특히 가장 불편했던 것이 유깻잎과 최고기라는 젊은 부부다. 혼전 임신으로 결혼을 한 것인지 끝없이 생겨나는 불쾌감, 그것은 이 친구들이 재회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솔잎이를 만나면서 애틋함에 포커싱하는 것이 아니라 장모와 시아버지의 갈등에 집착하는 까닭일 것이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2

방송 사상 최초로 혼수에 관한 갈등이 모자이크 없이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사실 그 뒷 사정은 이 집 식구들 밖에 모를 것인데 피상적으로 패물 돌려달라, 공개 연애하는 것이 불편하다, 인사 한 번 한 적이 없다는 등 방송 카메라 앞에서 하기 힘든 말까지 쏟아낸다.

사실 여기까지는 그냥 우리 이혼했어요 작가와 PD 들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솔잎이는 어떻게 할 건가? 전 국민에게 노출된 아이의 미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좀 심하게 예상해보면 재결합 생각도 없는 유깻잎과 최고기가 이렇게 방송국에 협조적으로 촬영을 하는 것은 최소 관종이거나 십중팔구 돈을 위해서다. 최고기는 유튜버이고 유깻잎도 유튜버로 수입을 얻고 있으며 두 사람은 경쟁하듯 구독자를 늘려나가는 분위기다. 방송국도 최고기도 유깻잎도 모두 서로를 이용하여 상업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같은 이유로 시아버지와 장모를 설득한 것 까지도 이해한다.

그러나...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던 솔잎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최고기는 솔잎이를 등장시키며 유튜브 브이로그를 진행하고 있다. 채널에이의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 출연한 최고기, 유깻잎 전 부부. 이 역시 보통 사람이라면 출연하기 힘든 콘셉트의 방송이지만 그들은 출연했고 솔잎이를 출연시켰다. 오은영 박사가 왜 솔잎이의 일상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냐는 질문에 최고기의 첫번째 이유는 수입 때문인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참 놀라운 것이 최고기, 유깻잎 전 부부를 보면 자신의 장기를 활용하여 연예인이 되는 케이스와 달리 자신의 환경을 활용하여 연에인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케이스의 유명인이 되기 위해서는 이슈를 많이 만들 수록 좋은 것이 당연하다. 그러니 공개 이혼 생활을 공유하는 것이고 새로운 남자와의 공개 열애까지 방송하는 것이 당연하고 수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아이는 무슨 죄인가? 자신의 인생을 세팅하기 힘든 나이에 부모의 세팅으로 연예인이 된 솔잎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게 아역 배우나 트롯 신동과는 다른 일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까? 솔잎이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 아니라 부모 상황의 극대화를 위해 솔잎이는 희생당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고민을 해본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서 오은영 박사는 트루먼 쇼 증후군이라는 말을 했다. 실제 삶과 괴리감을 느껴 삶을 둘러싼 모든 것을 거짓으로 믿는 질환이라고 한다. 실제로 유튜브 법규에도 아이 출연 콘텐츠는 성인 콘텐츠만큼이나 큰 제약을 두고 있다.

왜냐하면 부모 등의 어른이 아이들을 이용해 콘텐츠를 만들 때 아이의 인권이나 노동, 근로에 관한 자기 결정권 없음에 대한 배려, 아이들의 정신적 문제와 스트레스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것이다.

그리고 솔잎이는 다섯 살, 부모가 이혼할 때를 정확히 기억하고 숨이 안 쉬어졌다고 말한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캡처

 

솔잎이는 엄마, 아빠를 닮아 머리가 비상한 것 같다. 이 상황을 모두 알고 있고 엄마와 헤어질 때 때를 쓰지 않고 열흘마다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이용을 당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방송에서 아빠가 어려운 형편이라 자신이 도와주고 있다는 말을 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불쾌하다. 아무리 어리고 철이 없는 부모라고 해도, MZ 세대라고 해도 부모라는 것은 항상 똑같을 거라 생각했던 내가 너무 꼰대인가? 게임 유튜브 저작권 문제때문에 망한 최고기가 먹고 살기 위해, 딸을 위해 하는 노력이라고 보는 것이 맞나? 근데 힘들지 않은 부모가 어디있나? 돈 못버는 부모가 이들 뿐인가? 그래도 모든 부모가 이렇게 방송 출연으로 돈을 벌지는 않는다. 

솔잎이의 극단적인 상황이 유튜브 구독자 늘이는데 도움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과연 이혼한 사람들을 떳떳하게 이해시키고 재회와 부부 갈등, 결혼의 세태와 의미를 공감하게 하려는 제작진의 의도인가? 이렇게 계속 극단적으로 치달으면 섭외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시청자는 점점 불편해지게 될 것이다. 폭주 기관차가 철로를 이탈하지 않도록 잠시 속도를 늦춰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