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역사를 보면 연출자는 선악 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해 때로 편집을 덧붙여 강조하여 보여주기도 하고 생략하여 약화시키기도 한다. 그런 점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의 게임2에 등장한 이런 역대급 얄미운 캐릭터는 본 적이 없었다.
분명 수능만점자 출신이라 믿고 게임을 맡겼던 이진형 출연자가 엄청난 실수를 저질러 팀이 박살이 났다. 10점, 20점 차이가 나야 정상인 게임을 백만 점인가 차이나게 만든 이진형은 통곡을 했고 눈물 후 팀 내에서 탈락자 후보를 선정하는데 당연히 자신을 지목하라고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가고 싶지 않다며 후지이 미나를 지목했다.
이것이 수능만점자의 클라스인데 수능 시험을 잘 본 사람들을 대표하여 욕을 먹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고 아울러 나라 망신까지 느껴진다.
실수를 인정하고 당당히 탈락 후보가 되어 다시 게임을 펼쳐 올라와야 하는 정상적인 뇌구조와 달리 무조건 남을 밟아야 자신이 산다는 수능 시험의 폐해를 보여주는 것 같아 몹시 보기 힘들기도 했고 일본 사람에게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줘서 같은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움 마저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냥 한 개인의 찌질함으로 치부하며 참아보려 했지만 이렇게 글까지 쓰는 이유는 이 팀 전체의 찌질함이 더욱 가관이었기 때문이다. 이진형과 현성주는 브레인이라서 남겨둬야하니 찌질한 수능 만점자 이진형을 남기고 후지이 미나를 탈락시키자고 만장일치하는 모습!
이것은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가 사회 생활을 하며 흔히 목격하는 장면이기에 더욱 화가 치밀어올랐다. 정의보다는 자기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양심을 저버린 넉스인지 뭔지 하는 래퍼와 하승진 등 그 일당들의 모습은 그로테스크하고 토가 나오는 장면이었다.
특히 후지이미나를 쫓아다니며 계속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려하는 역겨운 모습까지 보인 이진형의 행동을 참아내는 후지이미나는 굉장히 바른 사람이었고 용감한 사람이었다. 이 대목에서 또 다시 한국인의 찌질한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대체 왜 저런 대표성 없는 찌질한 것들만 섭외해서 한국인의 자존심까지 욕보이는 것인가?
히틀러의 나치도 그랬고 일제시대 일본군, 일제 앞잡이 매국노들도 그랬다. 살기 위해 민족을 팔아먹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정의를 외면했으며 우수한 종자를 말살하기도 했고 남기기도 했다. 그야말로 인간의 끝을 보게되는 극악무도한 상황에서 펼쳐지는 잔인함이다.
이런 내용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봐야한다니 참 대단하다. 시즌1에서도 정치와 암투때문에 짜증났지만 그것은 극적 긴장감으로 봐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인간 이하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처단하는 정의로운 사람들도 존재했다. 그런데 하승진, 이진형, 넉스 그룹에는 찌질한 인간들만 있었고 후지이미나가 한국 말도 잘 못하고 아이큐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여 왕따를 시키는 모습이 연상됐다.
후지이미나의 직업은 배우이고 게이오기주쿠대학 인간과학과 학사의 학력을 가지고 있다. 참 운도 없는 사람인데 맥심 표지 모델로 공개된 화보는 김병옥 성범죄 미화 논란으로 묻였고 김기덕 영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은 김기덕 미투 사건때문에 묻혔고 드라마 닥터탐정은 시청률이 저조했고 코로나19로 한국 활동이 중단되었다. 이후 4년 만에 피의 게임2에 출연한 것인데 이번에도 불운이 계속될 것인가?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유일하게 두 번의 데스매치를 갔던 후자이미나. 게임의 왕 현성주를 데스매치에서 누르고 또 다시 생존한 것이다. 외모나 말투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주는 대목이다. 프로그램의 재미는 더욱 증폭되었고 후지이미나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은 커진 상태다.
이 찌질한 연합의 찌질한 인생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물론 이름도 알리고 의대 다니는 수능 만점자의 프라이드도 세상에 알리겠지만 중요한 것은 너희들의 찌질함도 매우 널리 알려질 것이다.
정말 오래된 부모님의 말씀을 끝으로 남긴다.
"먼저 인간이 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