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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떡 같은 오디션 현역가왕과 싱어게인3의 차이

GeoffKim 2023. 12. 29. 11:02

 

현역가왕을 보며 트롯 가수들의 애환을 느끼며 눈물 지을 때가 많다. 누구는 운이 좋아 스타의 자리에서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누구는 운이 없어 장똘뱅이처럼 시장을 도는 현실. 그 애환에 손뼉 치며 응원하고 있었는데 이 잔인한 오디션 프로그램 현역가왕은 엔카 가수와 한일전을 표방하고 나왔지만 실력으로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흥미 위주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물론 예능 특성상 재미 요소를 가미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시작부터 자체 평가전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정당한 점수를 받지 못하게 하였다. 비밀 투표로 해놓고 전국민에게 공개해 버리는 재미를 주었는데 재미와 상관없이 실력자가 탈락의 위기를 맞는 괴이한 상황을 만들게 된다. 조정민 노래가 신나서 춤을 추느라 투표 못 했다는 핑계를 대며 라이벌을 탈락시키려는 가수들의 진흙탕을 몰카처럼 지켜보게 만들었다. 마지막 탈락자 한 명은 심사위원이 뽑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그다음 라운드였다.

사진 = MBN 현역가왕 캡처

인기 많은 가수 전유진 양의 1대 1 지목 데스매치.

시작부터 방청객의 점수를 반영한 것이 문제였다. 등장에서부터 전유진 팬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할 정도로 전유진을 연호하는 관객이 많았다. 그리고 전유진이 선택한 상대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마스크걸. 마스크걸의 노래는 대중성이 떨어지지만 희소가치가 있고 새로운 트롯의 매력을 전하기에 충분했는데...

사진 = MBN 현역가왕 캡처

 

투표 결과는 91 대 198이라는 엄청난 차이로 마스크걸이 패배했다. 전유진이 잘했는지 마스크걸이 잘했는지는 앞서 말한대로 마스크걸이 워낙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대중을 끌어들이기에는 불편할 수 있기에 호불호가 갈린 걸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표 차이가 91대 198은 아니었다는 것이 객관적일 것이다.

이 점이 현역가왕의 계속되는 개떡같은 시스템인데 대중에게 투표권을 주면 인기투표가 될 수밖에 없다. 처음 보는 참가자들도 아니고 모두 현역가수들인데 왜 팬이 없겠는가? 그렇다면 최소한 방청객 모집은 공정성을 기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전유진 팬들이 너무 많이 참가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 MBN 현역가왕 캡처

 

한일전을 생각해서 올라갈 가수를 선별한다든지. 다양한 장르와 무기, 그리고 가능성을 보고 투표를 한다든지, 그런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한데 시작부터 본인들이 뽑고 관객이 뽑는 이런 편파적이고 조악한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경악이다.

계속되는 데스매치에서도 경악은 계속됐다. 

 

사진 = MBN 현역가왕 캡처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진심을 다해 부른 김다현 양과 트롯에 도전하는 인기가수 린의 대결.

린은 가사가 기억나지 않아 무대에서 실수를 하고 만다. 하지만 이 또한 린의 승리로 끝났다. 어린 김다현 양에게 부끄러운 공정하지 못한 결과였다. 물론 린이 실수 후에도 침착하게 노래를 마무리하여 감동을 준 것은 인정한다. 또한 필자 역시 린의 광 팬이기 때문에 기분 좋은 결과여야 맞다. 하지만 나와 린은 똑같이 결과에 부끄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사진 = MBN 현역가왕 캡처

이 역시 106 대 182라는 말도 안 되는 큰 차이로 린이 승리하게 된다. 

예능을 너무 다큐로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예능 중에서도 오디션 형태를 띤 프로그램은 공정성이 어느 정도 담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수다의 김건모가 그랬고 101 명 아이돌을 뽑는 프로그램의 조작이 그랬다. 예능인데 왜 검찰까지 가는지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 

무엇보다 현역 트롯 가수들이 힘들게 결정하고 도전한 무게를 제작진이 희화화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들은 현역가수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상처받고 외로웠던 사람들이라 더욱 그렇다. 자신의 노래를 재평가받을 수 있는 자리를 인기투표로 만들어 다시 한번 상처를 주지 말라는 것이다.

비슷한 콘셉트로 제작되고 있는 싱어게인3. 이 프로그램 역시 운이 좋지 않아서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좋은 가수들이 경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도 중반에 방청객을 넣었지만 그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서로 싸우면서 심사숙고한다. 왜냐하면 이들 역시 이미 상처를 받고 지지리도 운이 없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 = JTBC 싱어게인3 무명가수전 캡처

심사위원들이라고 해서 개인적인 호불호가 작용하지 않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이들은 사회적인 인지도때문에 터무니없이 불공정하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사람들이고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고민의 깊이가 깊다.

역대급 개떡같은 오디션 현역가왕 제작진은 좀 더 공정하고 진지한,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을 선택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