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또 괜히 매국노라고 할 수도 있는데 나는 왜 현역가왕 한일전에서 일본 가수들이 월등하다고 느끼는 걸까?
우선 깜짝 놀란 것은 1. 일본 가수들 노래 너무 잘한다.
정말 많이 놀랐다.
일본이 오디션 역사가 더 깊고 인구수가 더 많으니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다.
우리나라 노래 대결, 오디션 등에서는 고음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 점수를 많이 받는데 일본 가수들은 상당히 정공법으로 노래를 불렀다. 서커스처럼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음미하게 만드는 좋은 습관이 있었다.
스미다 아이코는 춤을 추면서도 음을 잃지 않는 건강함을 보여줬고 오타고코로 리에는 차분하게 자신이 해석한 곡의 느낌을 청자에게 잘 전달했다.
전유진, 김다현, 마이진처럼 노래를 잘하는 가수들의 장점이 축소될만큼 일본 가수들의 음악은 훌륭했다.
여기에 일조한 것이 2. 일본 노래의 노랫말.
이 부분에서 나는 한숨이 났다. 우리 노래 가사들은 산문이었고 일본 노래 가사들은 시였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인데 한국 콘텐츠가 훨씬 재밌지만 일본 콘텐츠가 훨씬 깊다. 심지어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설렘이 느껴지는 무대가 많았다.
이 부분이 너무 부끄러웠다.
우리 가사들의 선정성과 직설적인 표현. 트롯의 장점은 가사가 현실적이고 직접적이어서 쉽게 공감이 된다는 착각을 나 또한 했었다.
하지만 일본 노랫말을 자막으로 확인하니 정말 오징어가 된 느낌이었다.
한국에도 좋은 노랫말을 쓰는 작사가들이 많이 있지만 트롯으로 가면 대부분 직설적이 된다.
자존심과 명예를 건 국가대항 음악 프로그램이라는 현역가왕 한일가왕전.
우리 작사, 작곡가들이 좀 더 성숙해지기를 기대하면서 욕먹을 글을 적는다.
사족
일본 노래를 소개해 준 드문 프로그램을 기획해준 서피디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전범국, 사과하지 않는 우익 국민만 있는 나라가 아니라 문화의 다양성과 표현의 성숙함이 있는 나라이기도 한 것에 대해서 느끼고 이런 교류를 통해 서서히 우익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는 꿈같은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