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 추천.
이것은 스포츠로 따지면 복싱도 아니고 체조도 아닌 종합 격투기 같은 영화다.
잔혹하지도 심심하지도 않다.
늘 노력하는 믿고 보는 배우 금새록의 멋짐이 폭발한다.
우선 이 영화는 잔잔하게 시작한다.
영화만 보면 자는 나의 약한 집중력을 꽉 잡아준 묘한 영화. 분명 잔잔했지만 금새록의 절규는 잠을 깨우는 마력이 있었다.
전반부는 "나는 무슨 미래를 꿈꾸며 사는가?"와 그 미래라는 것이 정말 유의미한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사실 미래란 것이 시간이 지난 현재이기때문에 아무 의미도 없는데 우리는 미래를 위해, 미래 타령을 하고 있다.
미래란 없다. 늘 현재다.
그리고 현재를 사는 내가 꿈꾸는 환상일 뿐이다.
누구나 가는 방향이니 따라가는, 헛된 꿈을 좇는 내가 어느날 현실을 직시하고 아무 의미없는 미래에 대한 모호한 희망을 거둔다.
나는 하고 싶은대로 한다.
여기까지는 그냥 베스트셀러 수필, 혹은 인생에 관한 전략 서적 같은 느낌을 보여주지만 후반부에는 스릴러 같은 이상한 변칙 복서로 돌변한다. 원래 이런 류의 짬뽕 영화는 영화과 학생이나 하는 졸업 작품의 형식이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어설픈 느낌이 아니다.
코믹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닌, 액션은 더더욱 아니고 그렇다고 호러도 아니다. 잔인함은 요즘 경향으로 보면 귀여운 느낌이고 복수 역시 스턴트맨이 하는 느낌이 아니라 금새록이 할 수 있는 수준.
그것 참 생각할 수록 묘하고 재밌다. 평론가는 여러 장르를 혼합한 습작, 클리셰 특집이라고 폄훼하겠지만 난 오랜만에 즐거운 영화를 봤다.
삶이란 것, 행복이란 것, 목표나 미래 설계 같은 것에 대한 솔직하면서 발칙한 즐거움을 선사할 영화 카브리올레! 인생이 팍팍할 때 그 옛날 고래사냥을 보듯 감상하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