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냥 2024년의 데미 무어를 보고 싶었을 뿐인데 우웩!!!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어마어마하게 잔혹하고 피가 낭자한 고어 영화가 개봉한다. 데미 무어의 연기력 끝판왕을 보려면 꼭 서브스탠스를 보기 바란다.
영화감독 코랄리 파르자는 전작 리벤지에서 이미 잔혹한 폭력성을 그린 바 있는데 기억하는 분들은 2018년 성폭행과 남자들의 폭력에 정면 승부하는 씩씩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활약을 기억할 것이다.
리벤지를 봤을 때만 해도 코랄리 파르자의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단순히 통괘한 복수를 그린 액션 영화로 생각했고 참으로 잔인하고 끔찍하고 과격함에 징그럽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런데 누군가의 평처럼 이유있는 잔혹함이었다는 것을 이번 영화 서브스턴스 The.Substance.2024 는 확인시켜 준다. 코랄리 파르자는 잔인함의 끝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 분명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의 시각, 페미니스트적인 관점이 있었던 것이다.
이번 영화는 제77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각본상을 수상했으니 그 기발한 아이디어는 발칙하고도 상상하기 힘든 것이다. 한 사람이 분열하여 두 사람으로 바뀌는데 하나는 현재의 모습, 다른 하나는 젊고 아름다운 과거의 모습이라는 시놉시스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놀라움과 잔인한 영화 서브스턴스는 깐느 각본상 뿐만 아니라 제49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미드나잇 매드니스 관객상을 받기도 했는데 그렇다면 전문가 입장에서 아이디어도 훌륭하지만 관객의 호응도 최고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재미없는 프랑스 영화 감독의 어려운 메시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등급분류는 청소년 관람불가가 나왔는데 그 결정내용을 보면 가슴, 음모 등 신체를 노출한 전라의 여성의 모습이 몇 차례 나온다는 것, 그리고 에어로빅을 하는 사람들의 선정적인 동작과 카메라로 신체의 일부를 강조해서 보여주는 장면 등 신체노출이 빈번하고 이를 강조하고 있어 선정성의 수위가 높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의 얼굴을 거울에 수차례 박는 장면, 피가 뿜어져 나오는 장면 등에서 신체 훼손과 유혈 묘사가 반복되어 폭력성의 수위가 높으며 신체가 변형되는 장면, 몸에서 피가 솟구치는 장면 등에서 유발되는 공포의 수위도 높기 때문에 청소년관람불가가 떨어졌다.
한편으로는 코랄리 파르자 감독은 참 영리하다는 생각을 한다. 선정적인 영화를 감싸는 기획의도가 명확한 원포인트여서 의도가 컨펌된 이상 그 어떤 짓을 해도 욕먹지 않고 스크린플레이 상까지 타는 작전인 것이다. 이것은 전작 리벤지와 아주 흡사한 전략이다.
쓰고 몸에 좋은 약 겉에 단 것을 덮은 당의정 같은 영화다.
이번 서브스턴스에서는 탱탱한 몸과 예쁜 얼굴을 갈구하는 여성의 추악함을 보여주는데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설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몰입하면 매우 현실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움이란 스킨 한 꺼풀이라는 말도 있는데 피부만 벗기면 결국 모두 해골바가지란 얘기다. 예쁘고 어린 여자만 좋아하는 남성의 모습에 문제제기 하고 그런 남성에게 어필하고 싶은 여자의 기괴한 도전을 고발한다.
서브스턴스와 리벤지를 통해 재밌지만 재미만 있지 않은 영화감독 코랄리 파르자를 플레이 리스트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