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뉴스 리뷰

내 인생을 바꾼 한마디 (다르다와 틀리다의 차이)

GeoffKim 2011. 3. 1. 07:30
김현택 교수

방송을 보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방송인의 50% 이상은 '다르다'를 '틀리다'라고 쓴다.

일반인은 80% 이상이 이 단어를 잘 못 쓰고 있다.




다른거나 틀린거나 뭐 그게 그거지...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뜻이 완전 다른 것을 어떻게 같다고 할 수 있는가?





wrong과 different가 같다는 사람은 아마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사람 밖에 없을거다.

왜 그럴까?

난 이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정답을 알아냈다!!!



한국 최초로 내가 그 이유를 밝히려 한다.






왜 전세계에서 대한민국 사람만 유독 '다른'과 '틀린'을 헷갈리는가?


우리는 눈물나게 서러운 근대사를 가지고 있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겨 식민지로 살았다.


일본에게 충성하던 매국노들은 지금도 한국에서 떵떵거리며 잘살고 있고

일본사람들이 먹고 버린 수박껍질을 먹던 할머니들은 아직도 억울해하며 살고 있다.


그 어린 나이에 일본 군인들 성욕을 채워주려고 팔려간 어린 한국의 딸들에게

얼마 전에 일본정부가 백몇십원인가 보상금을 지급했던가?



하기야 박정희 대통령 때 5조원 좀 넘게 전쟁배상을 받고 끝내버렸기 때문에 뭐 어쩔 수 있나?



'식민지로 그 오랜세월 살았던 보상이 그거 밖에 안되냐?' 또는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냐?'

또는 '사과부터 해라' 등의 다양한 의견이 있어야하는데...


근데 우리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았었나?



그렇지 않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말을 함부로 한다는건 꿈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식민지에서 살던 기죽고 겁많은 우리 민족은

군부독재 총칼에 짓밟혀 또 말한마디 못하고 몇십년을 살았다.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우리는 "이제 말해도 되나?, 내 의견 내도 되나?"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와서 이제 말 좀 해야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이미 말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다른 생각을 이야기하는 방법을 잊어버린거다.




일본 역사왜곡 욕할처지가 아..
일본 역사왜곡 욕할처지가 아.. by [eNKei]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우리는

다른 생각이 곧 틀린 생각이란 세상에서 살아왔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면 안되는 시대를 살아왔기에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넌 왜 생각이 남들과 틀리니?"

남과 다른 것은 틀린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한국 사람들이다.

눈물나게 창피하고 쪽팔린 한국 사람들의 생각이다.






대학교에서 문학 수업을 들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로 계신 김현택 교수 수업시간이었다.

난... 늘 그랬듯 숙제로 읽어오라는 책을 안 읽어왔다.



러시아 소설을 읽고 각자 느낀 점을 발표하는 시간이었는데

수업을 하도 빼먹어서 난 그런 숙제를 냈는지도 몰랐다 ㅜㅜ



늘 그렇듯...

앞의 사람 발표 내용을 잘 들으면 거기에 답이 있다.




눈치로 무슨 내용인지 대충 감 잡은 후...

나의 발표 차례가 됐다.



"어떻게 생각해?"


난 앞의 사람들이 말했던 얘기와 다르게 (아니 이 경우엔 '틀리게'가 더 맞을 것 같다)

마음대로 발표를 했다.





김현택 교수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눈을 감았다.

한참을 아무 말이 없었다.

난 이제 죽었구나라고 생각했다.





화가 난 것일까?

이러다 대학와서도 맞는거 아냐?

한참을 걱정하고 교실 분위기는 싸늘했다.





김현택 교수가 눈을 뜨고 나에게 건넨 말은


"그럴 수 있겠다!!! 대단히 새로운 생각인데?"





앗!!!

안 때린다...


책 안 읽고 왔다고 혼날줄 알았는데 ㅎㅎㅎㅎㅎㅎ

무사히 위기를 탈출한 것 같은 생각은 잠시...


진지하게 나의 의견을 곱씹으며 높은 평가를 계속 내리는데

난 갑자기 너무나도 부끄러워졌다.




차라리 맞는 것이 나을 정도로 얼굴이 화끈거리고 죄송했다.






수업을 마치고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전기 충격기 맞은 고양이처럼 미동도 않고 생각에 잠겼다.

아니, 충격에 잠겼다.





생각해보니 내 인생 통틀어서 아버지나 선생님이나 형이나 동생이나

그 누구도 나에게 해주지 않았던 말이었다.



"그럴 수 있겠다"







그럴 수 있겠다?

난 늘 '맞다', '틀리다' 사이에서 살아왔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는 것은 없었다.



이것이 내 인생을 바꿔놓은 수업이었다.

그런 스승을 3년만 빨리 만났어도 나는 지금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을거다.






그 시간 이후, 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김현택 교수의 문학 수업은 나에게 점점 더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다.

세상에 다른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배웠고 문화의 다양성과 그 소중함을 배웠다.



유명한 러시아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신이 쓴 책은 나비 같다고...

내가 쓰고 발표해버린 순간, 그 책은 나비가 되어 날아간다고...

그 나비는 보는 사람에 의해 느껴지고, 묘사되고 설명된다고...

그래서 자신이 왜 그런 문장을 썼냐고 묻는다면 자신의 생각은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문장의 정답은 말해줄 수 없다고...


그러니까 글을 쓴 자신도 그 글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정답은 없었다.

문학에, 철학에, 세상사는 것에 정답은 없었다.





4가지 보기 중에 답을 찾는 것에 일생을 허비하고 난 내가

정답이 없다고 말하기가 얼마나 어려웠었나?

다른 것이 틀린 것이라고 강요 받아왔던 내 인생을 깨뜨린 그 날,


"그럴 수 있겠다"


그 말씀이 내 인생을 바꿔놓고

난 그동안 부끄럼없이 멋지게 살아왔다.





여러분에게도 이러한 화두를 던져보고 싶다.

"그럴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