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릇 파릇한 봄을 찍고 싶었습니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그린을 브라운 배경으로
찍고 싶었습니다.
앗... 그런데!!!
어디선가 나타난 이 녀석!!!
그린의 포커스는 캣으로 옮겨갑니다.
헉... 한 녀석이 더 있군요 ^^
꼬랑지만 보입니다...
ㅎ 귀여워!
근데 이 녀석들 참 특이합니다.
제가 사진 찍는 소리랑 문여는 소리를 알아듣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경계했는데 이제는 저만 오면 어디선가 나타나서 주위를 맴돕니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여기 앉을까요?, 찍어보세요..."
예쁘게 앉습니다.
그리고 또 한마리도 포즈를 취하기 위해 앵글로 들어옵니다.
어디에 앉으면 구도가 좋을까 고민하면서
자리를 찾습니다.
자리를 찾았습니다.
나무 아래 두마리의 아름다운 자태를 연출하고 싶은가봅니다.
이렇게 구도를 완성했습니다.
이 녀석들 사연이 있습니다.
미포구 합정동이 어마어마하게 재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건물들이 모두 천막에 덮여 철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간들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오래된 것을 부수는데 총력을 기울입니다.
산더미 같은 인간들의 과거가 끊임없이
끝없이 솟아 나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버려지면
멋진 건물들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겠죠?
가난한 사람들은 떠나고
부자들과 화려한 샵들이 넘쳐나겠죠?
그래도...
봄은 왔습니다.
옆집 마당에 흐드러지게
꽃이 피었습니다.
왜 이렇게 슬퍼보이냐?
고양이들은 갈 곳이 없어
집을 찾아 다니고...
결국 대문이 없는 우리 회사 마당에 모두 모였습니다.
직원 중 한사람은 고양이 무덤이라고 짜증을 냅니다.
다 죽여버리고 싶다고 합니다.
우는 소리와 쓰레기를 뒤지는 더러운 고양이들...
그런데...!!!!
두둥~~~
우리 대빵인 사장님이 어마어마하게 큰 고양이 사료를 인터넷에서 주문했습니다.
합정동 고양이를 다 키울 생각인가봅니다.
사장님 방에 액자를 보시면 ^^
시계도 역시 ㅎㅎㅎ
고양이들이 이제 회사 안까지 들락 날락합니다.
고양이 싫어하는 분들도 많지만
사실 얘네들이요...
누구나 좋아하는 개랑은 다르게
희한하게 가슴에 남아요...
처음엔 무섭고 싫었는데
슬쩍 슬쩍 모르는 척 아는 체하는
묘한 다가옴에
가끔 안보이면 걱정이 돼요...
개는 자기가 인간인 줄 알고
고양이는 사람이 고양인줄 안대요...
그만큼 고양이는 쎄요 ^^
동네 고양이 다 우리 회사로 몰려올 것 같지만
어쩔 수 있나요?
내 신세를 닮은 숫기 없는 고양이들...
사장님이 주문한 고양이 사료가 다 떨어져가는데
제가 주문해야 할 것 같아요 ㅎㅎ
합정동은 눈이 부시게 발전하겠죠?
우리회사는 점점 고양이 무덤이 되고...
그리고 언젠가...
고양이들도 사라지겠죠?
요즘은 합정동이
동네가 아니라
요새가 되어 가는 것 같아요...
미래도시... 합정동에 코난은 없겠죠?
그래도 봄이
고양이처럼 살포시 다가왔습니다...
올림푸스 E-5, 5D mark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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