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뉴스 리뷰

방송 PD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GeoffKim 2011. 5. 18. 20:30

방송 PD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신방과 학생들 인터뷰를 많이 받는데요..
피디가 되려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인터뷰를 공유합니다.





- PD가 되신 계기가 있으시다면?

제가 대학교를 다니던 때는 전두환,노태우 군부독재 시절이었습니다.
민주화를 위해 학생회 문화부장을 하고 노래패를 만들고 하는 등의 일을 하다가
91년 군대에 끌려가게 됩니다.
제대 후 무엇을 할까 막막했고 그 때 PD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당시에는 PD가 지금처럼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 숨어있는 직업이고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정보를 알 수 없었지만
저의 꿈은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사람사는 세상'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하고 싶었습니다.
 


- 왜 잘나가시던 SBS 방송국 PD 일을 그만 두시고 외주업체로 가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방송국에 들어갔으나 연예오락, 생활정보, 휴먼 다큐 프로그램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시청률에 쫓기며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세상에 하고 싶은 일을 하기보다는 세상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것에 급급했습니다.

그래서 영화나 연극을 해보자고 생각하여 회사에 사표를 내게 되었습니다.
시나리오를 쓰고 단편영화를 찍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지금은 영화감독이 된 선배가 있던
프로덕션에서 '차인표의 블랙박스'라는 미스터리 다큐멘터리를 기획한다고 들었고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라 프로덕션에 잠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 SBS, KBS 방송국에 계실 때 일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있으신가요?


지금은 사라져버렸지만  '행복찾기'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부조종실에서 매주 방송할 때마다 출연자와 함께 울고 웃으며 시간을 보냈던 당시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 일반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방송국에 실태와 현재 방송국의 실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방송국에서 일하는 PD들이 상당히 멋지고 화려한 직업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실제로는 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일정에 쫓겨 몸이 고달픈 직업입니다.
연예인들을 맘껏 섭외하고 지시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연예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많은 고통을 느낍니다.
특히나 지금처럼 대형 연예기획사가 파워를 가지는 상황에서는 
함부로 연예인을 다룰 수도 없으며 그들의 변덕이나 컨디션까지 신경써야 합니다.

스태프들도 마찬가지로 돈 줬으니까 부려먹자는 식의 연출자는 살아남지 못합니다.
모든 출연자와 모든 스태프들에게 PD는 늘 부탁하고 죄송스럽고 감사해하는 
힘든 직업입니다.

결국 현실의 방송국이나 PD는 모든 권력을 가진 예전의 독과점 언론이 아니라
다양한 멀티미디어 시대의 한 매체로서 자리잡고 있으며 
독단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 방송국과 외주업체의 장단점 또는 차이점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방송국은 채널의 주체입니다.
편성과 광고, 제작의 시스템을 모두 갖추고 있죠.
그러나 외주업체, 즉 프로덕션은 제작의 부분만 대행 받습니다.
기획안을 내서 통과되기도 하지만 그 기획안을 검토하고 결정하는 주체가 방송국이기 때문에
결국 기획은 방송국이 하는 것이 됩니다.

그러다보니 외주사에서 기획한 것을 제작으로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방송국 편성국을 설득해야하는
단계가 꽤나 어렵고 경쟁 업체들도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내부에서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이
더 쉽고 편합니다.

또한 프로그램이 폐지되었을 때 방송국에서는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지만
외주업체는 다시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협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프로그램이 폐지된다는 것은 프로덕션의 막대한 위기가 되는 것이고
그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인력에 대해서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청률에 대한 스트레스는 훨씬 더 심합니다.

그래서 많은 프로덕션에서는 정규직을 소수만 뽑고 대부분 프리랜서를 활용합니다.
그 프리랜서가 방송국에 있는 신입사원처럼 단계를 거쳐 업무를 배우고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겠죠.
물론 방송국보다 빨리 연출을 시작할 수 있고 다양한 일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실력이 있다면 연출료도 빠르게 올릴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 방송국 외주업체 발전과 진로는 어떠한가요?


해외 사례를 보면 외주 시스템은 상당히 체계적으로 잘 발전하고 있습니다.
많은 해외 방송사가 내부에는 기획을 하는 프로듀서와 보도팀만을 갖추고
컨텐츠를 아웃소싱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현재 드라마가 그런 시스템을 많이 활용하고 있으며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은 시작단계입니다.
또한 방송 시장도 워낙 작고 열악하기 때문에 힘든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다양한 윈도우에서 컨텐츠에 대한 니즈가 생겨나고 있으며
한류에 의해 해외 시장도 개척하고 있으므로 외주 시장이 그렇게 어두운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업체들의 규모가 아직은 작고 상당히 많은 관계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실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도전해볼만한 분야이고
그냥 대충 회사생활하면서 개인의 행복을 누리며 살고 싶은 사람에게는 
어마어마하게 고통스러운 분야가 될겁니다.



- TU 미디어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일을 받으셨고 어떠한 일을 하는 곳인가요?

티유미디어는 위성DMB 사업을 하는 곳이고 저는 자체채널 컨텐츠를 기획하고
방송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약간 위험한 방송, 180도, 시티헌터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외주 제작사 관리를 하였습니다.
 

 

- 바쁘신 일상에도 불과하시고 특별히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일 처음 질문에 대한 답과 같은 것인데
저의 생각과 의견을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결국 제가 꿈꾼 것은 방송이냐, 영화냐, 연극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던 것이고
이 시대는 다행히 인터넷으로 오픈되어있기 때문에
매체에 들어갈 필요없이 내가 매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며 함께 살고 싶고
또 그것이 피디로서 현실을 놓치지 않는 저의 노력이기도 합니다.


 


- 지금 하시는 일 말고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면 무슨 일을 하시고 싶으신가요?

제대로 된 방송 연출을 안한지가 벌써 7년 정도 됐습니다.
그동안은 기획에만 참여하고 연출은 주로 외주 시스템을 활용해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다시 연출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블로깅을 시작하면서 전문 블로거들을 보면서 그 존재감에 꽤나 감탄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블로거들과 함께 만드는 방송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바람은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블로거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블로거들이 컨텐츠를 만들어 방송국에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싶은 것입니다.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역의제 설정 개념이 들어간 프로젝트를 만들려고 준비중입니다.

 

- PD가 되려면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요?

정말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사 시험을 대비한 공부를 해야합니다.
책을 많이 읽고 감수성을 늘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양하게 기르라고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말씀드릴 수 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위의 대답과 연결해서 부연설명하는 것으로 답을 하려합니다.
피디가 되려면 당연히 방송국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고 그러기 위해서는
영어, 국어,  상식 등등 열심히 해야겠죠.

그런데 말이죠.

진정으로 피디가 되고 싶고 기자가 되고 싶고, 하지만 시험보는 실력은 없다면
방법이 있습니다.

컨텐츠를 만드십시오.

예전에는 대단한 컨텐츠를 만들어도 홍보가 불가능하고 누군가 알아봐주지 않으면
소리없이 사라졌지만 현 시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화제가 되고 인기를 끄는 컨텐츠를 제작하여 자신의 프로필을 쌓는다면
방송국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도 SBS에서 경력직 피디를 뽑고 있습니다.

"난 대단한 사람인데 왜 나를 몰라줄까?"라고 생각하는건 20세기 사람들이나 하는 생각입니다.
대단한 사람이라면 대단한 성과물을 보여주십시오. 






숙제 하실 분들은 그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