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을 참 재밌게 봤었다
아마 드라마보려고 월요일을 기다렸던 건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요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서 참 놀라면서도 의아하다
많은 젊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덕만은 백성들에게 땅을 주고 그들에게 기회, 희망, 민주주의를 주었다
하지만 백성들은 덕만을 배신하고 도망쳤다
그에 대해 미실이 이렇게 말한다
"진실과 희망과 소통으로 백성을 다스린다고 했냐? 백성은 진실을 부담스러워하고 희망은 버거워하며
소통은 귀찮아한다. 그리고 자유를 주면 망설인다"
덕만을 깔보며 코웃음을 치던 미실, 지금 그 미실의 말이 자꾸만 생각나는 건 왜일까?
BBK나 용산참사가 나랑 뭔 상관있냐는 국민들, 나에겐 아파트 값이 더 중요하고
가진 자들의 편에 설 수 있는 대통령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지난 대선 결과에서 드러났다
빼앗기고 설움 받는 민중들은 또 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가?
일식이 벌어지면 미실은 신이 내린 사람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는 우리의 불쌍한 국민들...
민주주의, 문화의 다양성, 소통, 언론자유, 대북관계 등 10년 동안 일궈놓은 씨앗을 틔워보지도 못하고
꽝꽝 언 겨울 속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다
이래서 노무현 대통령은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우리는 너무 미련하고 아둔하다
쉽게 잊고 쉽게 포기한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덕만이 아니었다
덕만은 미실에게 배운 수법으로 일식을 만들고 백성의 답답함에 직접 칼로 백성을 죽인다
선덕여왕 작가는 아마 그런 모습을 기대했나보다
답답한 바보 노무현이 아니라 좀더 약고 타협하는 사람이었으면
물론 그랬으면 시골에 가서 발가락 양말 신고 손주와 자전거 타며 행복해하지도 않았을테지만
그랬으면 돌아가시지도 않았겠지만...
드라마 속 덕만은 더 현실의 정치인 같고
현실의 노무현은 더 드라마 같다
요순시대, 도덕정치, 청렴결백 등 역사적으로 평가받는 드라마 속의 왕처럼 행동했다
자기가 무슨 신이라고 인간인 주제에 그렇게 힘든 길을 가셨는지...
경찰 폭력에 시위대가 사망하자 바로 국민들 앞에 나서 잘못했다고 성명을 발표했고
사진 촬영하러 미국에 가지는 않겠다고 했으며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떠나서 대연정을 하자고 주장했다
언론에서 욕을 바가지로 할 때 그 모든 것을 그냥 들었다
그것도 민주주의라고 인정하고 자신의 의견을 펼쳤다
언론 사장을 자신의 성향에 맞는 사람으로 바꾸면 될 것을 그들과 싸우고 검사들과 싸우니
그 진심을 몰라주고 대통령답지 않다고 욕만 해댔다
이제 선왕의 뜻에 따라 열린 정부를 계속 만들어갈 덕만이 필요하다
좀 더 약고 좀 더 타협하는 덕만이 필요하다
유시민이 덕만이 되면 좋으련만, 그는 그냥 바보 김유신이란 말인가?
이제 나는 하늘만 보고 살아야겠다
언젠가 북두의 별이 여덟개가 되는 날
그가 올 것이다
아직은 그 때가 아니란 말인가?
좀 더 달궈져야, 좀 더 맞아야 강철이 되는걸까?
투표하자!
경기도에 사시는 엄마한테 전화나 해야겠다
업데이트...
5월 30일.....
북두의 별이 여덟이 되었다 ^^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가 유시민 후보에 지지를 표명하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멋있는 사람이다
P.S. 진보의 이름으로 욕하는 한나라당 알바들이 많네요
심상정 님에게 따뜻한 말한마디 전해주세요
http://minsim.or.kr/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