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학개론/약간 이상한 사진강좌

cultpd사진강좌#28. 전설의 라이카 6군8매

GeoffKim 2013. 2. 8. 09:26

Leica M 35mm 8 elements Summicron  


전설의 렌즈라고 부르는 라이카 35mm summicron 6군 8매 이야기다.

이 렌즈가 전설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맹신하는 사람들이 있고 기대 이하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은 
이 렌즈의 아름다움이다.








일본에서는 8매 렌즈라고 부르던데 

우리나라에서는 6군까지 넣어서 6군 8매라고 부른다.


일단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면은 이 렌즈의 생김새와 가벼움. 최단 촛점거리 70cm라는

기본적인 통과의례를 거쳤기 때문이다.

이게 라이카 렌즈 선택의 기본이다 ^^

녹티룩스 등 무거운 렌즈를 많이 써봤지만 결국은 가벼운 렌즈로 돌아로는게

라이카를 쓰는 많은 사람들의 공통점인 것 같다.





그런데 왜 이 렌즈에 호불호가 갈리는가?

답은 하나다!

비싸기 때문이다.

비싸지 않다면... 
그 특성을 이해하고 쓰고 싶은 사람만 쓰면 되겠지만

너무 비싼데 과연 그 값어치를 하는가를 판단하려 들기 때문에
논란이다.







지루하니까 사진한장 보자!!!

작품명 '재채기'다 ㅎㅎㅎㅎ






뭐 이걸 작품이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재채기가 나오려는 순간, 혹은 재채기가 잘 안나오는 순간,

우리는 태양을 바라본다 ㅎㅎㅎ

그 때의 느낌이 좋아서 이 사진을 첫 사진으로 공개한다.

이렇게 빛이 보이는 사진이 너무 좋다.




6군 8매의 특징은 한가지로 요약할 수가 없다.

색감이 아주 찐득 찐득하기도 하고 

때로는 소프트한 글로우를 보여주기도 한다.

조리개를 조이면 최신 렌즈처럼 쨍하게 나온다.

난 그래서 단 하나의 렌즈만 사용하라면 단연 6군 8매를 선택할 것이다.







고양이와 눈싸움 한판을 벌이는 이 사진은 어떤가?

6군 8매의 느낌은 진한 색감도 있지만 노출에 따라 투명한 느낌도 가지고 있다.



한방 의사 윤계상씨도 내 카메라와 렌즈를 상당히 탐냈다 ㅎㅎㅎ






여기서 6군 8매라는 전설의 렌즈가 갖는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라이카 올드렌즈들이 대부분 그렇듯...

렌즈별로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요즘 같으면 망가진 렌즈와 정상 렌즈가 있고 망가진 렌즈는 AS를 맡기면 된다.

하지만 6군 8매는 다르다!!!




나만 할 수 있는 재밌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겠다!!!


옛날에 강아지를 분양받으러 농장에 갔던 적이 있었다.

내가 원하는 닥스훈트가 있었는데 자꾸만 새로 태어난 시추를 가져가란다.

참 이상한 아저씨다.

돈내고 산다는데 왜 내맘대로 안파는가?

그것도 닥스훈트가 없으면 말을 안하겠는데 

분명 귀여운 녀석이 나에게 꼬리를 흔드는데...



그 아저씨 말이 이랬다.

강아지는 돈으로 사는 물건이 아니라고...

그 이후 나는 분양받는다는 표현을 쓴다 ㅜㅜ



그리고 중요한 한마디!

닥스 훈트 특성이 어떻고 시추가 어떤 강아지이고는 중요하지 않단다.

지금 딱 분양받으면 좋을 건강한 강아지가 시추고 

그 모양새나 성격을 인터넷에서 뒤져보고 규정짓는 것은

흑인은 포악하고 백인은 유순하며 오줌을 잘 가린다는 얘기랑 다를바 없다고 한다.



시추가 어떤 특성을 가진 것보다는 그 집 시추가 어떤 성격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는 얘기다!



헉 듣고 보니 좀 맞는 얘긴 것 같다.

우리 집 몰리라는 이름의 몰티즈 강아지가 옆집 몰티즈와 어떻게 똑같을 수 있겠는가?

푸들이 오줌, 똥을 잘 가린다고 해서 모든 푸들이 잘 가리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 농장 주인한테 강아지를 못사고 돌아왔는데

깨달음만 얻고 온 것 같다.

내가 여자를 사랑할 때 여자의 집안, 학벌, 직업 등을 보고 골랐을 때

얼마나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지겠는가?

생명체는 서로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인연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렌즈나 카메라도 생명체라고 생각한다.

인연이 있는 카메라와 렌즈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주인이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같은 550D에서도 다른 사진이 나오고

같은 6군 8매 렌즈에서 다른 느낌이 나온다.

그리고 그 판단은 몹시 주관적이라 정량화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 대표가 바로 라이카 올드 렌즈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심한 것이 6군 8매 렌즈다.

내가 6군 8매 렌즈를 좋아하는 이유가 되는 사진을 공개한다.







처음 이 두장의 사진을 찍고서

6군 8매에 빠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 사진 찾느라고 죽는줄 알았다 ㅜㅜ

여러분은 편하게 보시지만 내 기억 속의 사진 찾는 작업이 장난이 아니다 ㅋ




파란 하늘과 고양이 수염의 디테일을 보고 나서 

아!!! 이거다! 라고 생각했다.



라이카로 공중 부양 사진 찍는 사람은 아마 나 밖에 없지 않을까? ㅎㅎㅎ

유명한 작가 언니다...








현행, 라이카에서는 최신 제품을 현행이라고 부른다.

현행 ASPH가 들어가있는 렌즈들과 비교해봤을 때

분명 6군 8매는 거품이라 말할 수 있다.

그 어떤 상황과 결과물에서도 분명 현행 렌즈가 수치적으로 뛰어나다.

근데 도저히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사진들이 찍힌다.



6군 8매로 한번 스토리 사진을 감상해보자!































헉... 자세히보면 물고기가 보인다.

착한 사람 눈에만 ^^




전설이란 단어!

사람들이 만든 추상적인 단어이다.

즉,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한 카메라와 한 렌즈를 수년동안 쓰면 

그 카메라와 렌즈는 전설이 된다.



그 카메라가 보급기냐, 똑딱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한카메라, 한렌즈만 죽어라 써보라!

그 렌즈는 전설의 결과물을 뽑아내 줄 것이다.

최신 제품을 선호하는 분들이 요즘 많은데...

내가 현재 제일 만족감 높은 카메라는 놀랍게도

S2PRO와 14N이다!



동영상을 위해 GH2라는 카메라와

멋부리기 위한 예쁜 X100이란 녀석들을 가지고 있지만

최고의 D3S, 1DS MARK III, 5D MARK II 등의 인기 카메라는 모두 떠나갔다.





카메라의 진가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위의 사진 뒷배경에 있는 두 사람의 질감을 보라!


저런 포커스 아웃은 현행 렌즈에서 좀처럼 발견할 수 없다.


보이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 아니겠는가?








결국 사진 강좌에서 빠지지 않는 얘기는 항상...^^


빛을 찾고 기다리라는 것이다.


사람을 찾아도 빛을 찾지 못하면 사진은 완성되지 않는다.


사진은 결국 빛의 예술이다.




시장 통에서 노부부가 열심히 작업하는 모습을 찾았다.


그래서 촬영했다???



그렇지 않다.



난 빛을 발견했고 그 빛 안에 노부부를 넣었다.







빛과 상황을 만났으면 


목숨걸고 많이 찍는다!









빛은 항상 그곳에 있지 않고


그런 빛을 만나는건 행운이다.


다른 이유 때문에 빛을 버리지 말라!










6군 8매로 발견한 가장 맘에 드는 빛이다.


시장 천막 사이로 빠져나오는 빛이


여유로운 사람들의 일상이 한없이 행복하다!







이것은 인위적인 조명의 빛으로 만들 수 없는


소중한 빛이다.



그리고...


이 빛은 과연 6군 8매로만 담을 수 있는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마지막으로 아래 사진들을 보면 


렌즈보다는 열정이 더 중요함을 알 수 있으리라!


빛을 발견했으면 노출을 최대한 바꿔가며 사진을 찍어야 한다.






너무 어두운가?


노이즈 때문에 흑백으로 돌려보자!


6군 8매의 흑백 계조는 최고니까 ^^







악 ㅜㅜ 멋지지만 노이즈가 ㅜㅜ


이건 쓰기 힘든 사진?





이 정도 노이즈는 어떨까?







정답은 없다.

정답 렌즈도, 정답 카메라도 없다.

한 카메라, 한 렌즈를 얼마나 익숙하게 자신의 또다른 눈처럼 만드는가의 게임이고

그 핵심에 당신의 열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