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오르타쿄이 근처 바닷가...
날이 좋아 걸어서 이동했다.
때로 걷는 것은 목적을 향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있다.
특히 햇살이 좋은 날이나
이슬비가 솔솔 내리는 날,
그리고 바람이 산들 산들 부는 날에는
더욱 그렇다.
사진을 찍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권용 사진을 만든다든가,
출품할 작품을 고뇌하는 일 말고...
그냥 찍는 그 자체로도 즐거움이 있다.
사람들은 늘 목적만 생각하고
결과에 주목한다.
스트레스는 거기에서 시작되는거다.
목표 달성, 결과에 대한 기대...
책을 살 때도,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로
고르는 그 자체가 재미있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다 됐다!
여행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된다.
좋은 곳에 갔었다는 증거 차원에서 사진을 찍으며
여행하는 것은 노동이다.
찍는 자체를 재미로, 놀이로 생각하면 즐거운 일이다.
폴라로이드나 로모 사진기처럼
아무렇게나 찍어도 포커스가 맞는 카메라들이 있다.
토이 카메라들도 있고...
포커스나 심도가 뭐 상관 있겠나?
지금의 이 바람과 상쾌함을 담을 수 있다면...
뭐, 이러면서 노는거다.
그러다가 잘 나온 사진 한장을 발견하면
또 그 맛이 일품이다.
하지만 또 잘 나온 사진 한장을 찍기위해
온갖 인상을 쓰며 노력하면 그 순간 또 노동이 된다.
사진을 구경하는 것은
잘 나온 사진을 찾기 위한 목적보다
어떻게 나왔는지 설렘을 확인하는 그 자체의 놀이가 되는거고...
우리는 그렇게
걷고
찍고
사랑하고
살아간다.
봉우리에 오르면
또 다른 봉우리가 보이 듯...
정상 탈환보다는
정상으로 향하는 그 길, 바람, 향기를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