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의 김광규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놀라운 일 아닌가?
탈모 연예인 중 최고봉은 이덕화,
그리고 홍석천...
세번째로 김광규라고 순위 매기는 것에 별 이의가 없을거다.
하지만
이덕화는 임예진과 함께 긴머리 시절부터 인기가 있었고
이후 가발을 쓰는 등의 노력을 했고 제5공화국의 전두환 역을 맡으면서
머리를 대중에 공개했기 때문에 제외하고
홍석천은 '남자셋 여자셋'으로 큰 인기를 끌었으나
지금처럼 최고의 자리에 간 것에는 커밍아웃이 있었으므로 또 제외!
그렇다면 실제적으로 본인의 노력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간 탈모연예인은
김광규가 1위라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가 왜 인기가 있을까?
분석 들어간다.
그에게는 미워할 수 없는 현 시대의 코드가 있다.
바로 찌질함이다.
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며 또 현실적인 생각을 불현 듯 하는
실제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전의 대중은 우리와 다른 슈퍼맨, 혹은 신성일을 좋아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인터넷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스타는 멀리있는 별이 아니라 나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의식이 생긴다.
그러면서 나와 다른 특별한 사람보다는 나와 비슷한 모습을 가진 사람을
사랑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뭐냐하면
옛날에는 동경이 문화의 주 코드였다면
지금은 공감이 주 코드다.
왜 그토록 망하던 일밤이 아무 볼거리없는 '아빠 어디가'와 '진짜사나이'로
다시 일어섰나?
'나 혼자 산다' 류의 프로그램이 가지는 특징은 공감이다.
이제 새로운 볼거리나 최고의 럭셔리에 별 감흥을 못느끼는 것이다.
그런건 인터넷에 널려있기에
이제 우리 사는 세상을 방송에서 보며 공감하고
그 내용에 따라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며 즐거워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감코드의 대표가 바로 김광규다.
큰 인기를 못끌어서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김광규의 매력이 대중에게 어필한 것은 크크섬의 비밀이라는 시트콤이다.
홍석천에게 남자셋 여자셋이 있었다면
김광규에게 크크섬의 비밀이 있다.
그의 연기는 어마어마한 카미스마를 드러내기보다는
실제 우리가 쓰는 말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표정을
방송에 그대로 드러낸다.
영화 친구에서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라는 폭력 선생님 역할을 했었는데
사람들은 그가 굉장히 터프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광규의 매력은
시계를 풀고 학생을 때리는 과격한 모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의 진정한 매력은 다 때리고 나서
정말 쟤네 아버지 건달이냐고 묻고나서
그 다음 표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교관 출신 김광규를
'진짜 사나이'에 이등병으로 투입하는 것이
말이되냐고 하지만
사실 프로그램 입장에서 보면 대박 아이디어다.
그가 군복을 입고 출연했던 KBS '명 받았습니다'를 보면
그의 느낌이 상당히 재미있다.
강함 뒤에 늘 일반 대중의 어눌함이 묻어있고
어눌함 뒤에 살짝 비겁하게 말대꾸를 하거나
살짝 찌질하게 변명을 하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이성재에게 열광하는 이유도 똑같다.
그 멋진 영화배우 이성재의 실제 모습이 우리와 비슷한 모습이기에
우리는 그에게 큰 매력을 느낀다.
옛날 스타들은 그러한 이면을 감추기에 급급했고
숨기에 바빴지만 이제는 그것을 드러내는 사람만 성공하는
기이한 현상인 것이다.
자, 나의 이야기를 듣고 한번 '나 혼자 산다'의 출연진을 생각해보라.
그렇게 볼거리없는 방송에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갖고
싸이 콘서트 실황보다도 좋아하는데는 바로 공감의 코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특별한 것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
특별한 볼거리를 위해 연출을 하면 할수록 이 프로그램은 망가진다.
그저 소재를 툭 던지고 서로의 캐릭터가 완벽히 굳어지면
알아서 스스로 굴러가는 프로그램이다.
우리와 닮은 배우, 김광규
그에게 쏟는 관심과 애정은 바로 그러한 공감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그의 연기는
어설픈듯 보이지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모두는 사실 들여다보면 찌질하고 어설픈 구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사시절 김광규의 사진.
사진 출처 : MBC 나 혼자 산다, 라디오스타, KBS 명 받았습니다, MBC 크크섬의 비밀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