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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했던 짝퉁 프로그램 복면가왕 박학기와 복면가왕 가희의 노래

GeoffKim 2015. 5. 4. 05:00

복면가왕 가희가 이렇게 노래를 잘했었나?

박학기의 가시나무를 듣다가 울음이 섞인 회한을 느끼다.

박학기 딸 박정연 재조명.

복면가왕의 프로그램 기획의도 잘 살아, 다양한 아티스트 발굴의 의미.



처음 복면가왕 프로그램 소개를 보고 참 한심했다. 보는 노래에서 듣는 노래로 기획한 JTBC의 히든싱어와 보이스 코리아를 섞은 짝퉁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보이스 코리아는 세계적으로 성공이 검증된 가장 우수한 오디션 프로그램 포맷 중 하나이고 얼굴을 안보고 노래로만 평가하는 것이고 히든 싱어는 모창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진짜 가수를 찾는 프로그램이다.

히든 싱어의 연예인 패널의 재미와 보이스 코리아의 얼굴 없이 목소리로만 듣고 평가하는 장점과 기타 몇개의 유사 프로그램의 장점만 모아놓은 프로그램이 복면가왕이다. 

게다가 이상한 탈바가지를 쓰고 나와서 과연 노래에 집중이 되겠는가라는 생각과 너무 코미디 프로그램적 요소를 많이 가져와서 실패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잘못 판단한 것이 있다. 콘셉트가 다른 프로그램들과 유사하더라도 복면가왕에만 있는 아주 좋은 장점이 하나 있는 것.


그 장점, 그러니까 복면가왕이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고스란히 이번 회에 모두 보여주었다.

정확하게 복면가왕 가희와 복면가왕 박학기가 복면가왕의 기획의도를 어떤 글로도 설명하기 힘든 느낌으로 그대로 전달해주었다.




복면가왕 가희, 가희가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 다시'를 불렀는데 정말 가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애프터 스쿨 가희가 이렇게 노래를 잘했단말인가?

애프터스쿨 가희를 생각하면 우리에게 떠오르는건 가희의 목소리가 아니라 얼굴과 춤이다.






그때 자막 하나가 나왔다. "뛰어난 춤 실력에 가려졌던 가창력"




그리고 "가면 덕에 드러난 청아한 고음"





이렇게 되면 앞서 짝퉁 프로그램이라고 복면가왕을 비웃었던 내가 미안하게 된다. 이 두개의 자막이 복면가왕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 그 선입견은 때로 귀를 막고 또 왜곡된 소리를 듣게 만든다. "비디오 킬 더 라디오스타"라는 오래된 노래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그렇다. 예전 가수들의 목소리는 우리가 알고 느끼고 구분한다. 하지만 비디오 시대가 라디오 스타를 죽이는 것 처럼 우리는 요즘 아이돌 가수들의 목소리를 잘 기억 못한다. 춤이나 몸매, 노출이나 퍼포먼스가 가미된 목소리, 그래서 온전히 목소리에 집중할 수가 없고 자연히 가수의 핵심인 목소리는 여러가지 퍼포먼스 중 하나로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그래서 오늘 복면가왕의 첫번째 기획의도가 그대로 살아났다.


복면가왕 가희 '너에게로 또 다시'





그리고 두번째 기획의도 또한 굉장히 잘 살았다.




박학기와 강수지(추정).

박학기 역시 배추도사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과 전혀 몰입할 수 없을 것 같은 가면을 쓰고 나왔다.

사실 김광석과 함께 90년대를 이끌었던 포크 가수 박학기는 목소리를 아무리 숨기려 해도 감출 수 없는 목소리다.


박학기라고 첫 소절에서 느꼈는데 우스꽝스러운 복면을 쓰고 노래하는 박학기의 목소리가 좋다.

전혀 우스꽝스럽지 않고 가면을 목소리로 압도했다.





심지어 복면가왕 박학기가 가시나무를 부르는데 우스꽝스러우기는 커녕 뭔가 참을 수 없는 감정의 북받침까지 느꼈다. 이것이 목소리가 주는 감동인가? 노래가 끝나고도 계속 마음에 울음이 섞여 묘한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감동하고 반가워했다.

우리가 이 정신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박학기의 목소리를 듣겠는가?




박학기 딸 박정연과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했었는데 이 예쁜 딸도 박학기도 어디 노래할 무대가 있겠나?


복면가왕 박학기 딸 박정연. 




박학기의 비타민이란 노래를 들어보면 박학기 딸 박정연 양의 피처링으로 참 아름답다.




히든싱어는 한 가수가 프로그램 한편을 통으로 책임져야하고 모창 가수를 찾아야하기에 준비기간도 길고 또 다양한 가수들을 출연시키기가 힘들다. 

하지만 복면가왕은 얼마든지 다양한 가수들, 보고 싶은 가수들, 잊혀진 가수들, 심지어 소속사와 갈등으로 망가진 가수나 외모때문에 성공 못한 가수 등등 수많은 가수들에게 열려있는 무대가 될 수 있다.




복면가왕 박학기 노래를 듣고 또 이번 회부터 새롭게 바뀐 탈락자 얼굴 공개 방법에 의해 노래도 들을 수 있고 또 가면이 벗겨졌을 때 박학기처럼 반가운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에 감동의 극대화가 가능해졌다.



결국 복면가왕 박학기와 복면가왕 가희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가시나무의 감동과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이 글을 쓴다.

묘한 여운이 아직도 사라지지를 않는다.


그래서 나는 복면가왕이 짝퉁 프로그램이라고 섣불리 판단했던 것을 뉘우친다.

이전에 권인하가 복면가왕에 등장하면서 감동하고 이번에 박학기를 보면서 반가웠다.


앞으로도 복면가왕이 의외의 가수, 보고 싶은 얼굴, 듣고 싶은 목소리를 꾸준히 찾아서 시청자에게 감동을 전해주고 꿈을 잃었던 가수들에게 무대를 선사하는 프로그램으로 오래도록 발전했으면 좋겠다.


문화의 다양성이 없고 가수들이 설 무대가 없는 대한민국,

예를 들어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부른 가수가 누구인지 아는가?

박학기, 김광석과 함께 통기타 가수로 사랑받았던 김목경이다.


요즘은 아이유나 하동균이 부른 걸로 알고 있고 그 이전 사람들은 김광석 노래라고 알고 있지만 어느 60대 노부부이 이야기는 김목경 노래다.

문화, 예술인을 잊혀지지 않게 꾸준히 노출시키고 그 의미를 찾고 또 아티스트로서 대우를 해주는 일, 미디어가 해야할 일이다.

1942년 생 폴 메카트니가 내한 공연을 하여 수많은 팬들이 함께 했고 그의 노래를 들으며 행복해했다.

사실은 우리나라에도 좋은 가수들이 많다.

박학기가 몇십년 만에 처음으로 검색어 순위에 들은 것 처럼 복면가왕이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단지 오락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음을 제작진들은 보람 느껴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