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丙申年)을 맞아 일본은 위안부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한다.
아베총리가 사죄 표명을 했다는 것이다.
처음 일본 정부가 정부 차원의 책임을 언급하였다고 해서 드디어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잘못했다는 것을 시인하고 반성하겠다는 것인가 생각하며 기뻤다.
그토록 오랫동안 대한민국 국민이 분노하고 나라가 힘이 없어 정의를 실현시키지 못함에 억울했는데 병신년 드디어 우리 민족의 억울함과 돌아가신, 또 살아계신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나마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나만 그런가?
사진 출처 : 경향신문
기사들의 제목은 분명 일본이 최초로 국가적 책임을 언급한 것인데 가만히 살펴보니 뭔가 이상하다.
우선 가장 이상한 것은
최종 합의안이라니???
이 말이 난 계속 마음에 걸렸다.
최종 합의안이 뭐야?
최종 합의안에 대해서 언급하기 전에 일단 어떤 내용으로 책임을 언급했는지 가만히 읽어보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협의하고 최종 합의안을 도출해냈다는 것인데
기시다 외무상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은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런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
일본 문제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표현을 했고 두번째 중요한 포인트가 아베 총리의 사과인데
"아베 신조 내각 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 총리대신으로서 다시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한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다"
이런 내용인데 뭐 언뜻 듣기에 나쁘지 않다.
고맙게도 일본이 책임을 통감하고 극우 세력인 아베 총리가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 것이라
이 부분은 상당히 고무적이고 반가운 일이다.
이제 이 발표를 시작으로 일본 정부의 각 부처와 행정의 노력, 그리고 교과서 등의 정보 수정, 일본 국민들의 인식까지 모든 것을 바로 잡으면 되는 것이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인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이고 억울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이런 이야기를 한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재단을 우리 정부가 설립하고, 여기에 일본 정부가 10억엔 규모의 정부예산을 넣는다는 것에 합의했고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양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이행되는 것을 전제로 이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 비판하는 것을 자제키로 합의했다.
이게 뭘까?
여러분은 이 얘기가 동시에 등장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느낌이 안오나?
물론 오랜 숙원을 병신년 앞에 해결했다고 총선에도 유리하게 작용하지않겠냐고 친구들은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 궁금하다.
쉽게 내 마음대로 분석을 해보면 이런 말로 들린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일본 정부가 밝힌 것은 사과가 아니라 책임 통감이다.
통감 뜻이 뭐냐하면 사전에 보면 통감(痛感)[통ː감]
통이 통증할 때 통이고 감이 느낀다는 감이다.
그러니까 마음에 사무치게 느낀다는 뜻이다.
끝이다.
통감에는 일본이 위안부문제에 책임이 있다거나 잘못했다거나 미안하다는 뜻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
무슨 뜻인지 알겠나?
일본은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냥 위안부 문제 자체가 당시 군의 관여로 많은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상처를 입힌 것에 대해 마음에 사무치게 느낀다는 뜻이다.
중요한건 통감했으니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인데 그건 10억엔을 기금에 넣어서 위안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는게 일본의 통감과 아베의 사과가 섞여서 마치 일본이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를 위해 노력을 하겠다는 것으로 좋게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과는 일본이 한 것이 아니라 아베 총리가 한 것이다.
아베 총리의 사죄에 대한 부분도 살펴보면 잘못된 역사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아니다.
앞부분이 없다.
보통 엄마가 아이를 야단치면 아이는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때리니까, 혹은 무서우니까 사죄를 한다.
그럼 엄마가 묻는다.
뭘 잘못했냐고?
왜 묻는지 아나?
자 다시 예를 들면
여자친구가 하도 난리를 쳐서 내가 미안하다고 사죄를 한다.
그럼 여자친구가 묻는다.
뭘 잘못했냐고?
그 대답을 못하면 여자친구는 더 화를 낸다.
당연하지 않나?
사죄를 하려면 뭘 잘못했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인정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인정하는 부분이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것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이다.
이거 되게 재밌는 문법인데 누가 썼는지 잘도 썼다.
나중에 아베 총리가 사라지고 병신년이 지나 역사적으로 또 다시 문제가 되면 빠져나갈 수 있게 만들어 놨다.
일본이 언제 사과를 했냐고 하면 된다.
아베 총리가 사과한 것을 훗날 극우주의자의 독단 혹은 나라의 이익을 위해 사과했다고 하면 그 뿐이다.
게다가 사과의 이유가 없다.
뭘 잘못했는지 말하고 사과를 했어야 나중에 일본이 사과했다고 할텐데 잘못한 사실이 잘 안나타난다.
그냥 고통과 상처를 입은 것에 대해 사과한 것인데 말 바꾸기에 아주 편리하게 되어 있다.
원래 진정한 사과와 바른 역사 인식에 대한 언급을 하려면
과거 무엇을 잘못했는지 진상규명을 똑바로 하겠다는 내용과
그리고 진상규명에 의해 잘못된 일에 대한 법적책임을 어떤 식으로 질 것인지
책임자 처벌 등 이런 해결책이 나와야 진정한 국가의 사과가 되는 것이 아닐까?
또한 10억엔에 대한 부분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공식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배상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명예와 존엄을 치유하기 위한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니까 법적으로 배상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미 법적인 문제는 일한 간의 재산 청구권에 대한 법적 입장(위안부 배상 문제는 최종 종결됐다는)은 과거와 아무런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니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주장했던 법적 배상은 실제로 아니라는 것.
사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계속 주장했던 것은 강제 동원에 대해 인정해달라는 것과 법적인 책임을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위안부 강제연행 부분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고 관여라고 일관하고 있다.
여기까지 모두 이해한다고 치자.
언론에서 칭찬하듯 정말 아베와 일본이 정신 차리고 역사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한 것이라고 치자.
이런 내용을 합의하는데 넣는 것이 옳은가?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양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이행되는 것을 전제로 이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 비판하는 것을 자제키로 합의했다.
위안부 문제를 그렇게 오랫동안 노력하고 분노했던 이유는 일본이 사과하고 미래를 위해 바른 역사를 쓰고 후세에도 왜곡되지 않은 역사를 남기려고 했던 것이다.
근데 아예 이걸로 위안부 문제는 더이상 말하지 말라???
이번 발표로 남은 것은 10억엔이다.
돈받으려고 대한민국이 떼 썼나?
위안부 할머니들이 돈 받으려고 그동안 싸웠나?
이 발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발표 이후 과거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다양한 일을 펼쳐야하는데
아예 위안부 문제는 끝내자?
더 말하지 말자?
이 사진들을 보고도 과연 여러분은 이번 발표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시나?
위안부 소녀상에 대한 비하 패러디다.
윤병세 장관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에 대한 일본측의 이전 요구와 관련, "공관의 안녕을 우려하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인지하고 관련단체와 협의하에 적절히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더이상 말하지 말자고 했으니 못하는 것인가?
이번 합의를 토대로 미래 어느 날 낙장 불입으로 우리의 주장이 먹히지 않는다면
10억엔에 씻을 수 없는 계약을 하게 된 것일 수 있다.
이번 위안부문제 해결이라고 나온 중요한 인물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이번 일과 아주 비슷하게 일처리를 한 선례가 있다.
그 좋은 예로 무한도전에서 찾아갔던 섬 하시마섬을 기억하는가?
일본 하시마섬 (端島)
군함도, 군함섬, 유령섬이나 지옥섬이라고도 부른다.
1887년부터 1974년까지 하이테크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발달했던 섬인데 당시 석탄생산량이 상당히 많았던 곳이다.
섬 전체가 탄광자체라고 봐도 될만큼 석탄 채취가 활발했던 당시 이 섬에 갇혀 탄광 노동을 했던 사람들중에는 수많은 조선인들 중국인들이 강제 징용으로 끌려와서 노동착취를 당했던 곳이다.
하지만 비정상회담에서 보면 신세대 아이돌 일본인 유타의 말을 들어보면 학교에서 하시마 섬에 대해 공부한 적도 없고 정보를 들은 바 없다고 한다.
당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다는 뉴스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섬에 관심을 갖고 최근 일반인에게 관광이 허용되면서 관광객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강제징용간 우리나라 사람들은 1일 2교대로 최대 16시간을 해저탄광 막장에 들어가 옆으로 누워있는 듯한 자세로 탄을 캐는 고통을 당해야만 했다.
콩깻묵으로 만든 주먹밥 두개라 하루 식량의 전부였다고 알려져있다.
이곳에 적혀있는 한국인의 한국말이 가슴 아프다.
어머니 보고싶다는 말과 배가 고프다는 말.
당시 징용을 가서 노동착취를 당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는데 당시 사인은 두개골함몰, 익사, 압사 등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2차세계대전 중 가장 많은 석탄생산량을 자랑하던 하시마섬에서 나온 석탄은 일본이 세계 침략 전쟁을 하는데 사용됐다.
욱일승천기를 달고 인간들을 도살하던 일본군들의 침략과 야욕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동원돼 강제로 일한 잔인한 상황이었다.
그러니 유령섬이라 불릴만큼 우리 선조의 원한이 서린 섬인 것이다.
이 치욕스러운 분노의 섬을 나가사키(長崎)시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기위해 노력했는데
세계문화유산 지정 신청에 대해 말이 많았다.
그런데 결국 2015년 7월 5일, 하시마섬에 대해 일본은 조선인 강제노역 등을 인정하면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에 포함되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분명히 강제 노역에 대한 부분이 있는데
were brought against their will and forced to work under harsh conditions
'forced to work'라는 말이 강제노역의 뜻인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발표한 성명의 'forced to work'라는 부분을 일본어 번역본에서는 억지로 일했다 혹은 일하게 됐다 정도로 수동형 표현인 '하타라카사레타'(人변에 움직일 動+かされた)로 기입했다.
게다가 이번 위안부문제 해결의 주인공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forced to work'라는 표현에 대해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나중에 밝히기까지 했다.
이때 아사히 신문을 보면 "일본은 징용공의 미지불임금 등은 1965년 국교정상화때 체결한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이라며 "강제노동이라는 단어 사용을 일본이 인정하면 한국이 장래 새로운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음을 (일본정부는)우려했다"라고 보도했다.
일본 외무상이 일본 입장에서 보면 나라를 위해, 그리고 게임의 득실 개념에서 상당히 머리좋게 일처리를 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어떤가?
하시마섬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고 관광지로 줄을 길게 서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게임은 일본이 이겼고 우리는 강제징용에 끌려가서 돌아가신 분들과 아직도 살아계신 분들의 억울함을 달래주지 못했다.
하시마섬 강제징용자들의 미지불 임금에 대해서는 1965년에 체결한 청구권 협정 이야기를 꺼냈고 그 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언론이 쓰고 있는 위안부 문제 해결이라는 말을 나는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것이 위안부 문제 해결이라고 못박으면 우리는 또다시 미래에 병신년 조약때문에 10억엔 먹고 떨어져 더이상 억울함을 풀 수 없는 상황에 놓일지도 모르겠다.
현재 위안부 할머니는 46명이 생존해있고 이번 타결 발표 이전에 당사자인 할머니들과는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사진출처 : jtbc 비정상회담, mbc 무한도전, 온라인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