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돌아가신 백남봉 아저씨...
싫어하는 피디들이 참 많았다.
특히나 젊은 피디들이 힘들어하고 싫어하는 일순위였다.
모닝와이드를 할 때다.
서로들 백남봉 아저씨를 회피하기에
늘 촬영은 나에게 주어졌다.
회피했던 이유...
워낙에 오래된 코미디언으로 대가이기에
피디들이 현 트렌드에 맞게 연출하려면 힘들었다.
근데 난 옛날 코미디를 의외로 좋아하기에 죽이 잘 맞았다.
시골로 촬영가는데 휴게소에 들르면
아줌마들과 한판 입담 자랑을 하시고 (피디들은 이것도 싫어했다)
또 휴게소에 있는 온갖 먹을 것을 바리 바리 싸가지고 오셨다
(피디들이 이건 더 싫어했다 ㅎㅎㅎ)
젊은 피디들은 이것을 얻어먹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보기엔 아줌마들이 좋아서 기쁘게 싸주는 것이라고 느꼈다.
마치 엄마가 잔치에 다녀오시면 비닐 봉지에 이것 저것 섞여 있는 것처럼
어떻게 보면 좀 지저분해보인다 ㅎㅎㅎ
근데 난 백남봉 아저씨가 큰 비닐에다 이것 저것 섞어 담아오신걸 보면
엄마 생각이 났다.
어미새가 아기새에게 먹이를 먹여주는 생각이 났다.
밤새 술먹고 아침에 내가 사라져서 경찰에 신고하고
혼자서 촬영 다하셨던 백남봉 아저씨...
술이 취해서 집에 가자고 하셔서 집에 갔더니 아무도 없었고
혼자서 쓸쓸하셨는지 같이 자자고 하면서
손수 햄버거를 만들어 주셨다.
난 이 아저씨가 한없이 정겨웠고 따뜻했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늘 할머니, 할아버지가 싫은 법...
아저씨가 떠나고
코미디언이 이 땅에서 사라지고 있다.
개그맨만 남는다.
배연정 아줌마 촬영 때 꼭 가야할 곳이 있다고 해서
따라갔던 곳이 배삼룡 선생님 댁이었다.
그림을 그리고 게셨다.
고등어 그림을 보며 어머니, 고향을 느꼈고 한동안 감동에 젖었던 생각이 난다.
비오는 날...
배삼룡 선생님도 떠나셨다.
아주 오래된 사진인데...
전원주 아줌마.
사이판에 촬영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면세점에서 디즈니 캐릭터가 그려있는 티셔츠를 두장 사셨다.
아들 줄거라고, 나와 사이즈가 비슷하다고
한장을 나에게 내미셨다.
아!!! 감동이다.
근데 미키마우스랑 도널드덕이 한가득이라 좀 쪽팔렸다 ㅋㅋㅋ
제작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는 깨끗한 여관을 늘 찾았는데
아줌마는 늘 여관에 얼굴을 들이미시고
나 전원주야!~ 방값 좀 싸게 해줘...
그리고 차 안에서 호두며 잣, 과일등을 풀어놓으시고
스태프들에게 먹였다.
참 좋은 분들이다.
그 외에도 오랜 방송생활을 하셨던 대 선배들과 촬영을 가면 참으로 감동적이다.
그분들이 그립다.
많은 연예인들과 촬영을 해봤지만
그분들 처럼 그렇게 오래 가슴 저리게 고맙고, 그리운 분들이 없다.
백남봉 아저씨가 나중에 SBS에 오셔서
높은 분들께
피디가 우리 집에 와서 내 마누라 이불에 오바이트를 해놓고 갔다고
그리고 촬영날 술쳐먹고 사라졌다고... 사람들 다 듣게 큰소리로 일렀다.
난 그것도 즐거웠다.
젊은 피디들은 그것이 나의 비리를 고발하는 것이라고 느꼈겠지만
난 한없이 즐거운 우리의 추억을 자랑하고 계시다고 느꼈다.
오늘은 왠지 백남봉 아저씨가 너무 너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