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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학교 박신양 이원종 말이 안되는 설정에서

GeoffKim 2016. 2. 10. 04:30

'배우학교'라는 훌륭한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배우 박신양 선생님과 발연기 제자들이 연기 수업을 받는 설정이다. 배우학교 1회 시청률은 3%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놀랍고도 기막힌 것은 여타의 예능 프로그램처럼 웃자고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다.

웃자고 만든 프로그램일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박신양 선생님때문에 극강의 진지함이 묻어났다. 

발연기 대표 연기자들로  장수원, 유병재, 그룹 위너 멤버 남태현, 개그맨 이진호 등이 포진됐다.



우선 유병재는 연기를 못하는 친구가 아닌데 이상하고 또 박두식도 결코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아닌데 이상하다. 제일 이상이상이상한 것은 이원종이다. 이원종은 발연기는 커녕 연기자 중에서도 연기를 잘하는 배우에 속한다.

그럼 언론에 보도자료를 낸 발연기 배우들이란 콘셉트는 사실 맞지 않는다. 장수원과 남태현의 경우 대표적 발연기 배우들인데 남태현의 진솔한 모습이 첫회 매우 인상 깊었다. 사실 자신의 모자란 면을 인정하고 고치려는 출발 자체가 의미있는 시도며 훌륭한 자세다.

장수원은 예고편에서 자퇴한다고 나왔지만 그냥 예고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장수원과 이진호는 미생물에 함께 출연했었는데 배우학교 PD 백승룡 피디가 바로 미생물의 피디다. 백승룡 피디는 원래 드라마 피디가 아니지만 막돼먹은 영애씨, 잉여공주 등으로 드라마 입봉을 하고 예능을 하고 있지만 계속 드라마를 하고 싶어하는 피디고 당연히 박신양과 이원종, 그리고 출연자 들을 구성으로 차기 드라마를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점친다.

나는 그래서 이런 딱 떨어지지 않는 구성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배우학교라는 콘텐츠는 그 자체로도 독립된 콘텐츠이지만 이후 새롭게 발전한 이들이 함께 만들 드라마 결과물은 백승룡 피디가 만들 것이며 전체 콘텐츠가 예고의 의미가 되니 드라마 홍보효과가 극대화되는 실로 약고 마케팅적인 기획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많은 이들이 이원종을 나이도 어린 박신양이 너무 막대하는 것이 아니냐라며 말도 안되는 설정이라고 비판하는데 이건 위의 논리라면 설명이 될듯하다. 이원종은 훌륭한 배우가 되기 위해 박신양에게 배우러 온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배우학교 박신양 이원종의 나이 차이를 한번 보면 박신양은 1968년 11월 1일생이고 이원종은 1966년 1월 1일생으로 빠른 66년생.

최소 2살 차이가 난다. 그럼 데뷔가 박신양이 빠른가?


정식 데뷔는 박신양이 같은 대학 동기 양윤호 감독의 실험적인 영화 유리에 1996년에 출연했고 이원종은 1999년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데뷔했다. 공식 데뷔는 박신양이 선배다.

그럼 비공식으로 이전 출연작을 뒤져보면 박신양과 이원종 모두 연극 배우 출신이다. 

박신양이 1986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했고 이원종은 1987년 처음 연극배우로 데뷔했다고 알려졌으나 그 이후도 오랫동안 큰 배역이 없었다. 그러니까 사실 이원종이 나이는 더 많지만 박신양이 선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이원종을 너무 막대하는 것 같아서 박신양의 성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하는 지적에 대해서는 박신양과 이원종은 이미 이전에 많이 호흡을 맞췄다. 나쁜 관계였으면 당연히 출연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달마야 놀자와 달마야 서울가자에 박신양, 이원종은 함께 출연했고 쩐의 전쟁에서도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그러니 사실 나이도 있으면서 연기도 잘하는 모범생 배우 한명이 필요했을텐데 박신양과 독독한 이원종을 섭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박신양이 막 대할 수 있는 것이지, 아무리 정색을 하고 이원종을 다그치는 것도 서로 관계가 없으면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첫회가 대성공을 거둔 이유는 대부분 박신양의 캐릭터에 기인된다. 유병재가 심장이 쪼그라들정도로 긴장한 것은 사실 박신양의 내공이 장난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유병재가 배우학교에 출연한 이유는 뭔지 아나?

아주 간단하다. 유병재는 제대로 된 연기수업을 받으러 배우학교에 입학한 것이 아니라 배우학교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와서 출연한 것 뿐이다. 근데 박신양이 정색을 하고 유머를 안받아주고 진심으로 왜 왔냐고 물어보니 그 심리적 갈등과 부담감은 배우학교라는 묘한 분위기의 예능 프로그램을 탄생하게 만든 것이다.


프로그램으로서 연기를 다루는 것은 정말 힘들고 재미없으며 실패 확률이 매우 높다. 사실 대한민국에서는 모두 망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기 오디션이 왜 없을 것 같은가? 노래 오디션은 넘쳐나고 요리 프로그램도 넘쳐나는데 왜 연기 오디션만 시도하면 죽쑤고 기획 자체도 거부당하는지 아는가? 연기는 통으로 스토리를 보는 맛이 있어야 빠지는 것이지 한 부분만 떼어놓고 했을 때 사람들에게 감동도, 공감도 주기 힘들기 때문이다.

노래는 3분 내에 기승전결을 가진 컨텐츠이지만 드라마는 짧게는 한시간, 길게는 100시간 정도를 봐야 되는 컨텐츠이기 때문이다. 요리도 마찬가지로 15분 안에 기승전결을 가질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기획단계에서 무조건 이 프로그램은 망한다에 몰표를 주었으나 이걸 뒤집은 것이 박신양이었다. 박신양은 배우학교라는 프로그램을 프로그램으로 접근하지 않고 정말 배우학교로 접근하는 놀라운 메소드를 보여줬다. 무엇이 연기인지 무엇이 진짜인지 모를 엄청난 몰입을 한 것이다.

그러니 유병재는 당연하고 이원종까지도 당황할 수 밖에 없고 이것이 대박을 이끌어냈다고 평할 수 있겠다.

이러한 박신양의 몰입은 앞으로 연기 수업을 하면서 더욱 더 강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박신양은 방송계에서도 유명한 꼴통이고 한때 쩐의 전쟁 제작비 소송 때에는 무기한 드라마 출연 정지까지 협회에서 받을 정도로 강성이다.

당시 욕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사실은 이 무자비한 박신양이라는 극단적인 배우 필이 가져온 싸움이었는데 웬만한 연기자들은 협회나 대형 드라마 제작사들이 협박하면 그냥 넘어가겠지만 박신양은 끝까지 굴하지 않았었다. 

내가 판단하기엔 객관적으로 무조건 박신양이 옳은 일이었는데 대중에게는 마치 쩐의 전쟁이 너무 인기있다고 박신양이 고액의 출연료를 요구했다는 것으로 잘못 알려진 면이 있는 것 같다.

연기자에게 드라마 연장 결정을 내리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자칫하면 잘 쌓아온 드라마의 이미지도 망치고 배우도 바보되는 어마어마한 결정인데 웬만한 자존심의 배우도 고통일텐데 박신양은 오죽했겠나? 그래서 프로덕션이랑 출연료 계약을 했는데 출연료 일부를 주지 않고 출연료가 너무 높다는 쪽으로 이슈메이킹이 되면서 박신양이 나쁜 사람으로 알려지는 이상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배우학교 프로그램에서 박신양이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리얼하게 목격하면서 나는 그동안 박신양을 둘러싼 소문과 찌라시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박신양은 달랐다. 다행스러운 것은 배우학교 백승룡 피디가 이를 100% 리얼하게 잘 살려냈다.

박신양의 행동이 너무 과격하여 제작진이 좀더 예능적으로 포장했으면 배우학교는 별볼일 없는 군상들의 3류 콘텐츠가 될 뻔 했으나 박신양 캐릭터 그 자체를 가감없이 드러냄으로서 현재 호평을 받고 있다.

이것이 박신양의 리얼인지 아니면 박신양의 몰입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매일 보는 지겨운 예능으로부터 탈피한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연기 쪽으로는 거의 최초 성공하는 콘텐츠 포맷을 갖게 되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정말 고급진 부분은 밤이 깊을 동안이나 끈질기게 계속된 자기 소개 시간이 제작진이 만든 것이 아니라 박신양의 꼴통스러움이 만들어낸 것이며 그것은 그 어떤 교육 프로그램보다도 값진 메시지를 던져주기도 했다.

모두에게 뜨끔한 것은 "니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뭐냐?"라는 물음이었고 이건 연기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젊은이들이 말하는 방법, 생각하는 방법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리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이러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