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는 바보가 아니었다.
방송계에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시청자 속성이 있었으니 뭐냐하면 "시청자를 믿으면 안된다. 하지만 시청자를 무시해서도 안된다"
시청자는 참 이상하게 바보같은 드라마나 의미없는 오락 프로그램을 보며 시청률을 올린다.
'내 딸 금사월', '돌아온 황금복' 류의 늘 똑같은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도 본다.
하지만 또 정확한 면도 있다.
대한민국 시청자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1위에 늘 무한도전을 올려놓는 것이 또 시청자다.
얼핏 들으면 무한도전이 바보 짓하는 예능인들을 아무 생각없이 보는 것 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사실 무한도전은 굉장히 품격 높은 예능이다.
예를 들면 요즘 아무도 만들지 않는 따뜻한 위로와 관심을 주는 나쁜 기억 지우개 편이나 일본 하시마섬에서 강제 징용에 대해 전하기도 한다.
그래서 시청자는 무시를 해서는 안된다.
분명 시청률에게는 정확한 코드와 의미가 있다.
22일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서 발표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3월 편을 보면 무한도전이 또 1위에 올랐다.
18개월 동안 한번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이것은 시청률과는 다른 조사이고 화제성과도 약간 다른 조사다.
특히 현재 장안의 화제 드라마인 송혜교, 송중기의 태양의 후예가 방송되고 있는데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순위에 태양의 후예를 2위로 밀어놓고 무한도전에 1위를 주었다.
뭐 사실 여기까지는 크게 놀랄 일이 아니다.
무한도전 1위, 태양의 후예 2위를 뒤따르는 3위에 세상에나 마상에나 드라마 시그널이 올랐다.
박해영 역 이제훈, 차수현 역 김혜수, 이재한 역 조진웅, 이재한 형사가 오늘도 보고 싶다.
지상파 드라마도 아니고 어르신들이 이해하기에도 쉽지 않은 시그널이 3위라니.
정말 훌륭한 결과다.
당연히 시그널은 마니아들에게 최고의 드라마로 홀릭하게 만드는 면이 있지만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3위에 오른 것은 의외이며 또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막장 드라마 시청률이 높지만 그래도 시그널처럼 웰메이드 드라마를 챙겨주는 한국인이 참 좋다.
혹시 못 보신 분이 계시다면 드라마 시그널, 반드시 챙겨보시기 바란다.
단지 미스터리 스릴러 판타지 장르가 아닌 한국의 유명한 사건을 소재로 우리가 보내는 현실은 누군가 바꾸고 싶었던 미래라는 메시지가 가슴 찡하다.
세상은 어차피 항상 보수의 승리, 기득권의 승리라고 패배주의적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는 좋은 드라마다.
한편 '뉴스구독자수'(화제성), '직접 검색자수'(관심·관여도), '버즈량'(몰입도)으로 평가하는 콘텐츠 파워 지수(CPI) 순위를 보면 3주 연속 태양의 후예가 1위에 올랐다.
이건 뭐 뉴스나 검색에서 수도 없이 태양의 후예가 언급되니 당연한 결과일 것으로 보이고 여기서도 놀랄만한 일이 있다.
시그널 시청률은 12% 정도지만 콘텐츠 파워 지수(CPI)에서 무려 무한도전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무한도전이 3위, 그리고 프로듀스 101이 4위, 복면가왕이 3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