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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런거야 80억 적자 김수현 한물 갔다는 평에 사실은 밉살 캐릭터가

cultpd 2016. 8. 22. 22:27

기사나 몇몇의 네티즌만 '그래, 그런거야' 종영에 대해 아쉬움을 남긴다.

그도 그럴 것이 본 사람이 거의 없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젊고 어린 시청자들 중 본 사람들이 거의 없으니 인터넷에서 화제성이나 논란거리가 케미를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맞다.

난 '그래, 그런거야'를 첫회부터 마지막회까지 단 한편도 빠트리지 않고 모두 보았다.

'그래, 그런거야'가 정말 재밌어서 본방사수한 그그빠가 아니다.

그냥 현실에 없는 듯한 대가족, 현실에 없는 듯한 가족애, 이런 것들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으니 그렇다.

두번째 이유로 김해숙의 내레이션이 듣기 좋다.

김해숙의 목소리도 좋지만 그가 말하는 대사가 글이어서 그렇다.

요즘 드라마 작가의 대본은 전통의 글빨을 찾아볼 수가 없고 시추에이션과 말장난, 위트와 닭살로 가득하다.

하지만 드물게 '그래 그런거야'에서는 글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책을 읽지 않는 요즘 당연히 이런 글은 듣기 힘든 시대일 것이다.

또 드라마는 공감과 대리만족인데 대가족에 사는 사람이 거의 없고 어른들을 대하는 태도나 가족들의 관계가 공감갈 리 없다.

하지만 과거의 향수만 담은 것은 아니다.

신소율은 느낌이 어떤지 친구와 키스를 해봤고 노주현은 서지혜와 시아버지, 며느리의 야동 같은 관계를 오해받았고 김정난에게 침을 뱉었다.

홍요섭은 경향신문을 봤고 남규리는 사돈 총각과 바람이 나서 경주로 도망을 갔다.

김영훈은 총각 때 낳은 숨겨진 아들이 있었고 강부자는 며느리에게 해방을 선사했다.


결코 잔잔하게 과거 우리들의 대가족 향수를 건드리는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사건을 만들었고 또 틀은 늘 같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김수현의 하고픈 말은 계속 업데이트 됐다.




이런 드라마를 아직도 볼 수 있다는 다양성 제공에 SBS에 감사했다.

물론 마지막 송승환 이혼 이야기부터 이순재의 죽음까지 한회에 많은 이야기를 정리하며 급하게 끝나버린 조기 종영이 아쉽다.

이왕 망한거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더 큰 박수를 받았을테지만 그래도 80억 정도의 적자를 봤고 광고 판매율이 20%에도 못미쳤다는 말을 듣고 봐주기로 했다.


여기까지 정리인데 사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시대착오라는 것, 시대를 읽지 못했다는 것에 강하게 반대한다.

세상에 맞춘 드라마는 W도 있고 닥터스도 있고 수도 없이 많다.

'그래, 그런거야'는 지금의 톤과 매너로 존재감을 주고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난 실패의 원인을 시대 착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시대와 안맞더라도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향수, 또는 새로움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패 원인은 캐릭터의 매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시청자가 캐릭터에 빠져서 그를 사랑하거나 그를 불쌍하게 여기거나 그를 재미있어 하거나 그를 무서워하거나 

그래야하는데 이게 생기려면 근본적인 매력이란 것이 있어야한다.

연기자가 매력 없더라도 캐릭터가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래, 그런거야'에는 김해숙과 강부자, 홍요섭을 제외하면 캐릭터 매력도는 전멸이다.

극단적인 예로 편의점 사장이 된 정해인.

정해인은 여행블로거가 된다며 꿈을 키우는 막내였는데 편의점 하면서 돈만 밝히는 짜증나는 캐릭터로 바뀌면서 나오기만 해도 싫었다.

심지어 '그래 그런거야' 마지막회에서는 반지를 잃어버렸다며 집으로 들어오는 남규리에게 화를 내는데 장모님 임예진이 있는데도 화를 내는 모습이 정말 꼴 보기 싫었다.

또 나감독 부인 윤소이 역시 나오기만 해도 짜증 나는 캐릭터다.

남자를 떠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용서하지도 못하는 이상한 캐릭터로 친정 엄마에게 짜증만 내는 아주 비호감 캐릭터였는데 나중에는 나감독 자식에게 잘해주는 참 정신 병자 느낌의 캐릭터였다.

심지어 매력 있었던 김정난까지도 노주현과 결혼 후 맥주를 못마시게 하는 등 짜증나는 캐릭터로 매력을 잃어버렸다.


그러니까 강부자, 김해숙 외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변태 느낌, 정신 병자 느낌이 강한 캐릭터였다.

오로지 강부자와 김해숙 만이 제 정신 박힌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이 두사람의 관계에는 눈물도 났고 또 웃음도 났으니 어쩌면 이 두사람과 홍요섭 정도가 이 드라마를 살아있게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김수현이 한물 갔다라기 보다는 오히려 이 시대에 맞는 김수현으로 변모하기 위한 노력이 변태 캐릭터로 불편한 상황을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히려 강부자, 김해숙 이야기처럼 정통으로 승부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예를 들어 가족끼리 왜 이래 같은 경우는 시대를 잘 읽어서 시청률이 40%나 나왔겠나?

가족끼리 왜 이래를 보면 유동근부터 김현주, 김상경, 박형식 등의 캐릭터 모두가 참 착하고 예쁜 캐릭터였다.

손담비가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철없는 새댁역할을 했는데 이번 그래 그런거야에서 왕지혜가 맡았던 역할과 똑같다.

그런데 손담비는 매력이 있는 캐릭터였지만 왕지혜의 경우는 초반 재밌고 매력 있었지만 시간이 갈 수록 극단으로 가면서 눈살을 찌푸리는 새댁으로 바꿔 놓았다.

실수를 하고 막말을 해도 그 캐릭터에 매력이 있어야하는데 왕지혜는 너무 멀리 갔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그래, 그런거야'의 실패 원인이다.

시대를 잘못 읽었다라든가, 젊은 층에 호응을 못얻어 광고가 안붙었다는 이야기는 사후 분석으로 전혀 사실과 맞지 않다.

가족끼리 왜 이래에 광고가 안붙었겠나?

아니면 가족끼리 왜 이래가 시대에 맞는 가족 이야기였나?


정확한 원인은 캐릭터의 매력이 부족했고 극단적이었다는 것.

그 원인에 시청률에 대한 압박으로 좀 더 자극적이고 독한 약을 탄 것이 캐릭터의 호감을 오히려 빼앗았다는 것.

그 정도로 나는 분석한다.


하지만 첫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재미있게 의미있게 본 나같은 시청자도 있었으니 김수현 작가의 차기작은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원래대로 해달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아울러 김해숙의 연기와 목소리는 정말 공감 갔고 마음의 위안이 많이 됐으며 강부자 선생의 연기는 거의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생각에 그냥 목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두분의 연기와 열정에 감사함과 박수를 보낸다.

아참, 의외로 귀여웠던 홍요섭씨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사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