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의 역작 D7000이 출시 며칠만에 암초에 부딪혔다.
일부 제품에서 동영상 촬영 시 핫픽셀이라는 색깔 점이 찍힌다는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 커뮤니티의 대표인 SLRCLUB, 니콘 포럼에는 수많은 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니콘코리아는 기술적 문제일 뿐 고장이나 불량이 아니라는 입장으로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동영상을 찍을 때 통상적인 현상으로 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다른 카메라도 확인은 안 해봤지만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답변에는 큰 문제가 있다.
고장이나 불량이 아니라는 입장은 물건을 수거해 조사해보고 답해야하는 부분이고
"다른 카메라도 확인은 안해봤지만~"이란 말은 기업 입장에서 절대로 말해서는 안되는
부분인 것이다.
확인도 안해보고 짐작된 사실을 언론과 인터뷰한다는 것은 직원 교육이 잘못된 것보다 큰 의미가 있다.
이는 한 담당 직원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위기 관리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위기관리 대처에 관한 PR, 광고계에서 주로 말하는 바이블이 있다.
바로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있었던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이 그것이다.
타이레놀을 복용한 사람 7명이 목숨을 잃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다.
조사결과 타이레놀에 청산가리가 들어 있었고 제조사인 존슨&존슨사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1. 최고 책임자가 처리한다.
최고 경영진이 모두 즉각 모여서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우리나라처럼 담당자들이 머리 맞대고 "어떡하지?"하면서 회의한 것이 아니라
기업 최고 책임자들이 모여 위기를 대처하는 작전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밑으로부터 사고를 대처하는 것은 여러 문제를 야기시키고 한가지 전략으로 위기를 대처하지 못한다.
무조건 최고 책임자가 방향을 정하고 지시해야 한다.
2. 언론에 적극적으로 알린다.
위기에 대한 작전이 수립됐으면 언론을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기업은 어떤가?
어떻게든 숨기려고 하고 언론 인터뷰를 회피한다.
아직은 말할 때가 아니라는 둥, 자세한 조사 후라는 둥... 갈팡질팡이다.
하지만 존슨앤존슨은 반대로 모든 언론사에 자료를 공개하고 소비자들의 전화 한통까지
모두 받을 수 있도록 대규모 핫라인을 설치했다.
놀랍게도 언론에 "절대 타이레놀을 복용하지 말라"는 홍보를 대대적으로 펼쳤다.
또한 조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언론에 알렸고 타이레놀의 회수 요청을 발표했다.
3.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라.
결국 타이레놀의 생산공정에서 독극물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소매 단계에서 한 사람이
독극물을 투약한 것이 밝혀졌다.
사실 존슨앤존슨은 아무 책임도 잘못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고 경영자인 제임스 E.버크는 피해자의 가족에게 애도의 편지를 보내고
문제가 있었던 75병의 타이레놀 외의 전국에 산재해있던 3천만병, 우리돈으로 1천억이 넘는
분량의 타이레놀을 수거하여 폐기 처분하라고 조치했다.
모방 범죄에 의해 있을지 모르는 부분까지 걱정했다고 한다.
이후 포장을 바꿨고 대부분의 직원이 타이레놀이라는 브랜드를 포기하자고 했는데
회장은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겠지만 소비자와의 윤리적 약속을 지키기 위해
브랜드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후 타이레놀은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최고의 매출을 올리는 진통,해열제로 자리잡았다.
이 사건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한 미치광이의 범죄 때문에 기업이 위태로워졌지만 오히려 위기 관리 능력을 보며
소비자들은 기업의 윤리정신을 느끼고 오히려 신뢰하게 됐다는 것이다.
새우깡에서 생쥐머리가 나오고 참치 통조림에서 칼날이 나오고 과자에 멜라닌이 함유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사건이 벌어지면 최고 책임자가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펼쳐야하는지 고민해볼 때다.
진정 소비자를 생각하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
기업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기 전에 소비자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살피고 이후 같은 잘못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대처하는 것,
올바른 정보와 대처 상황을 즉각적이고 투명하게 밝히는 것,
이것이 현명한 기업이며 오래가는 기업일 것이다.
안타깝게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