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S R 시스템이 시작됐다.
왜 캐논의 EOS R은 뜨거운 감자가 되었을까?
유명한 전문가들도 EOS R의 단점을 열거하며 고개를 저었다.
써보지도 않고 며칠 경험해 본 것으로 감히 쓰레기라 칭하는 꼰대들이 수도 없이 많다.
이유는 하나다.
EOS R을 단지 한 대의 카메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필자가 써본 EOS R도 공황장애가 올 정도로 괴로운 카메라였다.
하지만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정신 수양을 거쳐 EOS R을 좀 더 광의의 의미로 접근해보기로 했다.
CANON EOS R, RF24-105mm f4L IS
EOS라는 말은 31년 전부터 캐논의 기치였다.
모두들 전통과 빛을 강조한 네이밍을 할 때 캐논은 전자라는 뜻을 자신들의 깃발에 새겨 넣었다.
왜 그랬을까?
물론 캐논이 전통적으로 약했으니 미래 지향적인 것이 더 전략적으로 옳았을 것이다.
Electro Optical System, 물론 EOS의 뜻에 에오스라는 여명의 여신, 로마신화의 오로라가 중의적으로 사용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전자광학시스템이라는 뜻이다.
캐논은 콘탁스, 코닥, 니콘, 올림푸스 등의 막강한 회사들과 디지털 세계에서 한 판 벌이고 대승을 거두게 된다.
FD 마운트에서 EF 마운트로 변화 후 디지털 카메라계에 우뚝 선 캐논은 이제 RF 마운트로 세번째 변화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단지 EOS R이라는 카메라 한 대로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것은 매우 재미있는 시대의 흐름을 간과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CANON EOS R, RF24-105mm f4L IS
그리하여 수많은 비난과 조롱을 머금고 조금은 다른 리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EOS의 30년 부귀 영화를 이어가기 위해 단순히 미러리스도 만든다라는 개념이 아니라 향후 30년을 또 다시 1위로 이어가기 위한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선언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상당히 재밌는 접근이 된다.
이것은 나의 상상이 아니라 개발자들의 인터뷰에서 이미 확인한 바 있는 사실이다.
‘선배들이 EOS 시스템을 세상에 내놓은 지 약 30년.
디지털화와 고화소화, 동영상 대응 등 시대는 크게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뒤처지기는커녕 지금도 사진과 동영상의 세계를 이끌고 있습니다.
우리도 30년에 걸쳐 계속 발전할 수 있는 영상 입력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 가토 마나부
‘카메라는 더이상 렌즈와 디바이스로 나누어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런 시스템 카메라의 시대를 개척해온 캐논으로서
다음 30년을 향해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우리는 다시 미래를 예견하기로 했습니다.’ - 오시마 신타로
CANON EOS R, RF24-105mm f4L IS
물론 어떤 회사나 신제품을 내놓을 때 거창한 말들을 하긴 하지만 이건 형식적인 인터뷰가 아니라 중요한 콘셉트와 전략을 가지고 접근했음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EF 마운트를 만들고 카메라의 디지털화를 연구한 선배들의 나이가 당시 30대였다면 현재 나이 60대, 당시 결정권자는 현재 70-80대, 당시 열심히 선배들을 따랐던 20대가 현재 50대.
이렇게 계산하면 답이 나온다.
이번 EOS R의 개발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젊은 개발자들의 선택과 결정이었다는 것.
이제 꼰대와 젊은이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필자는 애플빠다.
애플의 고 스티브 잡스의 철학이 새롭고 스타일리시하고 진보적이라고 생각하여 애플에 빠진 것인데 생각해보니 너무 오래된 일이다.
그러니까 애플의 초창기 선진적이고 우월의식을 느끼게 하는 선망성을 좋아했던 사람들의 나이가 이미 40-50대가 되었다는 말이다.
생각을 안 해봐서 그렇지 생각해보면 우리는 꼰대가 되었다는 소름끼치는 수학적 결론이 나온다.
캐논과 니콘, 파나소닉을 좋아하던 내가 (물론 소니 사이버샷 f828부터 거의 모든 크롭, 풀프레임 DSLT부터 미러리스까지 다 써보긴 했지만) 처음 소니 알파 시리즈를 만졌을 때 드는 느낌이 애플에서 윈도우로 돌아간 듯한 느낌처럼 사용자에게 많은 선택의 기회를 열어준 것은 꼰대에게 복잡하고 힘든 것으로 평가될 때가 있다.
캐논의 젊은이들은 노인네들의 정통성을 거스르고 운영체제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정도의 혁신을 꿈꾸는 것 같다.
난데없이 괴상한 슬라이드 펑션 버튼을 넣은 것부터 그걸 만드느라 잠금 버튼까지 아까운 면적에 쳐 박아 넣은 것을 보면 이건 정말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조이스틱을 빼고 모드 다이얼에 혁신을 꿈꾸고 엠펑션까지 어마어마하게 빠르고 편리하게 만들어 주려는 노력이 꼰대 입장에서는 3일간 멘붕과 공황장애로 숨이 안 쉬어지는 경험을 하게 했다.
사실 이 공황 상태에서 난 많은 것을 생각했다.
대체 너희들의 저의가 뭐냐?
그리고 접신한 것처럼 이상한 느낌을 갖게 됐다.
그게 바로 위에 적은 꼰대 정신이라는 결론이다.
캐논이 맥이고 소니가 윈도우라면 캐논 RF는 거의 리눅스, 레드햇인가... (잘 모름) 이런 수준이었다.
매뉴얼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헤비 유저로서 처음 소니의 아이AF 버튼 찾아 헤매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미루어 짐작하면 알 수 있었던 이전의 카메라들과 다르게 알고리즘, 논리적 순서도, 드라마의 인물 관계도가 복잡하고 꼬인 듯 보였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렇게 플로우 차트를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비직관적 조작감은 두가지의 문제가 있었다.
1. 꼰대의 새로운 시스템 학습 열정 부족.
2. 중급기로 포지셔닝하여 막아놓은 다양한 고급 기능들
1번은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쓰면 쓸수록 해결이 가능했고 손에 익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소니 카메라를 잘 사용하려면 다양한 펑션키를 이용하고 세팅값을 커스텀 모드에 등록하여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캐논, 니콘 카메라는 이전에 세팅값을 모드에 등록하지 않고서도 잘 사용했었다.
왜냐하면 등록할 거리가 별로 없고 늘 쓰던 대로 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EOS R은 상당히 많은 기능을 사용자에게 선택할 수 있게 오픈하였고 상황에 맞게 세팅값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게 됐다.
그러니 캐논도 이제 젊은이들의 변화 노력이 반영된 것이고 꼰대는 최초로 매뉴얼을 찾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2번의 경우가 상당히 문제인데
버튼과 키의 조작에 치명적인 문제점을 야기시키는 것이 바로 모든 기능을 따로 따로 오픈해주고 묶었을 때 불가능해지는 경우이다.
연사모드에서는 뭐가 안 되고 서보 상황일 때는 뭐가 막히고 새롭게 추가된 FV모드에서는 키가 달라진다.
무음모드가 되면 플리커 자동이 안 되고 연사가 안 되고 뭐 이런 식의 복잡한 연결, 또 연사모드에서 펑션 슬라이드키에 할당할 수 있는 기능이 제한되고... 아! 쓰면서 또 공황장애 ㅜㅜ
심지어 액정에 수평 표시 나오게 하려고 10분동안 길에 서있게 만들었음 ㅜㅜ
그리고 필자가 캐논을 쓸 때 가장 불편한 것은 의외로 파워 버튼, 온오프 버튼을 다른 곳에 두는 것이다.
소니나 니콘은 편하게 한 손 촬영 중에도 파워를 켜고 순간 포착을 할 수 있는데 캐논은 너무나 힘들게 양손을 써야 촬영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왼쪽 위에 더 편하게, 손가락 안 아프게 켤 수 있기는 한데 그래도 양손을 써야하는 시스템이다.
그렇게 열심히 변혁을 꿈꾸고 향후 30년을 생각한다면 파워 버튼 정도는 옮겨야 뭔가 보여준 것이 되지 않겠나?
대체 왜 온오프를 따로 두는 것인지, 온오프 분리 마니아가 있는 것인지 이거 정말 궁금하다.
그리고 1번과 2번의 특징과 함께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3번.
3. 캐논의 마케팅, 세일즈 포인트.
전략을 짜는데 시장을 읽지 않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소비자가 반드시 사고 싶게 만들면서 자신들을 30년 동안 밥 벌어 먹인 ef 시스템을 한 방에 끝내지 않고 천천히 끌어내릴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캐논 전략에 가장 중요할 것이다.
누구나 이야기하는 이슈.
카메라 바디에 손떨림 방지를 넣지 않는 것,
그리고 4K에 1.7배 크롭을 적용하고 60P를 넣지 않았으며 슬로우 촬영을 풀프레임에서도 못하게 한 것.
사실 이걸 다 넣어주면 캐논은 그대로 망한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망한다.
바보가 아닌 이상 260만원짜리 카메라로 모두들 올인하지 누가 육두막과 비교하고 오막포를 비교하며 1D 시리즈를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럼 바디만 못파나?
EF 렌즈들 다 어쩔 거야?
그래서 지금 스펙을 보면 캐논이 망하지 않을 정도의 안전장치로 자물쇠를 걸고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열어 제쳤다.
이 사이의 괴리감이 사람들을 경악하게 하고 분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EOS R을 구입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EOS R은 어마어마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사진과 동영상의 느낌은 그 어떤 스펙을 들이대도 결국 캐논의 장점을 뛰어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필자가 참지 못하는 실제 단점은 USB 충전 문제와 촬영할 때마다 디지털 파인더의 영상이 살짝씩 멈추는 문제다.
촬영하는 데 문제는 없지만 다음 촬영을 준비하는 아주 짧은 순간의 시야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일단 외장배터리 USB 직접 연결 충전 문제는 추가 배터리가 두 개 더 있으니 그냥 해결된다.
필자보다 사진을 더 많이 찍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GPS 계속 켜놓은 채 쓰고 있으니 배터리 총 2개면 외부에서 충전할 일 없을 거라 생각한다.
영상이 잠깐씩 프리징 현상을 보이는 것은 촬영 결과물 확인을 하지 않는 것으로 세팅하니 마구 꼬이는 현상은 없어지고 살짝씩 꺼떡거리는 느낌이 남아 있다.
이것은 캐논이 목숨 걸고 수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4K는 안 찍으니 상관 없고 손떨방은 동영상의 경우 디지털 손떨방이 매우 훌륭해서 상관 없고 24-105mm IS가 역대급이라 상관 없고 연사나 AF도 촬영 습성 상 상관 없었다.
하지만 촬영하면서 살짝씩 프리즈되는 현상은 마케팅 차원도 아니고 급나누기도 아니고 불량품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이건 반드시 펌웨어 업데이트를 해야하는 것이 시급하고 연사와 무음모드, 펑션 슬라이드 버튼에 할당 가능한 기능은 반드시 풀어주어야 한다.
또한 락 버튼 역시 다른 기능으로 할당 가능하게 만들면 더욱 좋겠다.
사진과 동영상의 색감이 좋고 렌즈가 비교 불허의 대단한 렌즈라고 해서 불량품을 내놓고 허세를 부려서는 안 된다.
이것은 캐논을 싫어하는 경쟁사 빠들 뿐만 아니라 캐논을 사랑하는 빠들까지 실망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싫으면 다른 거 써!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게 펌웨어 업그레이드가 몹시 시급한 상황이다.
캐논 LP-E6N 용 듀얼 충전기 8천원 ㄷ ㄷ ㄷ ㄷ
호환 배터리 2개와 듀얼 충전기는 이상하게 따로 사는 것 보다 비싸게 판다. 주의 요망!!!
그리고 호환 배터리는 제이티원의 제품은 1920이고 나머지는 1600대라서 용량이 차이가 나니까 주의!
LP-E6N이 아니라 LP-E6을 쓰는 카메라는 그냥 적은 용량 배터리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