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학개론/약간 이상한 사진강좌

김감독 사진강좌 #7. 착시 사진의 대가 Jonathan Higbee의 우연

GeoffKim 2018. 12. 19. 11:45


이전 강좌에서 유사 패턴, 공통점과 연장선, 착시 현상을 찾으라는 이야기를 했다.

많은 작가와 아마추어들은 사진 연출 기법의 큰 가지인 이 주제를 찾아 헤맨다.

사실 이게 찾는다고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고 또 늘 카메라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필자의 경우도 집 앞 편의점에 우유를 사러갈 때도 카메라를 들고 간다.


2018/12/18 - [카메라/약간 이상한 사진강좌] - 김감독 사진강좌 #5. 유사 패턴, 공통점과 연장선, 착시 현상을 찾아라


물론 요즘은 스마트폰이 좋으니까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순간 포착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중요한 건 마음의 준비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지나치지 않겠다는 생각과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끈질기게 그 우연을 완성시키려는 의지와 끈기가 필요하다.


유사패턴, 착시, 공통점과 연장선을 잘 표현하는 뉴욕의 사진작가 Jonathan Higbee의 사진을 보면 바로 아이디어와 창작 의지가 솟구칠 것이라 믿는다.

가장 기초적인 작업을 한 번 보자.



이런 사진의 경우 이미 줄을 당기는 사진이 발견되었기에 거기에 딱 맞는 모델을 기다리면 된다.

줄을 당기는 사진이 재밌다고 그 사진만 찍고 가버리면 그건 하수다.

누군가 여기에 끌려가면 재밌겠는데...라는 생각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신도 아닌데 어떻게 저 상황을 보고 찰칵 셔터를 누른단 말인가?

리얼리티 중에 함정을 파놓고 "저 함정에 빠지세요"라고 주문하면 그건 조작이고 빠질 때 몸을 본능적으로 사리기때문에 티가 난다.

하지만 주인공이 지나갈 것 같은 곳에 여러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면 이것은 연출이지만 짜고 빠지는 것은 아니며 리얼하게 빠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스트리트 포토그래퍼의 가장 큰 고민!!!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저 위치에 사람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서 찍는 것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지나가는 사람을 리얼하게 찍고 빨리 뛰어가서 사진을 찍었다고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고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주거나 액자를 만들어서 보내주거나 선물, 혹은 모델료를 지불하면 아주 마음 편하게 자신의 작품이 된다.

이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사진 찍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악어나 사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니다.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이 가장 힘들고 가장 두려운 일이며 가장 예측하기 힘든 일이다.


사진 찍는 사람이 가져야 할 용기는 사진 찍은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고 합의를 이루는 것이며 설득을 하는 일이다.

우선 리얼한 장면을 촬영하고 이후 연출해서 다시 한 번 촬영을 한다거나 

우리끼리 비밀로 편법을 공개하면 일단 찍어놓고 찍은 것을 이야기하지 않고 촬영을 부탁하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나중의 사진이 어색하면 앞에 찍은 사진을 쓰는 편법이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이건 개인 성향에 따라, 스타일에 따라 다르게 하면 된다.

단, 반드시 사진 찍힌 사람에게 사진에 대한 허락을 받아야 한다.

나중에 사진이 유명해져서 큰 명예를 얻게 되었을 때 그 사진이 몰카였고 그 사람 연락처도 없다면 악몽에 시달려야 하고 양심에 걸리며 힘들게 얻은 작가라는 칭호는 짝퉁이 되는 것이다.

그의 능력은 사진 촬영이 아니라 몰카 범죄라는 얘기다.


누군가 카메라를 들고 와서 내 애인을 몰래 찍고 내 딸을 멀리서 찍고 있다고 입장을 바꿔보면 당연히 그것은 범죄 아니겠나?

심지어 양해도 구하지 않고 대놓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들은 폭력과 다르지 않다.



예를 들면 이런 사진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구도 아닌가?

저런 대형 전광판, 포스터는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


그 포스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순간 포착을 하면 된다.

그리고 이런 사진은 주윗사람이나 전문 모델을 섭외해서 해도 간단히 찍을 수 있는 사진이다.

발상이 어렵지 촬영이 어렵겠나?


조리개는 몇으로 놔야하고 렌즈는 뭘 써야 하고 

이런 것들이 뭐가 중요한가?

중요한 것은 사물과 사람, 즉 세계의 우연에서 재미있는 눈속임을 찾는 것이다.

공식으로 설명하면 A+B=A+B가 되는 것이 아니라 C가 되는 것이다.

연기 + 백발 = 연기와 백발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백발마녀가 되는 것처럼.





내 주위에 항상 벌어지고 있지만 창의력의 눈을 뜨지 않으면 존재해도 보이지 않는다.

미키마우스는 들고 있는 것이지만 얼굴이 된다.




솜사탕 할아버지와 솜사탕 손주.




제3의 눈을 뜨지 않으면 이것은 그냥 쓰레기와 광고판이지만

눈을 뜨게 되는 순간 






전 강좌에서 얘기했던 "항상 목표보다 더 넓게 찍어라"라는 말도 꼭 기억하기 바란다.

어떤 경우는 나중에 후보정 하다 발견하는 우연도 많다.

그런데 그 때 중요한 피사체가 잘려서 못쓰게 되면 두고 두고 복장 터진다.





아래의 경우엔 실제 촬영한 것인지 아니면 연출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참 재미있다.

가방이 있어서 락커로 노란 칠을 했을 수도 있고 노란 칠을 보고 그에 맞는 사물을 찾다가 노란 줄 배낭을 사와서 찍었을 수도 있다.

만약 이것이 정말 우연히 포착된 것이라면 사진신이 도와주고 있는 것이 틀림 없다.

되는 녀석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안 다치는 것이다.



이런 우연의 일치는 또 어떠한가?

사진학개론 김형수 님의 사진에서 티셔츠와 계단, 바지와 벚꽃을 비교한 적이 있다.

그러니까 우연이란 것은 준비된 자에게, 그리고 끊기와 인내심이 있는 자에게 필연적으로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쓰레기와 같은 당신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평화로운 몸짓을 보라.





사진학개론의 오태석 작가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계속 들고 있다.

아마 아래 사진이 Jonathan Higbee 작가가 초창기에 찍은 사진 같은데 저 모델의 왼팔은 뒤에 있는 사람이 아닌가?





그리고 여러분이 당장 연습해 볼 수 있는 아주 쉽고 많이 알려진 것이 바로 책, 매거진의 얼굴을 가지고 

읽는 척하면서 착시를 만드는 작업이다.



아래 사진은 착시라기보다는 공통되는 패턴을 찾는 것이다.

휴대폰과 창문이 비슷한 패턴으로 어울린다.


그리고 이것은 연출이 불가능한 발견.

연장선이다.


이런 연장의 경우 아주 쉬운 연습으로 아래와 같이 단순한 것도 매우 재미있다.

단지 신발과 선이 흰색이라는 것,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 않겠나?


총을 쏘는 장면과 돈을 든 아주머니.

저 돈이 압건이다.



또 공통점 찾기로 발을 올리는 여성과 목도리로 얼굴을 가리는 여성이 상당히 잘 매치된다.



이 사진도 한 번씩 만나게 되는 장면인데

저렇게 연기를 잘 뿜는 사람은 찾기 쉽지 않지만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사진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유사한 사진을 찍었었다.

특히 이 사진은 담배 연기 안에 얼굴이 보이는 엄청난 내공 끽연.



아래의 사진들 역시 그림이 이미 존재하므로 어떤 상황이 올지 끊기를 가지고 찍다보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경우다.

항상 생각을 반대로!

어떻게 사람들이 뛰어가는데 뒤에 배경에도 사람이 있었지?라고 생각하면 이런 사진은 평생 못찍는다.

반대로!!!

뒤에 저런 배경이 있어서 사람들이 자나갈 때 찍었구나가 맞는 순서다.




아래의 경우도 똑같다.

어떻게 저 사람이 저 사진과 딱 맞게 지나가지?가 아니라

저런 사진이 있어서 딱 맞게 지나가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죽어라 찍었구나로!!!


그러면 이런 착시효과 사진은 의외로 쉬워보일 것이다.



배경이 있고 거기에 들어맞는 상황을 만들려면 

단지 사람을 집어 넣어서 맞추는 작업보다 좀 더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모자에 불이 붙었거나 오래 전화를 걸어서 귀에 불이 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이런 사진이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더 새로운 착시, 더 새로운 공통점과 연결선을 찾는 것이 우리의 숙제다.




Jonathan Higbee 사진작가 (뉴욕)

Hasselblad, Featured Photographer     April 2017

Fotopolis, February 2017 "One of the most interesting photographers of the young generation in New York"

"When Reality Turns Into An UnexpectedWorld."  Tackle, March 2017

Named a"Hidden Talent" by Travel Photographer's Society Magazine, March 2017



내가 가장 좋아하는 Jonathan Higbee의 사진은 사실 이거다.

실제 나무와 그림자 나무, 그리고 그림자 사람.





사진학개론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오태석 작가가 찍는 사람 냄새 나는 사진과 상당히 비슷한 앵글, 비슷한 다가감을 보여주는 사진.

고로 다음 사진학개론에서 오태석 작가가 착시 사진의 진수를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Jonathan Higbee 홈페이지 : https://www.jonathanhigbee.com/

Jonathan Higbee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aliveisthec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