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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어슴프레 스카이 라인을 발견하고
셔터를 누른다.
빛이 없어도 찍을 수 있다.
빛이었던 자리를 찍는다.
하루가 마감되듯
1년도 그렇게 마감되고
우리 인생도 아침이 있듯
저녁이 있다.
출근이 있으면 퇴근이 있듯이... 바로 그렇게!
1주일이 언제 갔는지
벌써 주말이다.
젊었을 때는 1주일도, 한달도 그렇게 길었다.
새로운 일들이 다가오고
새로운 경험들의 기억이
1주일을 길게 느끼도록 만든다.
그런데 늙으니
기억할 일이 별로 안생긴다.
이런걸 좋게 얘기하면 안정감,
나쁘게 얘기하면 쳇바퀴...
지구가 돌 듯...
다람쥐가 돌 듯...
그렇게 돌다보면
일주일이 언제 갔는지
모르게 주말이 된다.
기억할 떨림도
긴장도 없는 것은
우리를 더욱 늙게 만든다.
그러니..
안정적인 것이 미덕은 아니리라.
몸이 아프다.
누군가는 술의 해독작용이 늦는 것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장마철이라 그렇다고 한다.
그 옛날, 1주일동안 밥도 안먹고 잠도 안자고
오직 커피와 콜라만 마시고 살았던 때가 있었다.
눈동자의 핏줄이 서서 모니터만 바라보고
후배 피디들에게 폭력과 폭언을 일삼고
회사 기물과 사람들의 가슴을 파손하던 때가 있었다.
그 땐
아픔도, 배고픔도 없었다.
없었던 것이 아니라 느낄 새가 없었던
것이겠지...
고통은 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통하다라고 말하지 않고
고통스럽다라고 말한다.
그래. 고통은 스러운거라고 해두자.
요즘은 배가 고프면
배가 고프다.
심지어 현기증이 난다.
일반인이 되어가나?
몸의 수명이 다했나?
생각했었지만
그게 아니다.
고통을 느끼는 거다.
다른 더 큰 고통이 없어서
즉, 안정된 생활에
아주 작은 고통도 느껴지는거다.
배고픔...
그게 내가 느끼는 고통의 큰 부분이 된 것이다.
뇌에서 도파민이 나오질 않는다.
니코틴과 카페인을 들이 붓는다.
아픔을 예견하고
회피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기는 것,
그것이 바로 늙는거다.
축 처진 어깨처럼
모공도 처져만 간다.
그게 저녁이고 밤이다.
계절에 인디언 섬머가 있듯
하루에 스카이라인이 있다.
해가 떨어진 직후...
잠깐의 스카이 라인...
색온도가 급속하게 변하는 이 때...
이 때가 사진찍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드라마는 컷트가 튀기 때문에 절대 찍어서는 안되는
시간이다.
어쩌면
밤이 오기 전,,,
마지막 발악의 아름다움처럼
도시가 사라져가고
가로등이 켜진다.
안정과 여유...
그것은 고통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퇴근길 차안에서 막샷과 막생각.
kodak slr/n, nikon af-s 50mm f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