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남자의 자격>, 청춘 합창단 편을 보면서
뭔가 부족한 것을 느끼며, 박칼린이 자꾸 떠올랐다.
그 이유가 4일 방송에서 드러났다.
전문가의 부재였다.
김태원의 음악적 감수성과 커뮤니케이션은 가히
이 시대의 코드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합창에는 전문 지휘자가 필요했다.
50년 경력의 윤학원 지휘자가 등장하여 현재 상황이 심각하다는
진단을 하고 잠깐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노래하듯 부드러우면서 카리스마있게
지휘, 지도하고 순식간에 노래가 바뀌어버렸다.
윤학원 선생의 말씀을 듣고 김태원이 이런 말을 했다.
"그 말을 계속하고 싶었는데 표현을 못했었다!"
바로 그거다.
감수성이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도
그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해법은
하루아침에 익힐 수가 없는 것이다.
<남자의 자격> 제작진이나 김태원이나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합창이든 가요든 음표와 성대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작곡가 김태원과 방송인 김태원의 능력으로
커버되고, 오히려 시청률 면에서는 훨씬 이득이라고
그렇게 예상했겠지만
사실은 윤학원 선생이 등장하면서 리얼리티에 힘이 실렸다.
이 현상은 방송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전문가를 인정하지 않는 시대정신과 맞물려있다.
아이돌이 망하는 코스가 있다.
이것은 내 주장이 아니라 매니지먼트 전문가들과
감독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진리다.
1. 아이돌의 부모가 개입한다.
부모가 돈 관리를 시작하고 직업을 관두고
아이들에게 모든 신경을 쓰면서 아이돌은 빛을 잃는다.
2. 갑자기 자작곡 욕심을 낸다.
화성도 제대로 모르면서 음악 감독을 졸라서 자신의 곡을 만들려고 한다.
음악이 맛이 간다.
3. 음악 장르를 바꾸려하고 실험하려 한다.
갑자기 락을 하려하고 변신하려 한다.
그리고 조용히 사라져버린다.
이러한 수순은 아이돌 뿐 아니라 배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나리오를 직접 고르면서 배우가 한번에 무너진다.
감독의 말을 듣지 않고 연출 방향을 주장하면서 배우는 그 끝을 맞는다.
해외의 한 유명 배우가 한 말이 있다.
자신은 시나리오를 고르지 않고 감독을 고른다고 한다.
감독이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그가 원하는 연기방향을 얼마나 정확하게
연기하는가에만 신경쓴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아무리 잘 골라도
감독의 연출 방향과 트러블이 있거나
관객, 시청자와의 소통이 불가능하면 그 시나리오는
그냥 고귀한 책일 뿐이다.
배우가 망하는 다음 코스가 바로
코미디보다는 어두운 연기를 고집하고
상타는 영화를 찾아다니는 것이다.
독고진으로 분한 차승원을 보라!
그토록 멋부리고 배우스러운 캐릭터의 멋진 작품들로
변신을 꾀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그의 가장 대표장르인 로맨틱 코미디에서
성공하지 않는가?
사람은...
자신감이 쌓이면 초심을 잃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전문 분야에서 일하는 타인의 말도 묵살할 정도로
자신감이 충만해진다.
우리는 그 자신감을 두려워할 수 있어야 한다.
블로거도 마찬가지로 인기를 끌기 위해 검색어 순위가 높은 글을 쓰고
자신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글을 쓰다보면
의미없는 블로거로 전락하고 만다.
인생이란 결국,
나의 전문성을 찾는 과정,
그리고 상대의 전문성을 인정하며 자신의 전문성과 잘 결합시키는
일일 것이다.
남자의 자격에 출연한 윤학원 지휘자를 보다가
여기까지 흘러오는 나의 두서없는 형식의 글도
아마 전문성일 것이다 ㅎㅎㅎ
덧붙임)
윤학원 지휘자의 전문가다운 모습이 또 하나 있다.
지도하는 내내 뻘쭘한 김태원에게 말을 건넨다.
자신은 50년을 했고 김태원은 몇주를 했다든가,
김태원의 작사가 너무나도 아름답다고
계속 칭찬을 했다.
이는 김태원에 대한 배려이고
전문가의 따뜻한 마음이다.
난데없이 지휘자에게 인생을 한수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