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뉴스 리뷰

tvN <코미디 빅 리그>시즌2, 간디작살의 의미는?

GeoffKim 2011. 12. 13. 14:03



2005년...!
3사 개그맨들을 대결시키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고
기획을 했다가 결국 실패했다.

대한민국 1세대 코미디 연출자와
개콘, 웃찾사의 전설을 만들었던 기획사 대표, 개그맨 들을
많이도 만났었다.


그러면서 느낀 점을 한번 솔직, 담백하게 이야기해보려 한다.


현 시대의 개그는 오래된 연출자나 코미디언들이 바라보기엔
꽤나 못마땅한 구석이 많다.

정확한 시나리오, 구성에 의한 희극 배우로서의 모습보다는
개인기와 유행어 만들기, 정형화된 포맷에 약간의 소재만 변화시키는 반복이라는
코드는 옛날처럼 매주 스토리를 만들던 당사자들에게는 어쩌면
하찮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런데 그건 요즘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꽤나 오래된 코미디의 기본 법칙 중 하나다.
전문용어로 반복, 과장, 니주, 오도시가 바로 코미디의 오래된 법칙이다.

방송용어가 다 그렇듯 워낙 오래된 사람들이 만든 용어다보니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다.
니주는 세트 바닥에 깔아놓는 무대 받침인데
우선 복선, 또는 암시, 또는 어떤 상황을 깔아놓는 작업을 말한다.

오도시는 그 상황 속에서 모두가 예상하는 결과를 뒤집어버리는 반전을 말한다.
그러니까 니주와 오도시라는 기술을 반복하고 과장하면
그것이 코미디가 되는 것이다.

물론 유행어 만들기에 급급한 개그는 문제가 있겠지만
요즘 개그도 정통성에 위배되는 행위는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게다가 최효종처럼 다양한 아이디어로 시도하고 실험하는 훌륭한
개념 청년도 있으니 말이다.



자... 본론으로 들어가면!
반복 개그 전성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틀이다.
영어로 포맷이다.

웃길 수 있는 상황이 잘 벌어지게 만든 포맷,
다양한 소재를 대입할 수 있는 오픈된 포맷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이 포맷의 힘을 가장 강력하게 선보이는 것이 바로 개그콘서트다.
일단 포맷 코미디는 한번 자리잡으면 쉽게 무너뜨릴 수 없는
익숙함의 파워를 가지게 된다.
매일 똑같은 내용의 막장 드라마 역시 시청률이 높은 이유는
익숙한 포맷을 그대로 가져다 놓고 소재와 연기자, 직업, 배경만을 바꾸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개콘의 성공에는 콘서트 형식의 새로운 형식, 개그맨들의 노력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사실은...

비참하리만큼 혹독한 경쟁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하고
작가에 의해 구성된 코미디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채택되고 무대에 세우고 재미없으면 통편집되는 서바이벌 시스템이 그 뒤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예전 개콘 PD랑 개그맨 출연건 때문에 통화를 한적이 있다.
왜냐하면 그 때 한참 떴던 개그맨을 내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려고 하는데
개그맨과 소속사가 결정을 못하고 개콘 PD허락이 떨어져야 한단다.
물론 지금 PD가 아니라 한참 전 PD 이야기다.
이게 무슨 자유당 때도 아니고, TBC시절도 아닌데
개그맨 출연건을 일개 프로그램 PD에게 허락을 맡아야한다니.
그것이 바로 개콘 신화를 만든 가슴 아픈 시스템이었다.



나는 가수다 포맷이 이미 오래전에
공개만 안됐을 뿐, 개콘 무대 뒤에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피투게더에서 유세윤에게 이런 질문이 던져졌다.
개그콘서트로 돌아가고 싶지 않냐고...
아직도 겁나는 업계 파워를 가진 개콘을 향해 머뭇거리던 그가 이렇게 말했다.

다시 개콘의 시스템에 적응하기가 힘들 것 같다라고...
그 대답을 할 때 김준호의 표정이 의미심장하다.





이러한 점에서 나는 감히 tvN <코미디 빅 리그>가 개콘의 파워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임을 느낀다.

무대 뒤에서, 그리고 편집실에서 벌어지던 잔인한 서바이벌을
모두 투명하게 오픈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코빅이 민주적인 것은 모든 코너를 본방에는 일단 방송을 하고
승점이 낮은 팀의 코너는 재방송을 불가하게 만든 것이다.



시청자와 만날 기회도 없이 사라져가는 많은 개그맨들의 아이디어가
이젠 공개되고 평가받는 의미가 있으며
또한 1등 팀에게 상금까지 주는 형식이다.

이는 개콘의 형식보다 훨씬 오픈된 현 시대 트렌드를 좇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한번 힘을 받으면 꽤나 큰 파워를 가지게 된다.







처음엔 관객참여 개그로 신선한 돌풍을 일으킨 아3인의 이상준과 예재형의 관객모독에
신선함만 느꼈다.
그러다가 옹달샘이 만든 분장개그에 점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개그트리오 졸탄(이재형, 한현민, 정진욱)의 반전개그의 포맷에 박수를 보냈다.

거기까지는 그냥 색다른 개그 프로그램 생겼네~~  수준이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기존 포맷이 안먹히는 것을 알고 새로운 포맷을 시도한 아메리카노(안영미, 김미려, 정주리)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중독된다.






안영미의 간디작살!!!

이것은 하나의 유행어가 아니라
개그 프로그램의 판도를 바꿔 놓을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 말이다.

제임스 본드가 돼지표 본드를 연상시키고
프랑켄슈타인이 뽕쟁이라는 둥,
'마돈나 섹시'를 마 '돈나 섹시'라고 부르며 사람들을 경악케했다.

물론 이러한 비속어와 사회를 파멸시킬 수 있는 행위들을 연상시키는 퇴폐적인 느낌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겠지만
현 시대의 반응은 극렬하게 환영 받았다.
누군가 코미디는 사회의 거울이라고 했다.
영구와 땡칠이를 본다고 해서 모든 어린이가 바보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던 시대가 지났으니
이제 더욱 과감하고 솔직한 코미디가 나오게 된 것이고 그것은 공감과 통쾌함을 불러왔다.
물론 이 글을 쓰면서도 기성 방송인으로서 상당히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나는 안영미의 캐릭터를 사랑할 수 밖에 없고
그 캐릭터를 만들어낸 천재성과 노력에 박수를 칠 수 밖에 없다.



사진= 코미디 빅리그



이제 시즌 1은 옹달샘의 우승으로 끝마쳤고
시즌2가 방송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총 상금 2억 5천만원, 총 15라운드로 업그레이드 됐고
상비군 제도를 추가하여 더욱 혹독해졌다.

특히 웃찾사 황금기를 이끌었던 멤버들이 대거 합류했으며 강유미, 최국, 박규선, 이용진 등이
새로 참여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개그맨들의 전속 아닌 전속 제도를 느슨하게 만들 것이며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시청자에게는 다양성이라는 큰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코미디 빅리그 출연자와 제작진은
단순히 프로그램 하나를 만든다는 생각을 뛰어넘어
코미디계에 존재하는 기득, 기성, 기존 틀을 깨뜨리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주시기를 바란다.


끝으로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안영미의 간디작살 김꽃두레 캐릭터는 아직 일반에 많이 노출 안됐으므로
업그레이드만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훌륭한 캐릭터를 버리고 또 다른 도전을 하는 것은
아름답다기보다는 미련하다는 평을 받게 될 것이다.
그냥 미련이 남아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