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뉴스 리뷰

평창 동계올림픽에 패럴림픽이 빠져있는 한심한 현실 (아이스슬레지하키 경기장에 다녀와서)

GeoffKim 2011. 12. 25. 08:58
.



장애인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일반인'이나 '정상인'으로 답한 분들은
잘못 답하신겁니다.

장애인의 반대말은 비장애인입니다.
장애인은 비정상인이 아닙니다.
장애가 있는 정상인이고요,
장애가 있는 일반인입니다.

사실...
세상에 신체와 정신을 통틀어서 장애가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단언코 없다고 봅니다.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장애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 불편함이 더 크고 지속적인 사람들을 장애인이라고 부를 뿐,
그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어머니가 연세가 많이 드셔서 무릎 수술로 걷는 것에 장애가 있는 것이나
삼촌이 교통사고로 의족을 한 것이나
대학 때 선배가 소아마비로 어릴 때부터 걷는 것이 불편했던 것...

뭐 그런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모두 예비 장애인이고
신체의 불편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장애인을 차별해서는 안되며
반대로 그들을 불쌍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너무 큰 배려와 신경 쓰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냥... 똑같은 사람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장애인 스포츠도 똑같습니다.
비장애인 스포츠가 있듯 장애인 스포츠도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장애인올림픽을 패럴림픽(Paralympics)이라고 부릅니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올릭픽 개최국에서 신체장애인들이 참가하는 국제 경기대회를 여는데
보통 하계, 동계 올림픽 종료 후 2주일 내에 개최국에서 10일간 개최됩니다.

패럴림픽이란게 무슨 뜻일까요?
하반신 마비를 뜻하는 Paraplegia와 올림픽(Olympics)의 합성어라는 설도 있는데
그것보다는 Parallel과 Olympic의 합성어라는 말에 더 무게가 실립니다.

의미가 참 좋습니다.
Parallel이란 단어는 '평행한', 병렬의 뜻입니다.
그러니까 비장애인 올림픽과 동등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
올림픽과 한쌍의 병렬구조로 연결된 스포츠 대회를 말합니다.
올림픽에 IOC가 있듯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IPC (International Paralympic Committee)가 있습니다.


런던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정식명칭이 뭔지 아십니까?
'2012 런던 올림픽 및 장애인 올림픽 조직위원회'입니다.
패럴림픽의 뜻에 맞게 두 개의 올림픽을 나란히 평행선 상에 둔 이름입니다.
이것이 정상입니다.



런던 2012 올림픽&패럴림픽 게임 공식 홈페이지 : http://www.london2012.com/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입니다.
그렇게 난리를 치면서 홍보하고 유치를 위해 정부가 앞장선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장애인 올림픽은 찬밥 신세입니다.

원래 후진국으로 갈수록 장애인을 감추고
선진국으로 갈수록 장애인을 보호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후진국일까요?


'뭐 그까짓 이름가지고 그러냐', '너무 길어서 그런거 아니냐'라고 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는데 이름이 빠지는건 그 중요성도, 의미도 빠지는 것이고
국민들의 관심도 받지 못함을 의미합니다.

공식 타이틀로 계속 장애인 올림픽 유치라는 말을 함께 함으로서
국민들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없으면 국민의 인기를 먹고사는 정부 부처나 국회의원들의 노력이 사라지고
그러면 예산 등의 지원에서도 소외됩니다.


얼마 전 제정된 동계 스포츠 특별예산 3000억원 중
장애인 올림픽에 대한 예산은 1%에 불과합니다.
정말 한심하지 않습니까?
5500억원을 투자해 동계 스포츠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동계 스포츠 시설 확충을 위한 '드라이브 더 드림II' 프로젝트에서
선수와 인력,인프라와 시설 부문에서 장애인들의 몫은 빠져있습니다.


이렇게 소외된 분위기에서
IOC와 IPC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평창 장애인 올림픽 개최는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림픽'이라는 말을 쓰는 것의 문제인데요.

IOC는 IPC가 '패럴림픽' 명칭을 사용하려면 이에 대한 지적소유권을 넘기고
사용권을 위임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답니다.
동계 올림픽 개최국에서 꼭 패럴림픽을 함께 개최해야하는건 아니라는 언급이 나온 상태고요.

실은 패럴림픽 경기 규모가 세계적으로 점점 커지고 당연히 수익이 짭잘하니
그냥 넘기기가 아쉬운 것이 아닐까 예상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장애인에 대해 아무 생각없는 우리나라는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무관심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이스슬레지하키 경기를 촬영하려 성남 빙상장에 다녀왔습니다.







무슨 스포츠 경기를 이렇게 밤 늦게 하나 의아했는데요.
경기장에 들어가보고 알았습니다.






청소년 스케이트 강습이 있더군요.

아마도 빙상장 스케줄을 맞추느라 어쩔 수 없나봅니다.


씁쓸하군요.

이런 시간에 사람들이 구경하러 성남까지 올 수 있을까요?






역시나...

두게임을 하는데 관중이 총 5명이었습니다.

그 다섯명도 선수 가족이더라고요... ㅜㅜ




아무도 지켜봐주지 않지만
그들은 몸을 던지고 달립니다.

우리의 관심이 닿지 않는 곳...
그곳에 우리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관심이 정부와 협회, 기업의 자세를 바꿀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