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뉴스 리뷰

이외수 작가의 노예 계약

GeoffKim 2010. 6. 12. 12:24

"결혼은 사랑의, 사랑을 위한, 사랑에 의한 쌍방 만년 노예계약이다"

"부부란 사랑을 빙자한 종신 쌍방 노예계약이다"

이외수 작가의 생각이다.


또 CF촬영 현장에서는

"CF 감독이 제 아들인데 엄마하고 상의해서 저를 끌어들인 거 같다... 사랑을 빙자한 종신 노예계약이라고 생각한다"


웃자고 한 농이지만 이외수 작가가 노예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 것이 기쁘지만은 않다




한창 CF다 시트콤이다 주가가 높았던 때...

야심차게 준비한 다큐멘터리에 목소리 출연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담당 피디가 이외수 작가를 섭외하기 위해서는 부인과 통화를 해야했다.

프로그램의 의미를 직접 설명하고 커뮤니케이션 하고 싶었지만 부인의 컨펌이 나야하는지

우리는 계속 부인과 통화를 해야했다.


나는 팀장에게 직접 화천으로 찾아뵈라고 했다.

담당피디가 전화를 해보니 서울에서 사인회가 있다고 거기서 만나자고 했단다


사인회가 늦어져서 몇시간을 기다렸고 부인과 잠깐 만나고...
 
이외수 작가는 얼굴도 못보고 다음 장소로 출발했고

피디는 또 쫓아갔지만 결국 전화통화로 하자는 말만 듣고 헤어졌다.

그토록 만나기 힘든, 벽이 높은 분인지 몰랐다.



난 이외수 작가의 열린 마인드가 좋다

문단에서 인정 못받는 것도 그만의 특권이자 자유 정신의 결과이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이외수 작가의 정신과 우리 방송팀이 경험한 사건을 전해들은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오늘 '이외수 노예계약'이라는 인기 검색어가 눈길이 갔다.

우리는 결국 이외수 작가의 목소리 출연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작가가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한번이라도 들었다면 그렇게 야박하게 내치지는 않았을텐데

매우 안타까웠다

결국 우리는

출연료, 이외수 선생의 급, CF개런티, 한창...

뭐 이런 단어만 들었다



처음 이외수 작가를 성우 대신 모시자고 했던 아이디어는 나의 것이었고

출연이 안된다면 그것은 이외수 작가의 철학과 프로그램 내용이 안맞아서일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출연료를 한번 내리면 급이 떨어진다는 마케팅 적인 논의만 해야했다

이외수 작가는 그냥 하나의 상품인 것으로 느껴졌다.

내가 아는 이외수 작가는 그런 분이 분명 아닐텐데...


게다가 최소의 스케줄만 빼고 목소리 출연으로서 상당히 높은 액수를 제시했었다


안타까운 기억이다

글 잘 쓰는 작가 이외수보다는 자유로운 영혼의 작가 이외수와 만나고 싶었다.

술, 담배도 끊으셨다니 좋은 차 한잔과 마주 앉아 잠깐이라도 그의 영혼을 느껴보고 싶었다.



노예라는 단어...

참 안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인기있는 상품 이외수가 아니라 이 시대의 자유로운 영혼의 작가 이외수 선생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