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TV 프로그램 리뷰

풍문으로 들었소 욕할수도 칭찬할수도 없는 최초의 드라마

cultpd 2015. 6. 3. 09:14

난 호불호가 강력한 사람이기에 좋아하는 드라마는 정말 좋아하고 싫어하는 드라마는 뭘 하든 싫어한다.

그런데 유일하게 풍문으로 들었소가 나를 헷갈리게 만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풍문으로 들었소는 용두사미의 형태를 띄었고 이 뜻은 모두 아시다시피 용으로 시작해서 뱀으로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처음부터 업계에 소문났던 초읽기 쪽대본 탓이 아닐까 예상해본다.



한국처럼 쪽대본이 유행인 나라도 없고 또 그렇다고 완성도를 위해 전작제를 찬성할 수도 없는 이상한 분위기도 보기 드문 케이스다.

일단 인구가 몇명 안되다보니 각각의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모두 인정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논하기가 어려운 나라에 살고 있기에 

사람들의 반응을 봐서 고치면서 쓰고 새로 쓰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작제로 모두 써놓고 완성도 있는 드라마를 만들려고 하면 아예 방송국이 겁을 먹고 편성을 잡아주지를 않는다.

그러니 계속해서 용두사미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프로듀사 같은 작품을 보면 만일 전작제를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정말 식겁한 드라마도 있지 않은가?


아무튼 용두사미든 뭐든 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문으로 들었소가 우리 드라마계에 미친 영향과 순기능은 가히 칭찬할만하다.

요즘 재밌게 보는 드라마 중 파랑새의 집이란 드라마가 있다.

정말 그동안 수십번, 수백번 사골처럼 끓여냈던 소재와 주제와 내러티브다.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와 주제를 살짝만 변형하여 최고의 시청률을 이끌며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우리에게 파랑새의 집 같은 드라마만 존재한다면 얼마나 슬프고도 안타깝겠는가?


단막극도 아닌데 감히 이렇게 무거운 주제를 대중성 없는 블랙코미디로 품위있게 그려내고 심지어 시청률 1위를 유지하며 마지막까지 선방한 드라마는 역사에 남을만한 기념비적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풍문으로 들었소 마지막회 시청률은 11.7%로 나타났다.

동시간대 방송된 MBC '화정'은 10.2%, KBS 2TV '후아유-학교2015'는 7.0% 시청률이다.

화정은 기본을 한다는 사극이고 후아유는 감성과 세련된 연출과 대본을 자랑하는 탄탄한 극이다.

그런데 컬트적인 요소가 분명 존재하는 풍문으로 들었소가 1위로 마무리를 한 것이다.




풍문으로 들었소 덕분에 우리는 다른 소재도 도전할만하다는 결과를 이끌어냈으며 사회 풍자와 블랙코미디도 볼만큼 우리 대중의 눈이 많이 고급스러워졌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스타 위주로 잘 구성한 버라이어티 드라마가 아니라 연기력 있는 배우들로 잘 구성한 연극식 드라마가 선전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물론 이준을 아이돌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난 이준이 아이돌 출신일 뿐 아이돌 탤런트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역량이 뛰어난 배우가 아이돌을 하느라 힘들었겠다고 평가한다.

고아성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가 꿈꾸는 똑같이 생긴 성형미인이 아니라 개성있는 얼굴에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친밀한 모습과 또 자연스러운 연기 덕에 어찌보면 눈이 호강했다고 까지 말하고 싶을 정도다.


마지막 뻔한 해피엔딩은 안방극장을 평화롭게 했지만 작품적으로는 연극처럼 벌려 놓고 일일 아침드라마처럼 끝낸 듯 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풍문으로 들었소를 우직하게 힘있게 끌고 가준, 그리고 밤새워 실신 직전까지 온 스태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드라마 시작하자마자 쪽대본이라는 놀라운 버릇의 정성주 작가에게도 비난 대신 고생했다는 말을 전한다.


안판석 정성주 콤비의 다음 작품을 벌써부터 기다린다고 하면 스태프들 모두 죽고 싶겠지?

하지만 또 새로운 괴물과 새로운 대결로 펼쳐지는 안판석 정성주 콤비의 화려한 게임을 벌써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