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약속했던 포스팅.
여러분의 눈을 완전히 업그레이드 시켜 드립니다.
마음의 방어를 풀고 노곤노곤하게 한 번 받아들여보세요.
막눈 탈피 프로젝트 이전 글.
2017/09/19 - [카메라/막눈탈피 강좌] - 도대체 4천만원짜리 카메라는 뭐가 다른 건지 사진 보시죠 -핫셀블라드 CFV, 905SWC
물론 4천만원짜리 카메라랑 천만원짜리 카메라랑 다르고 천만원짜리 카메라랑 5백만원짜리 카메라랑도 다르죠.
놀랍게도 5백만원짜리 카메라와 60만원짜리 카메라도 다릅니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인데 얼마나 다를까요?
4천만원짜리 장비로 찍은 사진을 한 번 보시죠.
모기장이 찍힌 것이니 노이즈는 아닙니다.
여러분은 이 사진을 보면서 "역시 4천만원짜리 장비는 다르구나"라고 느끼시겠죠?
분명히 다릅니다.
비싼 카메라가 더 좋게 찍히기는 하죠.
하지만 위의 사진을 내놓고 사진 어떠냐고 물으면 95%의 사람들은 "그냥 사진이네"라고 답하지, 대단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라 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뭐가 좋은지, 혹은 뭐가 다른지를 알기 전에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다른지를 알아야합니다.
1. 얼마나 차이가 나는가?
이에 대해 고민한 적이 참 많았습니다.
가격이 40배 차이 나는 카메라는 과연 40배 좋을까요?
사진 결과물이 100인 것에 비해 40배 비싼 카메라로 찍은 결과물은 4,000이라는 사진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105에서 110 정도 차이가 난다고 저는 봅니다.
물론 센서 크기나 AF 속도, 방진방적 기능 등의 문제는 논외입니다.
센서가 크면 사진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고 바디 성능 역시 가격과 상관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냥 사진 결과물의 퀄리티만 봤을 때 그 차이가 40배 나지 않는다는 것이 매우 재미 있습니다.
3천만원 정도 차이나는 카메라를 사면 5% 정도 좋아진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이 포스팅의 기초 시작입니다.
정말 아래 사진을 보고 5% 더 좋다고 느껴지시나요?
분명히 느껴집니다.
저의 눈은 5%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차이가 확실히 느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95% 사람은 역시 이 사진도, 첫 사진도 4천만원짜리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면 재밌는 것이
5%의 사람들만 아는 5% 정도 좋아지는 사진 특성.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거기에 몇천만원을 쓸 이유가 있습니까?
자, 이제 첫번째 설명은 끝났습니다.
몇천만원짜리 카메라를 사면 좋은 사진이 찍힐 거란 생각은 아무 의미 없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이것이 상대적 박탈감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기에 제일 먼저 밝힙니다.
5%만 알아보는 5% 다른 사진이 있는 반면.
95%가 좋은 사진이라고 말하는 사진, 95% 다른 사진은 사실 무엇을 어떻게 찍었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순간 포착한 사진, 이야기가 있는 사진, 후보정을 잘한 사진, 색감이 좋은 사진 등등 잘 찍은 사진이 그것들입니다.
어제 인스타그램 친구 사진이 좋아서 도대체 뭘로 찍은 거냐고 물었더니 갤럭시 노트5라고 답했습니다 ㅜㅜ
이런 거죠.
이제 상대적 박탈감을 탈피하고 궁금증만 남기고 본격적으로 들어가봅시다.
핫셀블라드 CFV50, 핫셀블라드 905 SWC.
가장 갖고 싶었던 카메라.
AF도 안 되고 고감도도 안 되고 뷰파인더도, 연사도 없는 그냥 감으로 불편하게 찍어야 하는 카메라.
이 카메라가 한 때 4천만원짜리 카메라였다는 것이 믿어지십니까?
도대체 뭐길래?
일단 요즘 찍어내는 컴퓨터처럼 훌륭한 CMOS를 쓰지 않습니다.
그 유명한 코닥 CCD를 씁니다.
코닥 CCD를 쓴다는 것 만으로도 이 카메라는 차 떼고 포 떼고 졸도 떼고 뗄 수 있는 건 다 떼고 싸워야 함을 말합니다.
과거로 가면 갈수록 느낌은 좋아지고 필름카메라의 성능을 만들려는 장인정신이 나옵니다.
저 위의 하늘을 한 번 보십시오.
그런데 현대로 오면 올수록 날카로운 선예도, 쉽게 말해 세밀하고 뚜렷한 이미지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어두운 곳에서도 환하게 찍을 수 있게 만드는데 집중합니다.
2.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정보
좋은 카메라의 가장 큰 요건은 정보를 얼마나 가지는가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하얗게 날아간 사진.
흰 부분을 카메라가 포기하지 않고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가 바로 비싼 카메라의 요건입니다.
같은 이유로 어두운 부분을 그냥 정보가 없는 블랙으로 포기하지 않고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가 바로 좋은 카메라의 요건입니다.
이 정보는 단순히 다이나믹 레인지라는 단순한 수치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이내믹 레인지 넓은 카메라가 비싼 카메라라고 한다면 그냥 DR 수치만 높게 나오게 만들면 되죠.
그건 20만원짜리 카메라로도 a9이나 d5를 따라 잡을 수 있습니다.
다이내믹 레인지 맹신하지 마세요.
얼마나 넓게 어두움과 밝음을 살려내냐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그래프와 수치로만 사진을 하는 사람들의 오류입니다.
또 욕먹겠네 ㅜㅜ
다이내믹 레인지는 밝은 것을 얼마나 잘 살리고 어두운 것을 얼마나 잘 살리냐의 문제이지만
계조라는 것이 따라 붙습니다.
살려낸 밝음의 차이를 얼마나 부드럽고 얼마나 차이나게 잘 살리냐, 즉 퀄리티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퀄리티 떨어지는 DR를 살려서 뭐 하겠습니까?
가리는 것이 낫지.
거기에 색이 들어갑니다.
계조는 색과 관련이 있겠죠?
빨간색을 표현하는데 얼마나 다양한 빨강을 가지고 있는가?
흰색에 얼마나 많은 흰색을 가지고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거기에 디테일이 들어갑니다.
살리긴 살리는 데 얼마나 디테일하게 살리고 노이즈를 억제하는 최신형 카메라가 얼마나 디테일을 뭉개지 않는가가 따라 붙습니다.
그러니까 로우패스 필터까지 없애고 난리를 치는 것입니다.
단순히 디테일만 대단하게 만들려면 20만원으로 소니 a9보다 디테일 좋은 카메라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핫셀블라드 CFV50의 디테일을 한 번 체크해보겠습니다.
확대해보니 디테일이 끝판왕이죠?
하지만 디테일이 좋다고 핫셀블라드 CFV가 좋다고 한다면 그냥 시그마 DP 시리즈 사는 것이 훨씬 낫죠.
DP카메라 100개는 살 수 있을텐데요.
그럼 대체 뭡니까?
밸런스죠.
노이즈??? 잡으면 망가집니다.
뭐가 망가지냐?
색이 틀어지고 디테일이 무너집니다.
하지만 모두가 열광하니 제조사는 고감도 저노이즈로 경쟁합니다.
그 사이 망가지는 사진은 95%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과도함과 정교함으로 덮습니다.
마치 깨끗한 방이지만 서랍 열어보면 쓰레기가 넘쳐나고 장롱에는 걸레같은 옷들이 너저분한 것과 같은 것이죠.
하지만 남자친구는 여친이 상당히 깨끗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5% 고급 눈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DR과 계조, 색감과 디테일이 밸런스있게 세팅된 것이 좋은 카메라입니다.
95% 사람들에게는 고감도 저노이즈, 색감 화려함, 같같은 선예도, 화이트 홀 없는 다이내믹 레인지만 있으면 좋은 카메라입니다.
당신은 5%입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고급 눈들의 사진을 훔쳐봅니다.
동네에서 막 찍은 사진들을 일부러 내놓습니다.
잘 찍은 사진은 갤럭시 노트5로 찍어도 좋게 보이니까요.
일단 꽉 찬 느낌이 듭니다.
허허... 이게 뭘까요?
뭔가 빈틈 없이 꽉 찬 느낌이 보이십니까?
그럼 당신은 고급 눈에 가깝습니다.
이런 걸 사람들은 묵직하다고도 표현하고 유화처럼 진득하다고도 표현합니다.
이게 대체 뭘까요?
왜 사진이 꽉 차 있는 느낌이 들죠?
막눈 탈피 프로젝트니까 이 꽉찬 것이 안 보이시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여러분에게 결정적으로 힘든 사진을 한 번 보여드리죠.
위의 사진과 아래 사진을 한 번 비교해보세요.
가장 진득하고 가장 비슷하게 그것도 광량이 가장 훌륭한 곳에서 찍은 엄청난 사진을 꺼내드리죠.
후진 사진 꺼내면 너무 쉬우니까요.
일부러 최강 카메라, 고화소 카메라 5DS로 공격한 겁니다.
이제 위의 사진들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한 번 비교해보세요.
막눈을 탈피할 수 있는 결정적 연습입니다.
달라 보여야 합니다.
동네 편의점이 라스베이거스 하드록 까페 보다 훨씬 좋아보여야 고급 눈이 되는 겁니다.
고급 눈이 될 때까지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해보세요.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안 보이신다고요 ㅜㅜ
라스베이거스 사진이 더 좋아보이죠?
괜찮습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ㅜㅜ
눈이 그렇게 빨리 바뀌나요?
다시 4천만원 짜리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봅시다.
정말 까맣게 찍혔죠?
블랙 속에 정보가 있는지 없는지, 그 정보가 고급 정보인지가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이제 그게 보여야 합니다.
더불어 한 가지 더 숙제를 드리면 95%가 좋아하는 디테일, 선예도, 쨍한 사진의 과도함이 보이셔야 합니다.
위의 사진과 아래 사진을 또 한 번 오르락 내리락 보세요.
디테일의 과도함이 느껴지시나요?
까맣게 찍힌 핫셀블라드 사진 한 장 더.
차이가 보이시나요?
아주 쉽고 무식하게 표현하면 천만원짜리 카메라는 과도하고 부담가는 MSG가 듬뿍 들어간 음식이라면 4천만원짜리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채소육수를 베이스로 한 건강한 음식의 느낌이 나야 합니다.
이 정도까지 성공하셨다면 당신은 중급 눈이 되셨습니다.
사진 전체가 꽉 차있는 느낌에는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 너무 무리했으니 눈이 피로하실겁니다.
다음 편에서 그 비밀, 선의 차이, 아웃포커싱 선의 비밀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보너스 샷.
요즘 제가 꽂혀 있는 리코 GR 사진 두 장.
그리고 핫셀블라드 CFV50, 핫셀블라드 905 SW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