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에서 요즘 자주 등장하는 말이 '숙의민주주의'와 '공론화'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데 숙의민주주의와 공론화의 진정한 뜻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1. 민주주의를 믿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5회 이북도민 체육대회에 참석하여 개회사를 했다.
현직 대통령이 이북5도민 체육대회에 참석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참석했던 이래 16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제98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 출처 : 효자동사진관
문재인 대통령은 "저 역시 실향민의 아들, 이북도민 2세"라며 "제 부모님이 그러했듯이 오늘 이곳에 계신 이북도민 어르신, 탈북주민 모두를 대한민국의 품으로 이끈 것은 민주주의"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의 민주주의는 북의 미사일보다 백배 천배 강하다"며 "북이 갖고 있지 못한 민주주의가 우리의 밥이고, 삶이고, 평화"라는 말을 했으며 "정부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철통같은 안보, 평화를 지키고 만드는 강한 안보를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이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화합하며 대한민국의 역동적 발전을 이끌어왔고 저도 이러한 경쟁 속에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며 민주주의의 힘을 강조했다.
출처 : 효자동 사진관
그런데 참으로 묘한 현상이 있다.
네이버 뉴스 댓글을 보면 국정원이 조작하는 것도 아닐텐데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이북5도민에 대한 의견이라기 보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요즘 강조하는 숙의민주주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에 대한 비판이라고 보여진다,
댓글 중에는 "현실 감각이 없다", "말 장난 하지 말라", "뜬 구름 잡는" 이야기라는 내용이 편집없이 이어져 있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북한 미사일보다 강하다는 뜻은 뜬 구름 잡는 말 장난이 아니다.
2. 숙의민주주의와 공론화
국민의 의지가 강력하다면 강해지고,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 핵무장이라면 핵무장을 하는 것이 숙의민주주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와 같은 숙의민주주의 정신을 내세운 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의 등장과 함께 나온 것이 아니라 대통령 당선 전부터 주장하던 것이었다.
국민이 만든 대통령이니 국민의 뜻대로 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었다.
물론 안타까운 것은 신고리 5,6호기 폐쇄를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을 철회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신고리 5,6기 공사 재개에 대해 공론화위에서 '원전 발전 축소'라는 결론도 나왔기에 '탈(脫)원전·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장기적 공약 이행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 숙의민주주의의 뜻에 대해서 알아 볼 필요가 있겠다.
숙의 민주주의(熟議民主主義)는 deliberative democracy를 번역한 것인데 deliberation이라는 말이 숙의, 즉 숙고하고 의논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에 숙의가 붙음으로서 다수결 투표, 여론조사 수치로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심사숙고하여 토론하고 회의하는 것을 포함한다.
숙의에 의해 일반 여론을 도출해내는데 이것이 불가능한 경우 다수결 원리를 이용하기도 한다.
마동석 위축된 모습 처음, 문재인 대통령에게 명예경찰 위촉장, 효자동사진관
빠르면 오늘,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상황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적 갈등,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는 건에 대해 숙의민주주의를 해결 모델로 제시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따라 시민의 숙의가 더 중요한가, 대통령의 공약이 중요한가를 국민이 판단하면 될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공약과 숙의의 결론이 다르다면 당연히 시민의 숙의가 우선이다.
그렇다면 첨예한 대립의 탈원전 찬반은 어떤 주장일까?
3. 첨예한 갈등, 탈원전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안전에 관한 문제에서 갈등이 크다.
관점에 있어서는 탈원전을 주장하는 측은 생태학적 가치를 중시하고 반대측은 기술 경쟁력을 중시한다.
현실적으로는 탈원전을 반대하는 측은 전기료 폭탄을 걱정하고 찬성측은 전기료가 유지될 것으로 주장한다.
그러니까 크게 보면 원전을 없애자는 측은 세계적인 추세와 안전 등을 주장하고 원전을 반대하는 측은 수출 악영향, 전기료 인상, 대안 에너지의 부재 등을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든 입장 표명을 할 것이다.
정부의 입장에 따라 강요하고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토론과 고민의 결과물을 존중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정면 돌파 승부수로 보이는데 신고리 건설 재개 이후, 갈등이 심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많다.
정치권, 울산시 등 지역단체, 시민단체, 주민, 전문가, 한수원 노조, 전문가 등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입장이 제각각이다.
민주당은 공론화위 결정을 따르고 원전 축소, 에너지전환 정책을 강조하고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전면 폐기하라는 입장이다.
근본적인 궁금증을 떠올린다.
인간은 원래 선한가?
성선설과 성악설이 떠오른다.
대다수의 인간은 나라를 걱정하지 않고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다.
자신의 입장에서 어떤 것이 이익에 부합되는지를 판단하여 그것을 주장하고 싸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라는 동물을 믿고, 민주주의를 믿는 문재인 대통령.
원칙을 지키는 대한민국 대통령.
공론화위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의견이 59.5%, 건설중단이 40.5%로 건설재개 의견이 19%p나 높게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 SNS, 신고리 5,6호기 관련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3개월에 걸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정부는 그 결과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겠습니다.
국민을 대표하여 어려운 선택을 해주신
시민참여단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자신들의 주장을 성의껏 설명하고 토론에 임해주신
공사재개와 중단, 양쪽 관계자 여러분도
수고하셨습니다.
김지형 위원장님과 위원들께서도
국가 차원의 공론화 과정을
책임있게 잘 관리해주셨습니다.
참으로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이번 공론화 과정을 통해
한층 성숙한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471명의 시민참여단은 작은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80대 고령 어르신부터 20대 청년까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참여해 주셨습니다.
2박 3일간의 합숙토론을 포함하여 33일간에 걸쳐
자신의 입장을 말하고, 타인의 입장을 경청하는 숙의과정을 거쳐
마침내 지혜롭고 현명한 답을 찾아주셨습니다.
또한 자신의 의견과 다른 결과에 대해서도 승복하는
숙의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반대 의견을 배려한
보완대책까지 제시하는 통합과 상생의 정신을 보여주셨습니다.
참으로 우리 국민들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습니다.
민주주의는 토론할 권리를 가지고
결과에 승복할 때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공사중단이라는 저의 공약을 지지해주신 국민들께서도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존중하고
대승적으로 수용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갈수록 빈발하는 대형 갈등과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지혜가 절실합니다.
이번 공론화 경험을 통해
사회적 갈등 현안들을 해결하는 다양한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이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조치와 보완대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반경 30km 이내에 수백만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고리와 월성지역에
이미 13기의 원전이 밀집해 있습니다.
여기에 2기의 원전이 더해지게 됐습니다.
지역주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원전안전기준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원전비리를 척결하고 원전관리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겠습니다.
단층지대의 활동상황과 지진에 대한 연구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한편으로 정부가 이미 천명한 대로
탈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습니다.
더 이상의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이 확인되는 대로 설계수명을 연장하여 가동중인
월성 1호기의 가동을 중단하겠습니다.
그렇게 해도 현 정부에서는
4기의 원전이 새로 가동되어
원전의 수와 발전용량이 더 늘어나게 됩니다.
실제로 원전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다음 정부부터입니다.
정부는 다음 정부가 탈원전의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또한 원전해체연구소를 동남권에 설립하여
원전 해체에 대비하는 한편,
해외 원전 해체시장을 선점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까지 원전 정책은 전문가들의 손에 맡겨져 왔습니다.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정책임에도
국민들은 정책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소외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공론화 과정은
원전 정책의 주인도 우리 국민임을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시민참여단의 토론과 숙의, 최종 선택과정에서 나온
하나하나의 의견과 대안은 모두 소중한 자산입니다.
향후 정책추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하겠습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을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고
결과를 존중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