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는 사진이 어떻게 보여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기가 선호하는 노출 방식이 있기 때문에, 피사체에 특정한 기준을 들이대기 마련이다. 카메라는 현실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포착한다는 생각도 존재하지만, 사진도 회화나 데생처럼 이 세계를 해석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행위의 수동성(그리고 편재성), 바로 이것이야말로 사진이 우리에게 건네주는 메시지이자 사진이 드러내놓는 공격성이다.
- 수전 손택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관음적이고 공격적이며 약탈적이다.
사진을 감상한다는 것은 그래서 대단히 유혹적이며 동시에 대단히 위험하다.
사진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 그 곳을 경험하고 그것을 느끼는 것은 동굴 속 포로처럼 매우 위험하다는 뜻이다.
카메라라는 기계 자체가 피사체를 그대로 찍는다는 개념에 우리는 속는 것이다.
그 개념이 우리를 더 쉽게 속이고 더 과격하게 빠지게 만든다.
눈으로 보는 것이 진실이라 강력하게 믿는, 자신의 눈을 100% 신뢰하는 사람들이 빠지게 되는 수렁, 사진은 그런 위험한 수렁이다.
미국의 사진작가 다이안 아버스는 이런 말을 한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정말 못된 짓 같다는 생각이 늘 드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못된 짓이다”
이 한 줄의 말은 참 깊은 외침이 있다.
금지된 세계에 매혹된 사진가 다이엔 아버스.
기형인, 난쟁이, 쌍둥이, 거인, 트랜스젠더, 동성애자, 삼류 서커스단 단원, 나체주의자...
그가 카메라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이다.
"아버스의 사진은 그들 스스로를 드러내게 합니다. 그녀의 세계에서는 결정적인 순간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 수전 손택
"아버스의 사진에서는 피사체가 대개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 그녀의 피사체가 더 이상하고 혼란스럽게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
" 정면을 찍은 아버스의 사진이 그토록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그녀의 피사체가 그토록 상냥하고 솔직하게 카메라 쪽으로 자세를 취해 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면 자세야말로 피사체가 아버스에게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준다. 사람들이 자세를 취하게 만들기 위해서 이 사진작가는 그들의 신뢰를 얻고, 그들과 "친구"가 되어야 했다"
- 수전 손택
Diane Arbus, Patriotic Young Man with a Flag, N.Y.C (1967)
"맨하탄 호텔의 맥시코인 난쟁이, 100번가에 있는 어느 집 거실의 러시아인 난쟁이 등 그녀가 찍은 사진 속의 인물은 모두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유쾌히 받아들이는 것 같다. 고통은 오히려 비장애인을 찍은 사진에서 더 쉽게 발견된다.
예를 들어 공원 벤치에서 싸우는 노부부, 선물로 받은 강아지와 함께 집에 있는 뉴올리언스의 여자 바텐더, 센트럴파크에서 장난감 수류탄을 손에 꽉지고 있는 소년 등의 사진을 보라"
- 수전 손택
Diane Arbus, Child With Toy Hand Grenade, Central Park, NYC (1962)
이미지가 범람하게 되면 저녁놀조차 진부해져 보이는 법이다. 슬프게도 오늘날 저녁놀은 사진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 수전 손택
'고통을 받는다는 것과 고통의 이미지가 찍힌 사진을 보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고통의 이미지가 찍힌 사진을 본다고 해서 양심이나 인정을 베풀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더 망가져 버릴 수도 있다.
한번 그런 이미지를 보게 되면 더 많은 이미지를 보려고 이곳 저곳 두리번거리게 되기 마련이다.
우리를 옴짝달싹할 수 없게 만드는 이미지, 우리를 완전히 마비시키는 그런 이미지를.
-수전 손택